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지속 확산되면서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 생명안전 위협 등 국민경제와 노동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전 산업에 걸쳐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 산업의 피해는 곧바로 현장노동자의 피해, 가장 열악하고 취약한 노동자에 대한 고통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감염병 최고 등급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세계 주요 경제 전망 수치는 전반적으로 하향1 조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약간 감소세에 있지만, 세계적 대유행과 맞물려 언제 종식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텅빈 여행사
한국 정부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과 여행․관광숙박․관광운송․공연 4개 업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지난 2월 ‘코로나19 대응 대통령과 경제계 간담회’에서 제시된 재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했을 뿐, 비정규직, 하청, 협력업체, 특수고용노동자 등 직접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노총은 3월 6일 코로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선언, 3월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코로나 국난 극복 공동성명 발표, 3월 10일 노동부 정례협의 및 산업별 정례협의체 가동을 준비하며 정부에 관련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구조조정 시작돼
한국노총 산하조직을 대상으로 2월25일부터 3월5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355개 사업장 중 124개 사업장(35.1%)이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79개 사업장(22.4%)은 앞으로 영향이 있을 예정이라 답해 전체적으로 절반이 넘는 203개 사업장(57.2%)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노동조건에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203개 사업장 중 66개 사업장(32.5%)이 조업단축에 들어갔으며, 33개 사업장(16.3%)이 휴업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휴업 사업장 중 휴업수당(평균임금으로 70% 이상)을 지급하는 사업장은 10개 사업장(30.3%)이고, 평균임금 70% 이하를 지급하는 사업장은 20개 사업장(60.6%)으로 코로나19로 휴업 사업장 3개중 2개는 휴업수당을 적절하게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휴업 사업장의 87.9%인 29개 사업장에서 신청하지 않았고, 6.1%인 2개 사업장만 신청했다. 휴업수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임금 70% 이하를 지급하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원은 203개 사업장 중 9개 사업장(4.4%)에서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안전대책 마련(67.3%), 유급휴직(39.7%), 임금손실 보전(28.5%) 순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안전대책 수립과 함께 코로나19 확산 관련 노동자에게 경제적 손실 등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한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경총이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가 도입했던 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과 같은 내용으로,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쉬운 해고제 부활, 노사협의 후 취업규칙 변경’ 등이다. 함께 살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이러한 국난 시기에 제도개악안을 버젓이 내놓다니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한국노총 현장 대응지침 및 대정부 요구안 요약
한국노총 현장지침1. 모든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안전한 일터 환경 조성
현장 대응지침 기조는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안정 및 생명안전, 건강보호의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장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안전한 일터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① 노동조합은 회사에 산업안전법령, 단체협약,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른 조치 이행을 촉구하고, 피해상황 취합․대응 및, 특별 교섭을 요구한다.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노사협의회, 특별 코로나19 예방대책 회의를 요구해 감염 전파 및 확산 방지 등 모든 노동자에 대한 종합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한다.(유급휴가 및 생계비2 지급)
② 종합적인 예방대책 마련과 아울러 임금삭감 및 노동조건 하락, 고용불안 방지 대책을 수립한다. (가족돌봄휴가3 유급 처리, 고용안정협약 및 고용안정위원회 구성 등)
③ 사업장 청결 소독 유지로 노동자 건강관리 강화 및 코로나19를 예방한다.(안전보건 장구 등 방역물품 신속 지급 등).
