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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시대,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등록일 2019년07월31일 15시2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언제부터인가 <4차 산업혁명>은 국정과제를 설명하는 자리부터 입시학원이나 실용서까지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미래, 특히 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낙관적 전망과 더불어 은행업에서 핀테크 확산에 따른 대규모 인력감축, 판매서비스업에서 자율카트‧무인계산대‧키오스크의 확산에 따른 인력감축에서 보여지듯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결국 우리 일자리도 없애지 않을까?”

 

이번 7월호 <노동N이슈>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노동 간 관계에 대해 <스마트공장> 사례를 통해 실제적인 연구를 수행해온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의 이문호 소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소장은 현재 노동조합이 신기술의 도입을 반대할 수도 없으면서도, 고용축소의 문제를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 나서기 어려워하는 딜레마상황에 처해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스마트공장>의 도입 사례를 검토해볼 때 오히려 노동조합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수록 기술혁신과 친노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스마트공장>이란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서 구현된 모습을 일컫습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국제경쟁력을 높여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정책 방향은 현재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한국에서 스마트공장 구축수준은 기초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한국에서 스마트공장이 도입된 사업장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노동 배제적 사업장보다 노동 참여적인 사업장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훨씬 성공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스마트공장 도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기술혁신은 물론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즉 노동참여적 스마트공장을 구축할수록, 기술혁신을 통해 고용을 유지, 창출하고, 노동의 입지를 확대할 가능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소장은 우리 안에 숨어있는 ‘기술결정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술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강조합니다. 노동조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참여적 노사관계와 노동친화적 일터혁신을 위한 ‘질적 교섭’,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협업을 꾀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N이슈 <7월호>에는 4차 산업혁명시기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스마트공장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러분과 탐색해 봅니다.

* 이 자료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한국노총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1. 노조의 딜레마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데 노조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이미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없이는 한시도 지낼 수 없을 만큼 4차 산업혁명이 깊이 진행되어 있고, 이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산업현장에 투입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이 보인다.

 

다음의 어느 자동차회사 노조 간부가 한 말이 현재의 상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우리 각 공장도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에 있다고 본다. 기존에 많은 공정이 자동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차체, 도장은 많은 부분이 자동화 되었다. 다만, 현재까지 의장은 거의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차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술개발에 따른 의장 자동화가 발전된다면 현재 공장 내 근무하는 조합원들은 고용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도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자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K자동차 노조 간부)

 

산업의 고도화와 경쟁력을 위해 신기술의 도입을 반대할 수도 없고, 그러자니 고용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방치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조의 딜레마 상황을 말해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할 일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노조 간부들의 대부분(76.5%)은 스스로 노조가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표1> 노조간부가 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노동조합의 준비/대응 현황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의 입지는 줄어들까?

그렇다면 정말 위의 노조 간부 말대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 된다. 노조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은 자본의 이윤추구 수단으로만 이용돼 상생의 사회발전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이에 스마트공장의 사례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조가 할 일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스마트공장이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개최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스마트공장을 추진하여 2030년까지 제조업 ‘세계 4강’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보급하고, 2030년까지 스마트산업단지 20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최근 ‘사람중심의 스마트공장’을 확산한다는 노사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경사노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정 7개 기관이 참여해 사회적 협업을 통해 노사 상생의 스마트공장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현재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의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이며, 그 수단은 스마트공장이라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이란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서 구현된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즉,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이 생산과정에 접목되어 인간-기계-제품 및 전체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네트워크로 연결,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생산과 물류 및 서비스 시스템의 최적화를 추구한다.

 

물론 스마트공장의 수준은 나라와 기업마다 다르다. 한국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서는 그 수준을 5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수준은 대부분이(78.7%) ‘기초단계’(레벨 1·2)에 머무르고 있다(매일경제 19년 6월 4일). 이는 공장 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자동화 내지 자재흐름 또는 생산이력 추적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아직은 스마트공장이 목표로 하는 ‘지능형’ 설비를 통해 개인화된 다양한 제품을 대량생산 때의 비용보다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생산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스마트공장 지원·확대정책은 전세계적 흐름

그러나 제조업 부활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지원, 확대하려는 정책은 고무적이며, 국제적 트렌드로 볼 때 옳은 방향이라 하겠다. 2007~08년 세계 금융위기 시 서비스산업과 금융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이 나타나면서 국제적으로 실물경제의 중요성이 재인식 된다. 이후 세계는 ‘제조업의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제조업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Manufacturing USA’, 일본의 ‘Connected Industry’,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등이 각국에서 개발한 제조업 지원 정책들인데, 구체적인 내용과 전략들은 서로 다르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즉, 스마트공장을 구축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업의 부활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공장은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노동의 입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결국 노조는 앞서 말한 딜레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인가?

