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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여당의 재정분권화 방향, 이대로는 안된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등록일 2021년04월01일 14시3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2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등 23인은 2단계 재정분권안을 반영한 이른바 ‘복지빅딜’ 관련 10개 법안을 발의하였다. 주요내용으로 지방정부는 아동수당과 보육사업을 책임지고, 중앙정부는 기초연금을 전적으로 맡도록 하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오롯이 기능적 재정분담에만 초점을 둔 재정끼워맞추기식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특히 분권의 핵심이 되는 복지사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복지서비스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 없이 재정 중심으로 분권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기능적 분권추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복지분권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의 분권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등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분권 실현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단기적으로 7:3, 장기적으로 6:4로 개편하여 지방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는 높아지지 않고 되레 낮아졌다. 이에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지방세 확충과 국고보조사업의 기능이양을 제안하는 내용의 2단계 재정분권을 자치분권위원회 TF에서 논의하고 안을 마련했다(아래 <표>).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위원회의 안에 대해 동의하고, 쟁점을 최소화하여 분권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리고 자치분권위원회가 국회 재정분권특위와 논의하여 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 지방협의체와 협의하여 절충된 안을 제시하였고, 이해식 의원 등이 법안으로 발의한 것이다.

 

 

이해식 의원은 지방정부가 아동과 보육복지사업 6.5조 원과 국고보조 20개에 해당하는 사업 2.1조 원을 부담하고, 중앙정부는 노인복지사업 3.2조 원을 전담하며, 지방정부의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21%에서 31%까지 확대하여 8.5조 원을 마련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아동수당법, 영유아보육법, 지방세법, 부가가치세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자치단체기금관리기본법, 지방재정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세종특별자치시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등 총 10개의 법안을 발의하였다.

 

정부여당의 분권 추진 문제점은?

 

정부여당의 분권은 분권의 핵심인 복지사무의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분권은 단순히 재정적 재구조화가 아니다. 주민이 당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복지사무를 조정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재정분권 전에 복지사업 관련 재정관계, 전달체계, 인력 등의 영역의 선결과제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내용은 법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보육사업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보육사업은 국가의 사무로 운영되고 이용자의 선별, 인증 등의 권한을 중앙이 가지고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의 책임만 갖고 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가 보육사업 전반의 재정을 책임진다고 할 때, 복지사무에 대한 권한 조정이 없다면 재정에 대한 책임만 지게 되고, 여전히 보육사업의 권한은 중앙정부가 가지게 되는 꼴이 된다. 지난 2005년 복지사업 지방이양 실패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67개의 복지사업을 지방에 이양했지만 행정적, 재정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해 5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부담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지방재정이 악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은 다시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되고, 그 외 사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조차 못하고 있는 등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지금 발의된 재정 중심의 분권 추진도 과거와 비슷하게 기능적 조정에만 관점을 두고 사업을 조정하고 있어 매우 우려가 된다.

 

복지분권에 대한 기본 원칙을 세우고 추진 해야

 

2012년부터 시작된 보육사업 내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과 2015년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 추진 갈등과 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복지에서의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의 정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1) 따라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에 대한 과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중앙-지방간 역할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보편적이고 전국적인 성격의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돌봄, 주거 등과 같은 지역밀착형 서비스는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자체의 재원 구조가 취약하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보조율을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책임과 재량권을 확보하는 안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복지국가의 분권에 대한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회복지계에서는 중앙과 지방 간 분권 모형에 대해 논의를 해온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분권모형을 구상하고 이를 토대로 세부내용들에 대해 촘촘하게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간 관계 모형 등을 제시하고 조정해야 한다.2) 알다시피 현재 우리나라 복지사무는 중앙-광역-기초의 사무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1조에 의하면 “국가는 제9조에 따른 사무배분의 원칙에 따라 그 권한 및 사무를 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사무 또는 시·도의 사무로서 시·도 또는 시·군·구의 장에게 위임된 사무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로 이분화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듯이 위임사무를 폐지하고, 국가(중앙정부)와 자치사무(지방정부)로 명확하게 이분화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분권의 방향은 원칙 없이 재정분담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분명 2005년의 분권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던 점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또 다시 지방재정 확충 규모에만 맞춘 재정분권을 추진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사회 내에서 분권을 하기 위한 목표와 수단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 분권안은 사회복지 제도의 보장성과 지자체의 책임성이 약화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재정분권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주민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분권 논의를 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1) 남찬섭(2016), “지방자치와 복지국가 간의 관계와 복지분권에의 함의”, 「한국사회정책」 23(4): 3-33.

2) 김승연(2020), “2단계 재정분권과 복지분구너의 방향 및 과제”, 「복지강화를 위한 재정분권 방안 모색 토론회」 자료집(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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