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한국노총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 상담부장
‘향유의 집’은 김포시 양촌읍 소재 중증장애인 시설이다. 과거 시설을 운영하는 석암재단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2009년부터 서울시의 관선이사가 파견되고 사회복지법인 프리웰로 법인의 명칭을 바꿔 운영해 왔다. 석암재단의 비리에 맞서 싸워온 장애인 운동단체가 2013년 이후 프리웰 법인을 운영해 왔다.
이들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복지시설에서 독립하여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 역시 2015년 이후 이러한 프리웰 법인의 ‘탈시설’ 정책을 수용하여 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그동안 대규모 시설을 통한 장애인 복지 정책은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 획일화된 서비스와 집단적 규율을 강요하며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전락시켜 온 폐해도 있다. 이러한 장애인 복지의 한계에 비춰보면 수용자 중심으로 장애인의 삶의 결정권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탈시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탈시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수십 년 거주 장애인들을 돌봐 온 돌봄 노동자들이 배제되는 것은 큰 문제다. 향유의 집 노조 조합원들은 ‘생활재활교사’로서 중증장애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해 왔다. 탈시설 정책 추진과정에서 복지전달 체계의 한 축인 이들의 의견수렴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향유의 집 노동자들은 법인이 탈시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설 거주 이용자들을 돌봐온 자신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판한다. “법인이 추구하는 장애인 운동의 가치만을 이념적으로 강요해 왔다”고 분노하는 것이다. 시설 이용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탈시설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되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탈시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불안도 큰 문제다. ‘탈시설’은 시설의 폐쇄를 전제한다. 수십 년간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온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고용불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유의 집 노동자들은 2017년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법인의 일방적 탈시설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프리웰 법인은 일방적인 탈시설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에 “고용불안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장애인의 행복 추구권을 무시하고 수용시설 정책을 유지하라고 주장한다”며 ‘시설론자’프레임을 씌웠다. 과정에서 법인은 박대성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해 “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고까지 자행했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지난 4월 4일. 서울시청 앞에 모인 향유의 집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난생 처음으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쳤다. 프리웰 법인에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부당해고 철회와 서울시에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사회서비스노조 설인숙 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노총 경기본부, 부천김포지역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절대 목표가 아니다. 시설 이용자들을 돌봐온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종사자 일자리에 대한 대안마련도 필수적이다.
한국노총은 향유의 집 노동조합과 함께 돌봄 종사자들이 배제되지 않는 장애인의 자립과 탈시설에 따른 시설 종사자의 고용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