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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

삶의 노래 희망의 노래 _ 잘린 손가락

등록일 2019년11월14일 15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민정연 꽃다지 기획자
 
수년 전 캐나다에 머물던 친구가 몇 장의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지하철 광고판에 붙은 포스터였습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사연을 담은 포스터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의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었답니다.
 
‘당신은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아십시오. 그것들을 이용하세요.
-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
- 작업장에서 일어날 위험에 대해 알 권리
- 노동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참여할 권리‘
 
이 광고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작업장 안전과 보험국'에서 붙여놓은 포스터였습니다. 포스터에는 노동자의 권리들과 문의처를 써놓은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 스티커를 떼어가서 노동부에 문의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정부부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업무 태도가 ‘노동자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산재냐 아니냐로 노동자와 다투기 일쑤입니다.
 
작년 겨울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습니다. 지난 8월 ‘김용균 특조위’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그가 숨진 현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고 증언합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을 보내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투쟁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나아가 ‘김용균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김용균 재단은 추모사업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 근절 투쟁, 산재 사고 예방과 대응, 산재 피해 지원 활동, 비정규직 철폐 활동, 청년노동자 권리보장 등을 주요 사업 방향으로 밝혔습니다.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고 ‘같이 잘 사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뛰어든 어머니에게 경의를 표하고 다가오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1주기를 상기하며 ‘잘린 손가락’을 소개합니다.
 
‘잘린 손가락’은 1984년에 나온 박노해의 ‘손 무덤’을 발췌 개사하여 만든 노래입니다. 원본이 된 시 ‘손 무덤’에는 산업 재해를 당하고도 하소연할 길 없는 노동 현실, 이윤 추구의 도구일 뿐인 노동자가 겪는 참상, 자본주의가 독려하는 대로 충실히 흥청망청 소비자의 삶을 사는 인간군상과 그 속에서 마치 죄수처럼 격리되어야할 듯한 4,800원짜리 노동자의 부박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반면에 노래는 프레스에 짤린 손가락을 묻고 돌아오는 한 노동자의 서러움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막막한 심정이 담긴 30년 전 노래가 오늘에도 현실로 다가온다는 건 우리 사회의 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80년대 말 노동자노래단이 발표한 이후 여러 차례 리메이크되었습니다.
 
김호철의 ‘짤린 손가락’이 손을 묻고 소주 한잔하는 노동자의 비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스탑크랙다운의 ‘손 무덤’은 매우 빠른 비트의 록 사운드로 밝고 씩씩하게 부르고 있어서 오히려 서러움을 배가시킵니다. 정윤경의 ‘잘린 손가락’을 듣노라면 노동자의 막막한 심정과 함께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다.’라는 오기가 느껴집니다. 노래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어 모두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지만 말고, 움직여 바꿔봅시다. 그래서 그날엔 ‘잘린 손가락’을 현실이 아닌 추억의 노래로 불러보길 꿈꿔봅니다.


잘린 손가락
                         박노해 시 / 김호철 작곡
 
짤린 손가락 바라보면서 소주한잔 마시는 밤
덜걱덜걱 기계소리 귓가에 남아 하늘 바라보았네
짤린 손가락 묻고 오는 밤 설운 눈물 흘리던 밤
피묻은 작업복에 지나간 내 청춘 이리도 서럽구나
하루 하루 지쳐진 내 몸 쓴 소주에 달래며
고향두고 떠나오던 날 어머님 생각하며
술에 취해 터벅 손 묻은 산을 헤매어 다녔다오
터벅터벅 찬소주에 취해 헤매어 다녔다오
 
 
#한국노총 #잘린손가락 #김호철 #손무덤 #박노해 #민중가요 #노동자의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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