 

3. 스마트공장과 노동

 

스마트공장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노동의 양과 질 및 노사관계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계에서 연구된 조사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나타나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김성혁 외 2016; 황선자 외 2017; 황선자 외 2018; 이문호, 2019). 다음은 그 연구결과를 우리의 문제제기에 맞춰 종합해본 것이다. 여기서는 별도의 인용표시는 하지 않았다.

 

먼저 노사관계는 노동의 참여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스마트공장이 노동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가는지 아니면 배제적으로 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노동배제적인 사업장보다 노동참여적인 곳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M사와 Y사는 신기술 도입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가 협의하여 갈등 요인을 사전에 조정한다.

 

이를 통해 현장작업자들의 경험과 관점이 충분히 반영됨으로서 도입 후 기술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반면 S사는 생산시점 관리시스템(POP: Point Of Production) 도입 시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그 내용과 효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노조는 일단 거부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도입은 지연되고 노사 갈등이 생겨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술혁신이 어떤 사업장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오히려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스마트공장

다음은 노동의 양적 문제 즉, 고용의 문제다. 이는 노조를 가장 심각한 딜레마 상황에 빠트리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회사도 있지만, 늘어나는 회사도 많다. M사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인 자동화와 디지털화에도 인원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S사는 2017년 생산관리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과 로봇 설비 도입 후 고용이 11% 증가했다. 결국 고용의 증감은 기술이 아니라 경쟁력에 달려 있다. 자동화가 일어나고 물량이 그대로라면 인원은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이 향상돼 물량이 늘어나면 인원도 증가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프로세스 혁신(생산성·품질 향상)에 머물지 않고 제품혁신과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로 혁신의 영역을 넓히는 기업에서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의 질적 문제는 노동의 내용과 작업조직 및 노동조건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노동내용은 작업자가 힘들고 지루한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느냐 아니면 좀 더 내용이 풍부하고 높은 역량과 책임이 요구되는 일을 하느냐의 문제다. 전자의 경우는 직무만족도가 낮고 일을 기피하게 되며, 후자는 직무만족도가 높고 학습이 촉진된다. 여기서도 현재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H사에서는 컴퓨터 진단장비가 도입되면서 정비숙련공이 본래의 숙련된 일은 기계에 빼앗기고 자신은 단순 부품교체자로 전락했고, Y사에서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는 현장작업자들이 수행했던 보전 및 개선작업 등 문제해결 능력을 잃어버리고 단순 오퍼레이터로 직무가 격하됐다. 현장작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문제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제는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L사와 M사에서는 자동화가 정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단순 오퍼레이터보다 부분적인 보전과 엔지니어링 업무를 겸비하는 전문직을 라인에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 기계와 장비들이 자동화로 연결되면서 조그만 이상이 생기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중단되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돼 문제 발생 시 현장의 신속한 대응이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직·간접 기능이 현장으로 통합되어 노동내용이 과거보다 훨씬 더 풍부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배제보다 노동참여적 스마트공장이 더 경쟁력이 높은 이유들

