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기고] 국가적 위기 내세워 잇속 챙기려는 경제사범들

이동철(한국노총 부천상담소 부장)

등록일 2020년02월21일 15시2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2월 13일 청와대가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분위기는 시작부터 훈훈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너나없이 고용창출과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 영세상인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쏟아냈다. 감염의 확산과 경기침체에 기업과 중소영세 상인들을 걱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우려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도 기업이지만 전통시장, 소상공인, 꽃가게 등이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삼성이 보탬이 될 방안을 챙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방안이 좀 이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내수진작 차원에서 저녁 회식을 활성화했으면 하는데, 주 52시간에 저촉될지의 우려를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건의 했다.

 

▲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 모습. 사진 청와대

 

이에 대해 정부는 2월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나서서 "사기 진작, 조직 결속 강화를 위한 회식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저녁 모임과 외식을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화답했다. 굴지의 대기업 오너가 저녁회식을 통해 자영업자 매출 증대와 경기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건의를 낸 것이 놀랍다. 기업 구성원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한 지금시대에 말이다. 떼로 몰려가 짧은 시간에 취하고 영혼 없이 단합을 과시하는 회식으로 경기회복에 기여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너무 빈곤해 보인다.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다. 이부회장이 챙겨야 할 것은 구성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소통이다. 소속 노동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이나 제대로 지급하고, 생산직 노동자들이 업무과정에 필요한 복지를 개선 하는 것은 어떤가? 지난해 성과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던 콜라 지급중단 사태가 삼성전자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회사가 주도해서 한 달에 한 두번 돈쓰는 것 보다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늘어난 소득이 사회 곳곳에 적절하게 풀리는 것이 건강한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식당이 어려우면 식당에 돈 풀고, 백화점 매출 어려우면 대통령이 백화점 가서 물건사고, 그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녁회식이 주 52시간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경제부총리의 인식도 정말 우려스럽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근로시간의 취지에 따르면 사업주의 지휘·감독하에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근로시간이라 봐야 한다. 기업은 자율이라고 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기업 오너의 방침으로 부서장이 주재하는 저녁 회식이 어떻게 ‘자율적’인가? 아이를 돌봐야 해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빠지겠다는 노동자들에게 상급자는 분명 그렇게 타박할 것이다. “회식도 근무의 일환이야”

 

거기에 더해 코로나 19 감염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핑계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 적용을 유연하게 해달라는 무역협회의 건의는 감염병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빌미로 잇속을 챙기려는 수작일 뿐이다. 그들은 일본발 무역보복 사태가 터졌을 때도 똑같은 요구를 했었다. 그들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국민의 알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과 정부는 감염병 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빌미로 기업의 잇속만 채우려는 경제사범들을 농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감염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노동으로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충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개념 있는 정치’다.

#코로나19 #청와대 #문재인
#홍남기 #이재용 #52시간

이동철(한국노총 부천상담소 부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