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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획재정부 중심 국가 관료제 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

고광용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외래교수

등록일 2021년05월21일 09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고광용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외래교수

 

1. 서론: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 말이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도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당정 간 이견조율 과정에서 전 국민 확대 지급 절충안 수용을 홍남기 부총리에 제안했으나 계속 거부하자, 정 총리가 두 차례나 질책하며,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재난기본소득은 재원문제 때문에, 소득·자산·고용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동의하기 어렵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20년 3월 말, 청와대와 정 총리의 전 국민 지급 결정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 이하 선별지급 계획을 끝까지 주장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과 같은 입장이었다.

 

지난 1월에도 정 총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 제안했다. 그러나 김용범 기재부차관은 국정부담과 손실보상을 법제화 한 해외사례가 없다며 반대했고, 이 발언을 보고받은 정 총리는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또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기재부가 중앙예산기관(나라곳간 지킴이)으로서 내부적으로 반대 의사를 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고, 당정 및 국회 결정을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다. 또한 노동·시민사회계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 합의나, 총리 결정에 대해 기재부가 공개적·지속적으로 반대 및 거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재부로 집중되어 있는 막강한 기능과 권력이 있다.

 

2.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기능·권력 집중이 노동자들에 미치는 폐해

 

1)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기능·권력 집중

현 기재부는 ’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조정역량 강화와 재정 기능 일원화를 위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설립한 명실상부한 재정·경제·공공정책의 총괄부처다. 기재부의 직무는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경제·재정정책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채 등 광범위하다(대통령령 제31473호). 그래서 복수차관제(제1차관-세제·경제정책, 제2차관-예산·재정·공공정책)이며, 3실 11국 등 조직규모가 엄청나다.

 

그러나 기재부가 원래 일원화 체제였던 건 아니다. 기재부 관련 조직의 정권별 변동을 보면, 이승만 정부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재무부-경제기획원의 이원화 체제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첫 일원화(재정경제원) 되었으나, 외환위기와 국가부도 사태, IMF 구제금융의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재경원이 타 부처에 비해 그 조직과 권한이 너무 비대하다는 비판으로 ‘98년 2월, 김대중 정부는 재경부-기획예산처 이원화 체제로 회귀하고 IMF 구제금융을 극복했다.

 

 

이후 ’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재경부·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재부를 출범시켜 2차 일원화를 했고, 현 문재인 정부까지 약 13년이 지났다. 경험적으로 권한이 집중된 일원화 체제일 때 개혁에 제동이 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재정건전성을 거론하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미온적 자세만 취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러한 방대한 기능과 권한에 인적 네트워크로 타 부처까지 실질적으로 장악·통제하고 있다. 첫째, 기재부는 중앙예산기관으로 각 부처 예산의 취합·조정·통제권, 총액설정권(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심의권(예산실 산하 총괄·사회·경제·복지안전·행정국방 예산심의관)을 갖고 있어 각 부처들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둘째, 국무조정실(부처 정책조정·평가) 및 일부 부처 장·차관과 재정담당자에 기재부 출신이 많다. 특히 국무조정실장은 대부분 기재부 출신인데, 이는 예산을 볼 줄 알고 기재부 통제역량과 강한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교통부장관, 과기부차관(R&D예산), 보건복지부차관(복지예산) 등을 기재부 출신이 맡기도 했다. 매 정권마다 기재부 출신이 중용된 이유는 부처 통제 및 정권이 원하는 자료를 가장 신속·정확하게 만드는 데 유능하다는 오랜 믿음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 기재부 권력 집중에 따른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폐해 및 함의

기재부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 있는 노동·보건복지에 대한 정책조정 역할도 사실상 맡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결정 또한 보건당국이 기재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정부위원 2명이 노동부장관과 기재부장관이다(경사노위법 제4조). 기재부장관 동의 없이 경사노위의 어떤 결정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20년 11월, 경사노위 공공기관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으나 기재부는 노동이사제보다 근로이사제가 적절하며, 비상임이사 임명(상임이사 임명 시 혼란, 3년 이상 재직자 제한), 내부자인 근로자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제한을 주장한 바 있다.

