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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성패, '4월 국회'에 달렸다"

"이름만 지어놓고 허송세월할 건가" ... "노사정위법 개정 시급"

등록일 2018년04월09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김주영(57· 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를 대체할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사회적 대화를 본 궤도까지 올리려면 노사정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노동N이슈>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진행된 ‘한국노총 조합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 92%가 사회적 대화를 지지했다. 조합원들은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유능한 협상가형’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지난해 9월 고심 끝에 ‘8자 대화’ 형식의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과거 한국노총이 참여했던 사회적 대화가 끝내 파기된 적도 있고, 정부가 나서서 노동계를 압박하고 사용자측 편을 드는 상황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늘 같은 구호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동조합이 정치권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인정해야 했다.
어차피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아무 것도 안 할 건지, 뭐라도 해볼 건지. 협상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듯이 얻는 만큼 내어 주기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욕을 먹는 상황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회적 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 노동조합의 책무다."


"간판 바꾸는 데 두 달, 시간이 없다"

이달 3일 진행된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의 명칭과 참여주체, 성격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팔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간판 바꾸는 데만 두 달 걸렸다’는 지적도 있다.

"논의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 2차 대표자 회의에 앞서 7번의 실무회의와 4번의 운영위원회가 진행됐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당초 지난 1월31일 열린 1차 대표자회의에서 ‘대화체 구성 논의 기한을 50일로 정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지금 같은 상황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기존 노사정위에서 탈피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려면 현행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4월 임시국회 회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5월에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된다.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예정돼 있다. 휴가시즌인 7~8월에는 집중적인 논의가 어렵다.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지만 국정감사와 맞물린다. 국감이 끝나면 여야 간 예산안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4월 임시국회를 흘려 보내면 사실상 연말쯤에나 개정법안 처리를 기대할 수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법이 통과되면 그때부터는 대화에 참여할 위원들을 선정하고 검증해야 한다. 못해도 석 달은 걸릴 것이다. 결국 내년 이맘때나 돼야 본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노총 현 집행부 임기가 2020년 1월까지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위원장이 협상을 책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지은 지 20년이나 된 지금의 노사정위는 너무 낡아 있는 상태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새집이 필요하다.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개헌, 남북·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 같은 대형 이슈들이 쉼 없이 뉴스를 쏟아 내고 있다. 경영계 대표선수인 경총이나 대한상의는 사회적 대화를 ‘손해 보는 장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노동운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 세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의 정규직으로 살았다.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정규직은커녕 갈수록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던져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대교체와 삶의 질 저하가 동시에 전개될 여지도 크다.
사회적 대화가 대형 이슈들에 가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논의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는 우리 세대의 부조리를 바로잡는 동시에 다음 세대 삶의 기틀을 다지는 작업이다.

그런 만큼 어젠다 세팅이 중요하다. 사회안전망 강화가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사교육비만 줄어도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주거·건강·노후 불안이 줄어들면 삶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얘기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맞다. 준비가 부족했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에도 순서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합의하기 쉬운 의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노사정이 신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첨예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노동계에게 내년은 매우 뜻 깊은 해다.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고, 3·1운동 발발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다. 노사정 3주체가 대화의 속도를 조금만 높이면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의미 있는 선언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늦출 이유가 없다."

 

최근 노동계를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정권 초기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결정,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 신청,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 과정을 보면 정부가 노동계와 선 긋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정부는 노동계의 우군인가?

 "‘예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대놓고 사용자 편을 들던 과거 정부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측으로 편향됐던 국정기조가 중립지대까지는 온 것 같다.
물론 나도 정부를 향해 ‘노동계 입장을 100% 대변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 않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들도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실업급여 상한액 200만원으로"

노동계가 어떤 교섭전략을 들고 나오느냐에 사회적 대화의 향방이 달린 것 같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실질적 산별교섭으로 가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노총의 교섭전략은 무엇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웃음). 예를 들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하면, 사회 안전망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 지부터 정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임금을 받는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자가 원치 않는 실직 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생계를 위한 하향취업이 아니라 기존 소득을 유지하는 선에서 재취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 노동자가 2년 정도는 체계적인 재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업급여를 월 200만원 수준으로 높이고, 지급기간도 대폭 늘려야 한다.
노후 대비책도 필요하다. 국민연금 지급액 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노사가 각각 4.5%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동자들을 설득하겠다.
이렇게 의견 조율이 가능한 부분부터 접근할 생각이다. 한국노총은 교섭을 중심에 놓되 필요에 따라 투쟁을 배치하는, 냉온전략을 취하게 될 것이다."

 

노동 현안 관련 질문으로 넘어 가겠다. 지난달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졌다. 최종 입법과정에 노동계가 배제되면서 ‘노동계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도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비슷한 양상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사가 의제를 선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벌어진 일이다.
지금의 상황은 노동계에게 사회적 대화가 왜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사회적 대화 틀 안에서는 노동계가 주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틀에서 벗어나면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거고,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니까 입법발의에 나서는 것 아닌가. 국회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의 경우 제도개선 관련 소위원회에서 노사간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졌었다.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됐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을 제때제때 정리하지 못하면, 결국 타율에 의해 끌려가게 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최저임금 개정안들을 보면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를 포함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미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노동계가 힘을 발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당장은 정치권 내부 논쟁 때문에 국회가 최저임금 논의를 잠시 멈춘 상태지만, 갑자기 돌변해서 법안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지적하고 싶다. 수년째 통상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있었고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이 부분에 대한 법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 소견을 밝히자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통상임금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더 넓어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은 궁극적으로 ‘공정한 임금체계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려운 문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그 동안 노사는 개별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연공급 위주 임금체계를 유지해 왔다. 하루아침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운동, 변해야 산다"

 

연공급이 지속 가능한 임금체계라고 생각하나?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순수한 연공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있기는 하나? 한국전력공사의 노동자인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이미 최고 호봉에 도달한 지 5년이나 됐다. 내년부터는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임금체계가 변해왔다는 얘기다. 연공급이라고 해서 임금이 무한정 오르는 구조가 아니다.
또 ‘생애주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공급은 노동자의 생애주기에 맞춰진 임금체계다. 젊을 때 덜 주고, 목돈이 필요한 나이에 더 주는 방식이다. 자녀를 키우고 주택을 구매하는 시점에 임금이 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때문에 임계체계를 놓고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임금 지급총액을 유지하면서 직무급이나 성과연봉제로 전환한다? 그것 역시 조삼모사 아닌가. 어려운 문제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사회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노동조합에 기대되는 역할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나.

 "‘듣보잡’이 많이 늘었다. 듣도 보도 못한 ‘잡(job)’이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없었던 비정형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제도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묶어 내고 보호하는 일이야 말로 노동운동이 직면한 과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노동운동은 구태로 취급 받을 수 있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운동이 필요하다.
옛날 얘기를 하자면, 노동자들이 경찰에 얻어맞고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투쟁할 때 국민들은 연민의 시선으로 노동조합을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귀족노조? 뭐 어쩌라고?’하는 식의 냉소가 지배적이다. 국민들 눈에 노동조합은 또 하나의 기득권일 뿐이다. 연민은 무관심으로 변했다. 노동운동이 갈수록 고립되는 이유다. 노동조합은 달라져야 한다.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구은회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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