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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실험과 성공을 위한 과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록일 2021년06월14일 08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 사회적 대화의 역사와 성과 약평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지만 막상 실행이 어렵고 성공은 더 어려운 일들이 종종 있다. 사회적 대화가 그 중 하나이다. 사회적 대화는 경제위기 때마다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노사정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을 유지하기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우리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였다.

 

우리의 사회적 대화는 20년 이상 지속되어 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돌아보면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이다. 1998년 대통령령으로 노사정위원회가 공식화되고 1999년 노사정위원회법이라는 별도 법으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제도화하였다. 이후 2007년 노사정위원회는 명칭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바뀌고 이때 업종별위원회를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로 명시하였다. 나아가 현 정부 들어 2018년 이름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꾸고 계층별위원회를 신설하였다. 사회적 대화는 제도화만이 아니라 노동 관련 법제도에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기존 연구(박은정·박성국, 2018)에 따르면 98년부터 2017년까지 총 298개합의 중 124건(41.6%)이 법 개정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위원회의 중요 성과와 과제

 

업종별위원회는 산업의 주요 이슈를 의제로 다룬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산업은 공공의료의 확대와 같은 의제를 다룰 수 있으며 버스운수산업은 준공영제 확대와 같은 의제를 다룰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이 산별로 조직되어 있다면 노사는 산업수준에서 교섭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 등의 사안을 다룰 수 있다. 다만, 산업정책은 노사 간의 논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공공부문일수록 더한데, 예를 들어 발전 등 에너지산업이나 은행 등 금융산업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노사의 논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2004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었고, 마침내 2007년 법을 개정하여 노사정위원회에 업종별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업종별위원회는 하역부문위원회(운영기간: 2007.12 ~ 2009.6)가 유일했다. 하역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그나마 성과였는데, 박근혜 정부 시기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와 공공부문발전위원회는 출범은 했으나 합의 없이 종료되었다.

 

업종별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보수정부의 사회적 대화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2009년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위원회는 기업, 지역, 전국단위에서 노조가 양보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업종별 위원회에 참여하기가 힘들다. 두 번째로 사용자단체가 부재하거나 미약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인데, 이 경우 노사정 논의 테이블을 만들기가 어렵다. 한국경총이나 대한상의가 참여할 수 있으나 이들 대표기관은 특정 산업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며 문제의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김동원·김영두(2011)의 연구는 산별교섭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업종별위원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업종별 사회적 사회가 성공하기 위해선 사용자단체를 적절히 발굴하고 정부가 중립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실험과 과제

 

2018년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이전의 사회적 대화를 반성하면서 업종별위원회와 계층위원회의 활동을 강조하였다. 금용산업위원회를 시작으로 해운산업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버스산업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 배달분과위원회, 관광산업위원회, 어선원 고용노동환경 개선위원회 등을 출범하였고 각각의 위원회는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예를 들어 해운산업위원회는 한국 해기사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보건의료위원회는 코로나 상황에서 공공의료 확대를 합의하였다. 공공기관위원회는 노동이사제 입법을 촉구하기로 합의하고 직무급 임금체계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배달분과의 산재보험 확대와 관광산업위원회의 고용유지 합의도 적지 않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실험은 각 산업별로 노사정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할 경우 해당 산업의 노동자와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사노위의 업종별 사회적 대화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과제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크게 두 가지만 지적하면 첫째, 각 업종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책임 있는 태도의 부족이다. 업종위원회는 고용노동부만이 아니라 기재부, 국토부 등 주요 부처 등이 참여하는데 이들 부처는 전체 산업에서 고용과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해당 부처의 입장만 강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업종별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만드는 데 때때로 장애가 되기도 하였다. 둘째,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의 모호한 위상이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소속기구이지만 권한과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정부 부처와 국회를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는 업종별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성과를 내는 데 장애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대화 조직의 정부 내 권한과 역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방향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사회적 대화는 위기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쟁점에 대해 논의를 통해 질서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회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를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915합의처럼 노사정 불신을 초래하여 사회적 대화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업종별 사회적 대화는 노사의 절실함이 있고, 정부가 노사의 요구에 조그만 더 적극적이라면 많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를 조금씩 바꿀 수 있다. 업종별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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