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선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불행히도 이번 선거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붕괴와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난타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실망감이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특히 작년 말 어렵게 개정된 선거법의 결실이 소수 정당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거대 양당 독식에 악용되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전례 없는 위기를 잘 돌파하기 위해서, 반드시 의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감염증 확산의 여파가 소상공인과 노동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 나아가 과거 IMF나 2007년 금융경제위기 때도 결국 모든 고통은 서민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을 돌아보면, 4.15총선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415총선에 출마한 한국노총 출신 후보들
여전히 ‘노동’에게 높은 정치의 문턱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노동조합은 정치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정치경제적 환경 등에 따라 그 형식과 방법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들의 정치세력화 노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 역시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노동운동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치세력화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 건설과 배타적 지지를 골자로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왔다면, 한국노총의 주된 시도는 ‘기성 정당과의 정책연합’ 및 ‘노총 출신 의원 다수 배출’로 요약된다.
그러나 기존 한국노총의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번번이 정책연합 (=노총 정책요구안)의 이행 정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의회 진출에 성공한 노총 출신 의원 역시 노동을 대변한다고 인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4.15총선의 목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교두보 마련’
4.15총선에 대한 노총의 선택에 많은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2017년 대선과 달리 박빙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비롯해, 노총 새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한국노총 역시 날로 후퇴하는 노동정세 속에서, 노총 주요 의제의 최대 반영과 실질적 이행을 목표로 4.15총선을 대응해야 한다는 고민으로 집중되었다.
이에 한국노총은 <2020년도 정기대의원대회>의 공식 안건으로 4.15총선 정치방침을 상정했고, 상정안건은 93.74%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통과된 4.15 정치방침의 핵심은 ①노동정책 후퇴 저지 및 반노동정책 무력화 ②노동존중 정책협약의 확고한 이행과 지속가능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교두보 마련으로 요약된다. 이로써 한국노총은 총선 정치 방침 이행을 위해 노총 출신 의원이 국회에 다수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선거 과정에서 ‘노동존중 정책협약’ 이행을 위한 각종 장치가 마련되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방침
1. 한국노총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서, 노동정책의 후퇴를 저지하고 반노동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 조직적 실천과 투쟁을 전개한다.
2. 한국노총은 노동존중 정책협약의 확고한 이행과 지속가능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교두보를 마련한다.
3. 본 방침이 통과된 직후, 전 조직적 실천과 투쟁을 위한 <4.15 총선 승리 실천단>을 구성·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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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도전,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노동존중 정책협약>은 2017년 전 조합원 총투표의 결과를 반영하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과 체결되었다. 문제는 협약 체결 이후 3년의 시간동안, 사실상 이행된 바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에 한국노총 새 지도부는 당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에 공문을 보내, 정책협약 이행 의지와 프로세스를 공식적으로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이러한 한국노총의 촉구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책협약 이행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이 정책협약 이행을 위한 담보 즉 프로세스를 요구한 것은, 노총의 주요 의제를 실현하겠다는 정치권의 ‘말뿐인’ 약속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더불어민주당은 협약의 이행을 위해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쉽게 말해 ‘을지로위원회’의 확장판으로써, 4.15총선 이후 당선된 의원들 중 최소 30명 가량을 모아, 노동 의제를 해결하는 실천부대로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중 노동에 관련있는 상임위원회에 배치된 의원들은 협업구조를 만들어 한국노총 주요 의제에 대응토록 하고, 설사 상임위원회가 노동과 깊은 관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개별 과제들을 주어 사안을 해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 역시 환노위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한국노총은 선거 이전에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 후보>를 우리가 직접 추천하여, 향후 당선된 의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담보하고자 했다. 노총 지도부 및 연맹 위원장 중 1인, 지역 의장 중 1인, 전문가 2인(정책자문위원, 정치자문위원)으로 구성된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 후보 심의․추천위원회’를 통해 1차 선별을 마치고, 노총 지도부 및 참여를 희망하는 회원조합 대표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공동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발했다.
또 하나의 의미있는 것은 추천된 후보들로 업종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 이전부터 협업 구조를 갖는 것이다. 제조․금융․공공․서비스․운수로 분류된 총 5개의 업종별 위원회가 구성되어, 각 회원조합 중 참여를 희망하는 조직의 대표자들과 그 대표들이 추천하는 후보들로 업종별 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업종별 위원회는 각 업종별 주요 현안에 대해 후보들의 이해를 높이고, 당선 이후 의원들이 해당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 활동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조의 정치활동. 그것은 여전히 ‘노동’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반영한다. 결국 다시, 우리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은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이 모든 가치의 중심에 서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4.15총선이 그 모든 것을 일시에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나아가고, 또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노동’이 중심이 되는 자랑스러운 사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한국노총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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