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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한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 방안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ㆍ의료관리학)

등록일 2020년06월08일 16시5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활동은 빠르게 예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태원 발 집단감염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 가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1차 유행에 비해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스페인 독감 대유행을 비롯한 여러 판데믹의 경험과 가을과 겨울에 독감이 늘어나는 계절적 영향에 바탕을 둔 것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환자발생을 줄이고, 둘째,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사람을 신속하게 확진하고 밀접접촉자를 격리해서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고, 셋째, 환자를 잘 치료해서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 이 글에서는 환자를 잘 치료해서 사망자를 줄이는 감염병 진료체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은 얼마나 잘 이뤄졌는가?

코로나19 방역이 얼마나 잘 이뤄졌나 알아보려면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는가를 외국과 비교해보면 된다. 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약 217명으로 대부분 2천 명 이상인 수준인 유럽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어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얼마나 잘 이뤄졌는가?

코로나19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했나 알아보려면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된다(그림 1). 치명률이란 코로나19 환자 100명 중 사망한 사람의 수를 말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치명률을 비교하려면 환자의 연령을 보정해야 한다. 청장년에 비해 노인에서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30대의 치명률은 0.1%인 반면 80세 이상에서는 22.2%로 차이가 매우 크다.

 


그림1. 코로나19 치명률 국제비교

 

코로나19 환자의 연령을 보정하지 않은 치명률(조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3%로 대만, 일본에 비해서는 약간 높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하지만 연령을 보정하면 우리나라의 치명률은 3.1%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젊은 환자가 많아 노인 환자가 많은 유럽에 비해 치명률이 낮아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비교 대상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환자 수가 약 1/10 수준인 우리나라의 치명률이 유럽과 비슷한 수준인 것은 더욱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환자 치명률은 외국에 비해 낮지 않아 치료를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는 어떻게 이뤄졌나?

올 가을 2차 대유행에 잘 대비하려면 코로나19 환자 진료과정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K-방역의 성공에 취해 우리 실력을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미국과 남유럽의 붕괴된 의료체계를 올 가을 대한민국에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림2. 코로나19(환자) 병원유형별 진료실적

 

코로나19 환자의 78%는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나머지 22%만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그림 2).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에서 대부분의 환자를 진료하려다 보니 규모가 작은 공공병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는 원칙적으로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입원시켜서는 안 된다.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가 아닌 중등도의 코로나 환자 중 약 10%는 입원 중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로 변하기 때문이다.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 6명 중 1명이 중증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전체 환자의 4~6%밖에 보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상급종합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했더라면 우리나라 치명률은 더 낮아졌을 것이다. 공공병원인 국립대학병원이 민간대학병원에 비해 코로나19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진료하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초기에 병상이 없어서 입원하지 못한 코로나19 환자가 여럿 사망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약 4만 개의 병상이 있지만, 환자 수가 약 4천 명일 때에도 약 절반 정도의 환자가 입원하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었다. 대구경북에는 병상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재난 시에 병상을 동원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한 감염병 진료체계

올 가을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 국민의 0.5%가 감염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구지역 감염률이 0.3%이고 스페인 0.5%, 미국 뉴욕 주 1%인 것을 고려하면 그 정도 대량환자 발생에는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 국민의 0.5%가 감염되면 약 2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약 15%인 약 3만 7천 명이 입원하고, 약 2.5%인 약 6천 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어야 한다. 병상이 없어 확진 환자가 집에서 사망하거나 중환자가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국립대학병원을 포함한 적정 규모 공공병원의 병상은 약 3만 3천 병상에 불과하며, 중환자실은 약 1천 5백 병상에 불과하다. 응급환자 진료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이 중 최대 일반병상은 약 70%, 중환자실 병상은 40%만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공공병원만으로는 올 가을 2차 대유행에 대비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300 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모두 동원해야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입원하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것을 간신히 막을 수 있다.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인력과 장비를 지원해서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권역감염병원을 빠른 시일 내에 지정해서 중증감염병환자 진료와 권역 간 중증환자의 전원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그림 3).

 

그림3. 국가 감염병 진료체계
 

대량환자 발생에 대비해서 모든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을 감염병센터로 지정해 필요시 비응급환자 진료를 중단하고 체계적으로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올 가을 코로나19 환자와 감기와 독감환자를 효과적으로 선별진단하는 감염클리닉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호흡기 감염환자들이 감염클리닉에서 별도로 진료를 받아야 다른 환자들이 병원에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감염병을 포함해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70개 의료생활권 중 적정 규모 종합병원이 아예 없어 재난적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운 25개 진료권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을 신축하거나 확충할 필요가 있다.

 

맺는 말

우리가 올 가을 2차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당연히 방역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던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에 치명타를 맞은 결정적인 이유는 초기대응이 늦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늑장대응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우리도 K-방역의 성공에 취해 2차 대유행에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올 가을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상황이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다.
 

* 이 글은 5월 22일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을 일부수정한 것입니다. 

 

#코로나19 #2차대유행 #감염병대응체계 #치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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