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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제도 개혁과 시민사회의 과제

등록일 2019년11월14일 10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해 4차 재정계산 발표 이후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 마련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에서 연금개혁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과거 연금개혁이 당사자들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아닌 정치권과 정부, 일부 전문가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에서, 노동시민사회는 노사,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적정한 노후소득수준과 재정적 책임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고 이번 연금특위의 역할과 결과에 기대가 컸습니다.

 

다수위원의 선택 : 적정급여-적정부담

 

그러나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지속가능성’ 부분의 가장 쟁점이 되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수준에 대해서는 다수위원(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한은퇴자협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연금특위 다수위원이 의견을 모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방안은 적정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18년 수준인 45%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과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1988년 국민연금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안정논리에 입각한 개혁이 추진되어왔습니다. 이전 정부들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개혁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십 년 후의 기금고갈을 막지 않으면 당장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오히려 급격한 급여삭감으로 노후불안정과 불신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기금고갈공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연금제도 본연의 목적인 적정보장을 위한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2018년 45%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019년 올해 44.5% 하락을 시작으로 2028년 40%까지 삭감됩니다. OECD 공적연금의 평균소득대체율 52.1%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OECD에서는 2007년 개혁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삭감의 중단을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제4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25년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현 청년세대가 은퇴할 때에도 연금의 실제소득대체율은 25% 미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의 관계를 사적연금의 시각에서 바라보아 재정안정 목표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국민연금의 법정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린 결과입니다.
 
국민의 적정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2028년까지 40%로 떨어질 예정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고, 국민연금 가입자가 충분한 가입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크레딧,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가 필요합니다. 모든 시민의 품위 있는 노후 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노인 빈곤에 대한 예방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하루빨리 소득대체율 하락을 멈추고 적정급여를 보장하도록 제도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약속 지켜야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목표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과 연계하여 사회적 합의하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국민연금 급여인상을 위한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연금특위의 정부위원들은 자신의 역할이 정보제공뿐인 듯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현 정권 임기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지금, 마음이 조급해옵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시민과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놀랍게도 국회에는 국민연금 급여수준 인상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되어있습니다. 권미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18년도부터 45%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하여 급여수준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득대체율은 40년의 가입기간을 전제로 한 명목상의 수치로서 가입자의 대부분은 학업기간의 증가와 취업난, 실업 및 휴직 등으로 40년의 가입이력을 쌓기 어려워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이보다도 낮아지는 실정을 반영하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2018년도의 45%수준에서 매년 0.5%p씩 인상하여 2028년부터는 50%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회는 정부를 핑계로, 정부는 국회를 핑계로 시기만 늦추지 말고 애초 시민들에게 약속한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시민의 불안 부추기지 말고 함께 논의해야
 
10월 22일,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청년이 선택하는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 집담회에 참여한 한 청년은 “국민연금에 대해 잘 모르고 평소에 뉴스에서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만 주고 그에 대한 답변이나 반박이 잘 보이지 않아 항상 의아했었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나는 엄마가 보험설계사라서 굳이 국민연금이라는 보험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자도생으로 점철된 한국사회의 거대한 문제가 청년세대의 사회연대 경험의 부재로 이어졌고, 필수교육과정에도 사회보험, 소득보장 정책, 넓게는 사회연대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사회과 및 가정과 교과과정에서 연금제도는 출판사에 따라 내용의 깊이에 차이가 있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교과서도 있습니다(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체계 및 교과서 분석을 통한 연금교육 개선방안 모색, 2015). 교사에 따라 이 내용이 다뤄졌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찾아야 하는 시험문제 중 한 개로 치부되었을 뿐입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제도의 개혁 방향에 대해 청년 개인의 입장을 들으려면 답보다 더 많은 말을 쏟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설명과 설득의 부재는 그동안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청년뿐 아니라 국민들의 이해와 논의, 합의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반증인 것입니다.
 
국민연금 제도를 현재의 근로세대가 돈을 모아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제도임을,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 부양체계임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았고, 이러한 와중에 재정계산이 반복될 때마다 기금고갈 공포와 후세대부담 주장은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이해와 사회연대의 맥락 속에서 연금제도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노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중단과 그로 인한 빈곤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자도생의 노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명백합니다. 우리의 노후생활의 안정을 위해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의 과도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정부와 국회에 국민연금의 급여 적정성 제고를 요구하겠습니다.
 
한국사회의 지속적이고 고질적인 노후불안 해소를 위한 국민연금제도의 올바른 개혁 방향에 대해 더 많은 시민들과 이야기해 나가겠습니다.
 
#한국노총 #국민연금 #국민연금제도 #개혁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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