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대변인)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통과됐다. 내년부터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다가 2024년 이후부터는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그 효과가 대폭 반감되는 것이다. 앞으로 사용자들은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 다른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을 기본급과 합산해 최저임금을 충족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학용품값을 용돈에 포함시키는 것이요 소에게 물을 먹여 체중을 늘리는 것과 같다.
저임금노동자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노동자에게는 전적으로 불리한 내용이지만 사용자에게는 완전히 유리한 내용이다. 이러한 반노동자적인 최저임금법 개악 안이 국회 환노위와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것도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소득주도 성장을 외친 여당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것은 ‘더 이상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 환노위에는 몇 명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 안을 막기는커녕 한국노총이 반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악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노동자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최저임금과 맞물려 있는 통상임금은 손도 대지 않아 노동자의 이익과 사용자 이익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도 유지하지 않았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 안을 두고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법이라고 우기는 국회의원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개악안과 영세자영업자의 고통해소는 상관이 없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주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설사 노동자를 고용한다고 해도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넉넉하게 주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별로 없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지급하는 사업장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중견기업 내지는 대기업들이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 될 경우 혜택을 보는 쪽은 영세자영업자가 아니라 중견기업 내지는 대기업 사용자들이다. 또 노총 출신 어느 국회의원은 연봉 2400만 원 미만의 저임금노동자는 불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이번 최저임금법개악 안은 당장 내년부터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11만 원이 넘는 연봉 21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안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눈곱만큼도 도움이 안 되며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노동계로서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으며 노동계 출신의원이라면 절대 찬성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노동계 출신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노동조합을 찾는다. 한국노총도 방문하고 산별도 찾아가고 지역본부와 지역지부 단위노조를 방문한다. 그리고 매년 연말이면 정치후원금을 부탁한다. 그럴 때 노동조합에서는 표를 몰아주고 후원금을 낸다. 그것은 그들이 언젠가 노동자가 필요로 할때 도움을 주리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최저임금법 개악 안을 처리할 때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은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이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했더라면 통상임금 범위는 손도 대지 않고 최저임금 범위만 대폭 확대하는 최악의 개악 안이 나왔겠는가.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 안은 정부가 폐기한 취업규칙불이익변경 지침도 다시 부활시켜 사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임금체계를 개악하여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수 있게 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최저임금제도가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최저임금법 개정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리고 노동자를 배신한 노동계 출신 의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노동계 출신이라고 무조건 후원할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 내용을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