또한 스마트공장이 비교적 많이 진척된 M사에서는 자동화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간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자동화율이 높아져 라인설비 비용이 8배로 증가했다. 때문에 라인을 한번 설치하면 10년 정도는 사용해야 경제적이다. 그러나 현재 전자제품의 수명은 점점 더 짧아져 4년 정도면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따라서 자동화율을 무작정 높이기보다는 노동의 다기능화에 의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노동내용의 변화는 작업조직과 결부된다. 아직까지는 생산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통제하는 ‘기술중심적’ 작업조직이 지배적이다. 여기서는 노동력을 가급적 배제하고 모든 걸 기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위의 L사나 M사와 같이 노동내용이 질적으로 높아지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친화적’ 작업조직이 발전되고 있다. 인간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역량과 역할을 확대시키기 위해 교육이 활성화되고 책임과 자율성도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계층별로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중간관리자는 ‘문서 작업’이 없어지고, 일일이 현장을 돌아보지 않고도 몇 번의 화면 터치를 통해 공정 상황을 알 수 있어 일이 훨씬 편해졌고 노동시간도 단축됐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현장작업자들은 바코드 부착이나 터치패드 입력 등 기존에 없었던 일이 부가되고, 실시간으로 공정의 상황과 이력추적이 가능해 노동통제와 성과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이 관리직과 생산직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현재 도입되는 기술이 대부분 생산관리시스템, 생산시점 관리시스템 등 스마트공장의 기초단계인 ‘생산관리’를 위한 기술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현재의 상황을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 노동조건은 더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화를 통한 노동통제 또는 성과압력의 문제는 S사나 C사처럼 노사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S사에서는 생산관리시스템, 전사적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s Planning)도입 시 현장의 정보가 작업자의 평가와 통제수단으로 남용되지 못하도록 단체협약으로 규정했고, C사는 위치추적 기술이 직원들의 통제와 감시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노사협약을 맺었다.

 

4. 노동조합의 과제

 

전체적으로 스마트공장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이중적이다.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기술에 양면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책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숨어있는 ‘기술결정론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함을 일깨워준다. 따지고 보면 앞서 언급한 노조의 딜레마는 기술결정론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기술혁신이 고용감소만을 유발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에서는 고용이 늘어난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마트공장의 사례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의 입지가 일방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노동의 입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스마트공장이 더 많이 진척된 회사에서 인간노동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기술혁신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 이는 노동에게 주어진 기회다.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데 적극 참여하면서 노동의 인간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노동조합의 ‘질적 교섭’이 중요

이를 위해 노조는 먼저 교섭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분배중심의 ‘양적 교섭’을 넘어 기술도입과 그 활용방식에 개입하는 ‘질적 교섭’으로의 확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개의 영역 즉, 노사관계의 개선과 일터혁신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노동배제적인 사업장보다 기술도입과 그로 인한 갈등요인을 노조와 사전 협의, 조정하는 사업장이 스마트공장 추진에 훨씬 더 효과적임을 볼 수 있었다. 노동참여적 노사관계가 스마트공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변화 시 ‘노사공동위원회’와 같은 노동의 참여와 소통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노사상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스마트공장이 고용창출에 기여하려면 공정 혁신을 넘어 제품혁신과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조는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공유, 논의하는 노사협의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독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일터혁신이다. 우리는 자동화 정도가 높은 사업장에서 자동화의 한계와 인간노동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는 아이러니를 보았다. 이는 기계와 인간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협력적인 관계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어렵고 지루한 단순반복적인 작업은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면 스마트공장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배제적 자동화가 아니라 기계와 인간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일터혁신이 필요하다. 즉, 기계의 생산성·정확성과 인간의 유연성·창의성이 결합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터혁신은 노사가 공동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는 기술이 아닌 노동의 능력에 의존하게 돼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에 힘쓰게 되고 직무만족도가 높아지며 고용도 안정된다. 이를 위해 노조는 교육·훈련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화로 인해 노동통제가 강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몇몇 사업장에서 보았듯이 노사협약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격차를 없애는 것도 스마트공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의 효과성은 전체 가치사슬이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협력체제를 구축할 때 더욱 높아진다. 네트워크의 특성이다. 자동차산업의 2차 벤더인 S사는 생산시점 관리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열처리를 담당하는 협력업체(3차 벤더)가 기술부족으로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본래 기대했던 기술혁신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렇게 스마트공장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경제 민주화도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이를 위해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필수적이다.

 

전체적으로 스마트공장을 통해 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조의 과제는 참여적 노사관계와 노동친화적 일터혁신을 위한 ‘질적 교섭’과 경제 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협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참고문헌

 

김성혁 외(2016), 『디지털 시대 노동의 대응』, 금속노조

황선자 외(2017), 『4차산업혁명과 노동조합의 과제』, 한국노총중앙연구원

황선자 외(2018), 『기술 변화와 작업장 혁신』,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이문호 외(2018), 『미래형 자동차 기술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 금속노조

이문호(2019), 「디지털화와 노동의 인간화, 그리고 노조의 과제 –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고려대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 『백년의 시민, 노동의 미래』, 2019 한국노동사회포럼(4.25~26)

 

문의 및 각종 제안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정혜윤 연구위원

02) 6277-0163

smhansa@inochong.org

 

정혜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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