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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평가와 향후 과제 

28년만의 최고 투표율, 제3지대 상실 

등록일 2020년05월12일 15시1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 속에 치러진 4.15총선
역대급 슈퍼 정당이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 및 더불어시민당 합계 180석으로 전체 의석의 60.0%를 차지하며,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으로 34.3%를 차지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도 영남권 및 서울 강남 등으로 집중되어 사실상 ‘참패’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기존 주요 차기 주자로 낙점되었던 황교안·나경원·오세훈·민경욱 후보 등이 패배하면서 미래통합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비대위 체제로의 변화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결국 정권심판론이 대두되던 1~2월의 상황을 뒤엎고,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초하여 전체 민심은 ‘안정’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우선 28년만의 최고 투표율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도 있다던 초기 예상과 달리, 사전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26.7%를 기록했고, 당일 투표율도 상당히 높아 최종 66.2%라는 28년만의 최고 투표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이 정권심판이든 안정이든, 대다수의 유권자가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의회의 변화를 만들고자 한 의지가 강력히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코로나19의 영향권 아래 선거가 치러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민생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 형성되었던 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의 붕괴, 급격한 경제활동의 위축 상황은 민생 관련 의제들에 대한 매우 높은 관심과 토론을 활성화시켰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정점으로 폭발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단순히 자신들 호주머니에 현금이 들어오느냐 마느냐를 넘어, 급격히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급되어야 하는가라는 다양한 논쟁과 토론이 벌어졌다. 이는 97년 IMF와 2007년 세계금융위기라는 경험에 따라,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해묵은 패러다임을 ‘노동자·서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특징은 21대 국회에서 제3세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당초 선거법 통과 이후,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매우 큰 기대를 가졌으며, 수십 년 간 유지되어 온 양당체제에 대한 피로감으로 국민 여론 역시 호의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변종이 발생하면서, 비례대표 의석마저 양당이 삼켜버린 결과를 낳았다. 결국 21대 국회는 다양성, 소수 정당의 발전 등 정치적으로 시도해볼만한 긍정적 기회를 소실했고, 특히 ‘비례위성정당’의 출현은 앞으로도 한국 정치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끝이 아니다 : 총고용 보장, 서민 소득 유지,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
이유가 무엇이든, 역대급 슈퍼 정당은 탄생되었고,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넘어, 기아 상태로 달려가고 있는 서민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총집중하는 모양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5월 임시국회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안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하위 70% 지급을 고집하고 있고, 선거 시기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미래통합당은 정부안을 지지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여전히 정치권은 전혀 ‘긴급’하지 않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투표는 결코 끝이 아니다. 4.15총선이 끝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난 오늘, 패배한 미래통합당은 공약을 번복하고 있고,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의 형제인 정부는 버티고 있다. 말로는 ‘국민의 심판’을 운운하나, 정치권은 그 심판의 힘을 채 일주일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바로 우리가 기억하는, 수십 년 간 유지된 정치권력의 속성이기도 하다. 


여전히 일자리와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이 ‘총고용 보장, 서민 소득 유지,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를 위해 얼마나 일을 할지는 의문이나, 적어도 총선을 통해 역대급 슈퍼정당을 탄생시킨 우리는 그들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노총의 새로운 실험 : 노동존중 국회의원단
개별 노동자는 서민일 뿐이다. 노동자는 집단 즉 조직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비극은 한국 정치권의 다수가 이를 모르거나 외면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이 말하는 ‘노동존중’은 일반적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을 통칭하며, 따라서 그 정책 역시 노동자를 주체로 세우는 것이 아닌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로 나타난다. 

 

노총의 새로운 실험인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은 노동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이면서도, 노동이 조직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의 최우선 과제는 ‘제21대 국회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 약속’(이하 공동약속)의 이행을 위한 실천이다. 공동약속은 지난 3월 10일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협약된 사항으로, 노총이 제기한 총선 정책요구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여 공동 공약으로 채택하였다. 문제는 지난 십수 년 이상, 노총과 정당 간 정책협약은 계속 존재했으나, 그 이행이 매우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선거 이후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노총 역시 정당을 실질적으로 촉구, 견인하기 위한 수단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총은 공동약속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이행 수단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노총에 내놓은 방안이 바로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의 가장 큰 역할은 공동약속의 이행이다. 

 

또한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의 특징은 그 아래에 업종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전체 의원단 중 30~40% 가량이 공동약속을 비롯한 노총 중앙 의제를 이행하기 위해 활동한다면, 나머지 60~70% 가량은 업종별 위원회에 참여하여 업종별 전략 의제 및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현재 업종별 위원회는 총 5개 부문(제조·공공·금융·서비스·운수물류)으로 설정되어 있다. 

 

노총 중앙은 물론 각 회원조합과 지역본부·지역지부·단위조합의 4.15총선 활동에 힘입어, 총 52명의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이 당선되었다.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은 6월~7월경 각 상임위로 배치될 예정이며, 업종별 위원회는 상임위 배치에 따라 재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은 7월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의 준비다. ‘노동존중 국회의원단’이 단순한 민원 해결 창구 역할을 넘어,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 과제를 이행하는 단위로 세우기 위해, 7월 이전에 노총의 기초적 준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4·15총선 결과는 더 이상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 못했다는 핑계를 할 수 없게 한 국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다.
 

조선아(한국노총 대외협력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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