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중심으로 2021년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전년대비 8.5% 증액한 총 555.8조 원대로 편성되었으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띄게 되었다. 내년 총수입은 483조 원으로 늘어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하게 되었고,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 비율을 40% 중반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2021년 예산안은 한국판 뉴딜을 기반으로 편성되었다. 문제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은 ‘뉴딜’이 지니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의미는 빠진 채, 단기적 대응책만 제시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지금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에 누적되었던 위기가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중장기적 개혁과제와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따라서 명확한 한계가 있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위한 이번 예산 편성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어렵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자리 예산 20% 이상 증액한 30.6조
내년 예산 가운데 가장 지출 규모가 큰 분야는 보건·복지·고용 분야로 올해보다 10.7% 증가한 199조 9천억 원이 투입된다. 코로나19 위기대응으로 일자리 예산은 20% 이상 증액한 30.6조 원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을 살펴보면,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기초연금 월 30만 원 확대는 국정과제에 따른 것으로 노인빈곤을 조금이나마 해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앞으로 위험상황이 지속되고 노인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노인빈곤율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적극 추진 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는 이미 경사노위 연금특위에서 사회적 합의에 의해 내려진 결론이라는 점임을 명심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동안 빈곤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생계급여에서는 폐지되었고, 관련 예산이 반영되었다. 다만 가장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존재하여 저소득층 의료보장의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빈곤이라는 굴레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추진해야 할 때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용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러나 정부는 저소득 예술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46.5만 명 적용 예산만 편성하였는데, 실제 불안정 노동에 놓여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시장에 충격이 가해져 취업자는 줄어들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위기상황이 장기화할 때에는 대량 실업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업으로 인한 소득감소가 발생했을 때, 지원할 수 있도록 전국민고용보험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제도로 추진되고 관련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2021년부터는 저소득 대상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상황의 시급성으로 인해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에 법안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실제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보장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제도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고 있어 ‘진짜’ 실업부조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지금부터라도 추진되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의료 확대 예산 증액해야
정부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제 보육, 공동육아나눔터 등 수요 맞춤형 인프라를 확충하고, 초등돌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워라밸 일자리장려금,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육아휴직 지원금 확대 등에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리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보조·대체교사 확대 등 인프라 확충에도 예산을 투입하였다.
근본적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이 아닐뿐더러 관련 예산의 수준은 매우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초등돌봄을 늘리고, 시간제 보육 등을 확대하겠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감염병 상황이 계속된다는 점을 가정하면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돌봄 시설과 학교 같은 필수기관을 운영을 전제하여 인력과 인프라 확충은 더 강화되어야 하나 예산안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노인돌봄 관련 예산은 노인이 처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맞춤형 노인돌봄 지원 확대 및 차세대 비대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IoT·AI 기술을 활용한 독거노인 등 비대면 건강관리, 집단거주시설(노인·장애인)의 디지털돌봄에 예산을 편성했다.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아직 코호트 격리가 되어 가족과의 면회는 물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서 생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근본적 대안 없이 IoT·AI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이 가능할 것인가? 돌봄과 요양의 문제를 경제·비용의 논리를 앞세워 집단 시설화했던 것을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인돌봄 노동자와 공공 인프라 확충에 대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그 어느 때보다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공의료와 공공의료인력 확대에 대한 예산은 대단히 미흡하다. 현재 공공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가 많은 상황임에도 공공의료와 공공의료인력 확대 예산은 찔끔 늘리는 데 그쳤고, 신축 예산은 아예 배정하지 않았다. 반면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산업화 정책, 바이오헬스 사업 등 추진 예산은 적극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국회 내 논의 과정에서 의료 산업화 정책 예산은 삭감되고, 공공의료 확대 예산은 증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욱 과감한 재정지출 필요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고용위기를 넘길 수 있는 예산이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2021년 예산안이 한계가 여실한 한국판 뉴딜에 맞춰 편성되어, 지금의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가져올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극명하게 드러난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사회에 나타난 전방위적인 난제 해결을 위해 보다 중장기적 대안 속에서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적자 재정으로 인해 안정적 재정운용 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 대비 약 40% 정도이며, OECD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가 2017년에 이미 GDP 110%에 이르렀던 것에 비교하면 아직은 건전한 편이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Moody’s는 우리나라에 대해 국가채무가 현재보다 두 배가 되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에 더욱 과감한 재정지출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예산안 규모는 현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국회 내에서 내년 사회안전망 예산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되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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