④ 혐오와 차별 방지, 함께 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한다.(이주노동자 차별·혐오 방지 등)
한국노총 현장지침2. 총고용 유지․보장
코로나19는 전세계의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일자리 2,470만개 감소”를 경고할 정도로 실업의 공포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고용시장 역시 ‘잔인한 봄’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노총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현장에선 노동조건 하락을 비롯해 감원이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 19가 진정세를 보인다 해도 현장은 그때부터가 진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거듭 강조하지만, 총고용 유지․보장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① ‘조기’ 임단협체제 돌입 및 타결 유도
최소 3분기까지는 국내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단위사업장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은 수시로 매출 추이, 생산량 증감폭 등 기업 상황을 면밀히 파악·분석하여 임단협 시기를 정하되, 변동가능성이 큰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임단협을 조기 타결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② ‘고용안정위원회’ 구성 및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통한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2020년 임금·단체협약 투쟁에서는 반드시 사용자의 무분별한 대규모 인원 감축을 저지하기 위한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및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핵심요구사항으로 제기해야 한다.4
③ 노동시간 조정
노동시간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노사합의에 의해 사전 약정을 변경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가 무리하게 변경을 요구하거나 악의적 목적으로 노동시간을 변경·조정하려는 경우 이에 대한 동의·합의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사측과 휴직에 대해 특별교섭을 진행할 경우 ▲휴직기간중 임금지급 ▲적정 휴직기간 ▲무급휴가인 경우 사후 임금보전방안 등의 사항에 대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④ 임금 조정
구조조정시 사용자는 ‘임금조정’을 통해서 비용절감을 명목으로 노동자 임금의 반납·삭감을 유도한다. 임금 ‘반납’과 ‘삭감’은 그 법적 요건이나 효과가 큰 차이가 있다. 임금반납은 ‘개별 조합원’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반면, 임금삭감의 경우 노조의 집단적 결의만으로도 가능하다. 불가피하게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을 조정해야 할 경우라도 임금삭감보다 ‘임금반납’의 형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직접고용 축소
사용자는 구조조정 시 ▲외주화 ▲분사화 ▲희망퇴직·명예퇴직 등 직접적 근로관계 단절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주화의 경우 사전에 ‘외주화금지협약’을 체결하여 외주화 시행에 대한 노사합의, 외주대상 및 업체, 외주업체 결정권·변경권 위반시 이행강제장치 등 규제조항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분사화는 위장분사 여부를 사전 파악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기존 조합원 수, 임금 등 노동조건 저하 등을 막아야 한다. 희망퇴직·명예퇴직의 경우도 노동조합은 고용안정협약을 통해 고용안정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여 노조의 개입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사용자가 공고 등을 통해 희망·명예퇴직을 강압적으로 실시할 경우, 조합원 개인이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을 막고 노조 차원에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⑥ 기업인수·합병
기업인수·합병, 즉 영업양도·양수, 자산인수 및 매각, 주식매각·합병 등에 대응하여 노조는 고용관계가 승계되는 기업구조 변경에 해당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⑦ ‘정리해고’ 대응(근기법 제24조)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정보수집, 경영분석을 통해 일개 영업 부문만을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소수 주주권 행사를 통한 회계장부열람 등 정리해고 요건별 구체적 대응전략 마련이 필수이다. 해고회피노력 의무를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노조가 제시하는 해고회피방안을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만약, 해고회피노력과 절차를 무시한 해고인 경우, 해고무효와 함께 그 위로금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 「모든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생명안전, 건강보호를 위한 '코로나19' 현장 대응지침 및 대정부 요구안」은 한국노총 홈페이지 문서자료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 현장대응 지침 관련 참고자료
1. ‘2020년 한국노총 공동임단투지침 중 Ⅸ. 경기침체와 주요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위기 대응’(한국노총 홈페이지>보고서·간행물>표준생계비·공동임단투지침)
2. ‘2018년 한국노총 공동임단투지침 참고자료 중 기업의 구조조정 양상과 노동조합 대응매뉴얼’(한국노총 홈페이지>보고서·간행물>표준생계비·공동임단투지침>35번 문서)
3. ‘구조조정 대응 매뉴얼’(중앙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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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국제통화기금(IMF)이 서리설리번연구소에 의뢰한 코로나19 세계경제 영향을 3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한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가 일반상황에서는 3.1%, 중국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 한정될 경우 2.5%, 전세계적 대유형(팬데믹)으로 확산시 2020년 세계경제 전망은 1%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힘(20.2.25.)
2. ‘감염예방법’상 유급휴가 지원 규정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의2(사업주의 협조의무), 시행령 제23조의2(유급휴가 비용 지원 등), 제70조의4(감염병환자등에 대한 생활지원),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0-30호(2.6.), 노동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3.10. 7판)
3. 가족돌봄휴가 등 근로시간단축청구권 : ①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및 자녀의 양육을 목적으로 긴급하게 가족을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가족돌봄휴가’(무급)를 사업주에게 신청할 수 있음. 가족돌봄휴직과 달리 ‘가족돌봄휴가’는 계속근로 6개월 미만 노동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음(가족돌봄휴가기간과 가족돌봄휴직기간 최대 90일을 합산하여 연간 90일을 초과할 수 없음). ② 2020.1.1.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가족돌봄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됨. 종전 근로시간 단축은 임신·육아 사유로만 가능했으나, 가족돌봄, 본인건강, 은퇴준비, 학업을 위해서도 가능하게 됨. 근로시간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당 15~30시간이며 단축기간은 1년 이내임.
4. ‘고용안정위원회’의 경우, 신규채용, 적정인력의 확보,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등 일자리 유지·확대에 관한 사항 뿐 아니라 인사고과·근무평정 기준 등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하여 상시적 구조조정에 대비하도록 함. ‘고용안정협약’의 경우, 특히 “단체협약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내지 “사측이 일방적으로 행한 조치는 무효로 한다”라는 효력규정을 통해서 의결사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 두어야 함. 별도의 고용안정협약 또는 고용안정위원회 운영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라도 단체협약에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사항을 명확히 명시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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