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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공병원 확충 없는 감염병 대응 가능할까?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등록일 2021년09월03일 13시3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가 발생한지 벌써 2년이 다되어 간다. 예상보다 백신 접종이 빨라져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감염병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확진자 수는 연일 1천 명을 훌쩍 넘어서고 예상치 못한 변이바이러스도 확산되고 있다. 중증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환자를 치료할 병상 부족 문제가 또다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상수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처럼 병상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감염병을 치료할 공공병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약 10%(병상 수 대비)밖에 되지 않은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약 80%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6월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서 고작 3개의 공공병원 설립만을 내놓았다. 이는 이미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지역에 불과했다.

 

우리는 코로나19의 4차 유행 장기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예측할 수도 없다. 감염병으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목숨을 잃어가는 일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결국 공공병원의 확충 없이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감염병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2021.06.02.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공공의료 확충 계획 없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 폐기 시위, 서울플라자호텔(자료 : 참여연대)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공공병원

 

서울과 수도권만 보더라도 대형병원은 우리 삶에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OECD 보건의료통계(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천 명당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나 되고, 병상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많은 병상수를 확보하고 있는데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매번 병상수 부족 문제를 경험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90% 이상이 민간병원이기 때문이다. 감염병 상황에서 수익창출에 유리하지 않은 감염병 환자를 받고 치료하는 것을 민간대형병원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간병상수가 많은 반면, 공공병상 비중은 매우 열악하다. 공공병상은 OECD 회원국 평균 71.4%에 크게 못 미치는 10.2%로 최하위이다. 전제 기관 수 대비 5.7%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1천명 당 공공병상은 OECD 평균 3.0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1.3개로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상수의 부족도 문제지만 전국 300병상 이상 지방의료원은 7곳에 불과하다. 경기도의료원의 7개 병원 중 300병상 이상의 지방의료원은 성남의료원을 제외하고 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300병상 미만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열악한 공공병상 부족문제가 드러났고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작년 2월 말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1차 코로나19를 기억해 보자. 당시 하루에 8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대구시내 총 병상은 약 36,000개가 있었고 그 중 400병상 규모의 대구의료원만 유일한 공공병원이었기 때문에 오롯이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병상이 부족해서 집에 대기하다 사망한 환자를 직접 목도해야 했다. 적정 능력을 갖춘 민간대형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아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차 유행은 8월 중순 수도권에서 시작했고, 3차 유행은 11월부터 시작해 하루 확진자가 천명이 넘어섰다. 그 당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많은 대형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받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공공병원이 약 2년 가까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감당하고 있다.

 

부족한 공공병원, 정부의 확충 계획은?

 

감염병을 경험하기 전에는 공공병원 강화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의료계획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민간병원에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부여하는 정도였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매우 높아졌지만, ‘한국판 뉴딜’에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되레 2020년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삭감되었고, 신축예산은 편성 대신 겨우 증축 설계 예산을 15억 원 증액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안)에 신축 3곳(서대전, 울산, 진주)을 지정했다. 지방의료원 신중축 시에 국고보조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인상하고, 스마트공공병원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축 3곳은 실제 이미 논의가 진전된 곳으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타당성을 면제하게 한 의미만 있을 뿐, 이후 의료취약지의 공공병원 계획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실망스러운 정부의 계획을 비판하고,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공의료 확충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올해 6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은 한발자국의 진전없이 결정됐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공공의료 관련 주요 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전담 위원회 설치법을 만들어 놓고, 공공의료확충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민간의료기관 공급자와 산업계에 치우친 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기본계획을 급하게 논의하여 처리했다는 점이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노동시민사회가 함께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 투쟁 할 것

 

코로나19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다른 감염병 재앙이 더 빈번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공의료를 강화하여 그동안 민간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서둘러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이제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민사회에서도 그 목소리를 모아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올해 3월 참여연대와 한국노총을 비롯해 공공병원 확충을 염원하는 노동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이하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운동본부는 공공병원이 얼마만큼 확충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공공병원이 설립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예비타당성 문제, 예산 확충 문제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감염병 상황을 경험하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소관부처가 여러개로 나눠져 감염병 치료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음을 경험했다.

 

공공의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공공의료체계개선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과제를 모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공공의료가 주요한 과제로 선정될 수 있도록 운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도 연대하여 모인 만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주민들이 공공병원 설립에 직접 참여하는 계획도 모색 중이다. 운동본부의 운동을 통해 공공의료가 강화되어 시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경민(팀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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