최근 감사원은 2047년 대한민국의 229개 모든 시·군·구가 인구학적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소위 ‘지방소멸’이라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책적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혁신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정책적 대응이 급변한다고 하더라도 인구고령화 추세는 급속하게 바뀌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사회가 변화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처방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금부터 당장 출산율이 2배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인구고령화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산율 제고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충분하게 제공하여 가구의 가계경제와 돌봄에 대한 이중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정책이 당분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현재 제공되고 있는 출산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다시 검토한다면 어떨까?
출산과 관련된 복지정책들은 주로 ‘출산지원제도’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출산지원제도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을 통해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제공주체’를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사업과 지방정부(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나눌 수 있으며, △또 하나는 ‘급여의 분야’를 기준으로 보건의료부문과 사회복지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한 해 출산지원제도는 12조 9,307억원의 상당한 규모로 국민들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출산지원 관련,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분이 바로 현금급여(주로 사회복지영역)로 지급되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①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②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출산장려금과 출산비용지원금이 있다.
아동수당은 만7세 미만(0~83개월)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며,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해 부모의 양육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86개월 미만 아동에게 월 최대 20만원, 최소 10만원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출산장려금과 출산비용지원금의 경우 시군구 단위로 예산범위 등에 따라 재량으로 출산자녀당 정해진 금액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며, 주로 첫째 아이보단 둘째 아이, 둘째 아이보단 셋째 아이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출산지원과 관련된 다양한 현금급여가 존재한다는 것은 겉으로는 매우 좋아보일지 몰라도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적으로는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일괄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그리고 일시성 급여와 정기성 급여라는 여러 제도가 중첩적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처음 접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필자도 최근 딸이 생기면서 직접 모든 급여를 신청하고 수령까지 하는 경험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제도를 분할하여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거듭 반복되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출산시 다양한 현금급여를 제공하고는 있다는 것이 즉각 효과를 나타낸다면 매우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출산지원 현금급여가 바로 ‘출산장려’라는 정책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자체 단위에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의 경우 다소 높게 설정하고, 몇 개 지자체의 경우 일시적으로 반짝 출산율 제고의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다시 2~3년 이후에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현재와 같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아동수당이나 양육수당이 지급되고 있는 부분, 즉 합쳐도 월 10~30만원 가량으로 지급되는 현금급여는 현실적으로 자녀양육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을 충분히 감소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정리하자면 국가와 지자체가 출산가구에 대해 뭔가 많이 지원해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도대체 왜 이렇게 분절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지 속 시원한 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는 똘똘한 녀석 하나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현금급여지원을 아동수당으로 통폐합해야
똘똘한 녀석은 아마도 아동수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만 8세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와 같은 조치로는 큰 효과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동수당을 지금의 낮은 수준, 짧은 기간으로 한정하지 말고 차라리 더욱 높은 수준, 예를 들면 과감하게 아동당 30만원 수준으로 급여수준을 높이고, 급여지급연령을 현행 만7세에서 만12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여타 현금급여지원은 모두 통폐합하고, 정기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현금급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출산가구에 대한 지원의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동수당 확대만으로는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적 목표를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출산율 제고라는 낡은 정책적 목표를 우리가 굳이 다시 깃발로 세울 필요는 없다. 다만 출산을 한 가구에게 정말 실질적인 가계부담의 완화라는 정책적 효과를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라면 현금급여지원은 아동수당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제고라는 낡은 정책적 목표에 대한 해답이 이미 나와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사실 현금급여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들도 통합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기에 언급된 출산과 관련된 보건의료서비스에 더하여 청년들에게 충분히 괜찮은 수준의 일자리가 노동시장에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더불어 정주여건 전반(보육서비스라든가 문화 등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한)이 아이를 키우고 살기 좋을 수 있어야 하고, 지나치게 수도권으로 과밀화된 인구분포를 분산시키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을 다극화하여 성장시키는 도시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