 

둘째, 공공기관 관리도 기재부 책임으로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총괄조정 하고 있다. 공운위 위원장은 기재부장관이며 위원은 국무조정실장(기재부 출신) 지명공무원 1인, 관계부처 차관, 기타 기재부장관 추천 전문가 등 11인으로, 기재부가 장악하고 있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8~9조). 공운위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감사 추천권, 예산·인사지침, 경영평가 등의 권한이 있다. 기재부가 공공부문의 노사협상 주체인 것이다.

 

셋째, 고용보험·국민연금 개혁 관련 노사정 합의도 중요한데, 기금운용 관리도 기재부장관이 한다. 고용보험·국민연금 모두 홍 부총리가 요율 인상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주로 직접 제기했다. 지난 ’21년 2월, 박화진 노동부차관은 기금 목적에 안 맞는 일부 사업의 일반회계 전환을 추진 중인데, 기재부가 난색을 보인다며 기금사업을 재편 할 수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즉, 고용보험기금 운용권이 노동부에 있지만, 실제 사업개편·요율인상 등은 기재부 개입이 강한 것이다. 전국민고용보험 도입도 일괄이 아닌 단계적인 것도 기재부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연금도 보건복지부가 책임부처지만 기금운용위 정부위원이 기재부차관이고, 기금의 공공부문 투자 목적 국채매입도 기재부장관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어 기재부 동의 없이는 주요 결정을 할 수 없다(국민연금법 제102조·103).

 

즉, 경사노위, 공공부문 노사협상, 연기금 개혁 등 노사정 협상이나 굵직한 노동정책 결정에 있어 협상 주체가 관련 부처인 노동부·복지부보다 기재부가 사사건건 개입되어 주요 노동권 제고에 대한 정책 결정이 지연 혹은 형해화 되어 왔다. 이 때문에 기재부의 과도하고 비대한 기능과 권한을 개혁하는 것이 국가관료제 개혁의 핵심이자 노동운동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

 

3. 기획재정부 중심 국가 관료제 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 구상

 

1) 기획재정부 개편: 기능·권한 분산 등 이원화 체제(기회계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로 회귀

첫째,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경부로 분리 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세제/화폐·금융/정부회계·국채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축소 분리하고, 경제기획·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또한 주요 경제정책·재정관리·예산심의 관련 국장급 이상 직위에 개방형 외부전문가 임용이 요구된다. 현재 기재부 개방형 직위는 재정관리관/국제금융심의관/재정성과심의관 등인데 재정관리관·재정성과심의관은 내부임용 되었다.

 

둘째, 기재부의 공공정책 조정기능을 축소하고, 공운위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주무부처(산업정책적 관리감독)와 통합관리부처 기재부(장관=공운위 위원장: 이사회 임명, 총괄지휘감독)로 이원화된 이중 모형이다. 따라서 공운위 위원장을 대통령(혹은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민간전문가로 전환하고, 공운위 위원으로 노동계 인사 추천, 민관거버넌스 방식 운용, 핵심 사업으로 경사노위·공운위 바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노동감사제 관철을 제안한다.

 

셋째, 고용보험·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요율 인상이나 사업 개편 결정에 있어 당연직 정부위원 배제 등 기재부 개입 최소화를 요구해야 한다.

 

2) 기획재정부 견제 방안

첫째, 국무조정실 정부업무 평가위원회에 노동전문가(노총 추천) 평가위원 인사 요구다. 정평위는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민간위원(10명), 정부위원(기재부/행안부장관·국무조정실장 3명)으로 구성, 크게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평가를 한다. 민간위원은 주로 행정학자, 경영/경제학자, 남북관계 전문가 등 학자 중심이며 노동전문가가 부재하다.

 

둘째, 감사원 노동감사제 도입이다. 감사원의 핵심 기능은 정부 회계검사·직무감찰이며 주요 조직은 회계검사 제1사무차장(재정경제·산업금융·국토해양·공공기관 등)과 제2사무차장(복지·행정안전·지방행정·국방), 공직감찰본부장 등이 있다. 그나마 두 기능으로 기재부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정부 노동감사기구로 노동감찰본부(장) 신설 혹은 제2사무차장 소속 노동(국) 직제를 요구하고, 한국노총 추천 인사를 요구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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