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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정책 평가와 노동조합의 과제

문재인 정부 3년 평가 토론회 지상중계

등록일 2019년06월03일 09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우며 출범한 문재인정부 임기가 3년차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년간 정부는 경제 및 노동 시장에서의 차별과 격차 해소, 노동기본권 및 노사관계,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들이 후퇴하고 있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및 결정구조 이원화 시도, 공공부문 민간위탁의 정규직화 지체, 주 52시간 상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 경사노위 파행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5월 28일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소회의실에서 <문재인정부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정책 평가와 노동조합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깅경협·어기구·한정애 의원실이 공동주최하고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지난 2년의 고용노동정책을 평가하고 노동조합의 과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사회자는 이병훈 교수(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발제자는 김유선 이사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과 정흥준 부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 토론자는 정문주 정책본부장(한국노총), 이주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문은영 소장(워라밸리서치), 이덕재 수석전문위원(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 담당했습니다. 
노동N이슈 <5월호>는 본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지상중계합니다.

 

 

 

 

 

 

 

 

 

 

 

 

 

 

노동자들의 기대와 지지 속에 출범한 정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자들의 이해와 상반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과거정부보다 진일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후퇴 기조에 노동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기도 하다.
본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병훈 교수는 이번 토론회가 단순히 정부정책을 <평가>하는데 멈추지 않고 대안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며 논의를 이끌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논쟁점 
 
김유선 이사장은「문재인정부 노동정책 2년 평가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1년차에는 노동공약이 비교적 성실하게 이행된 데 비해, 2년차는 많이 후퇴하며 평점 c+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본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이용득의원은 C+학점도 후하다고 볼 정도로 현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이사장은 정부정책 후퇴의 원인 중 하나로 2017년 6월 이후 경제지 중심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최저임금 기사에 주목했다. 아래 <그림1>에서 알 수 있듯이 2018년 최저임금기사에 대한 경제지의 보도량은 일간지의 3~4배를 넘어선다. 그리고 경제지를 중심으로 유포된 기사들 중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실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상평 내지 자영업자 인터뷰 중심의 단정적인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그림1>  최저임금에 관한 언론 보도
출처: 김유선(2019),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2년 평가와 과제.” 『문재인정부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 정책 평가와 노동조합의 과제 토론회 자료집』, p.13. 

 

그런데 2018년 발표된 실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김이사장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및 노동시간에 끼친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지 않다. 또한 자영업자수의 감소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 사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는 552만 명, 임금인상액은 7.2조원 정도로, 전체 임금총액의 1%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최저임금인상이 임금불평등을 완화시키기고 저임금계층을 축소시키는 효과는 비교적 분명하게 통계적으로 드러난다.


결과보다 과정, 단기 성과보다 원칙이 중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부담이라는 이야기는 단순히 보수신문이나 경제지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격하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해왔던 노동계는 한층 고민이 깊었다. 토론자로 나선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문제가 자영업자와 노동자 간 갈등양상으로 전개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의 불만이 이어지자 여당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다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을 노동계를 배제하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지만 인상 효과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주희 교수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과정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제도 자체 뿐 아니라 제도에 참여하는 행위주체들 간 신뢰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뿐 아니라 각 행위주체들이 단기간에 성과나 변화에 지나치게 주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치와 단기 실적보다는 과정과 원칙을 만들어 이후 정부에서도 지속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고용노동부가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거나 정규직화 비율 등 수치를 따지기보다는, 정부의 노동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취약계층 정책에 대해 토론한 문은영 소장 역시 단기 성과보다는 명확한 데이터 확보와 심층 정책 설계를 강조했다. 문소장에 따르면 수치상으로는 현재 취약계층 정책예산과 정책수혜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 이유는 수혜를 받아야 할 대상이 정책 대상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매우 좁은 수치목표만으로 설계되어 있기(가령 취약계층의 취업률과 같은) 때문이다. 즉 정책효과가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거나 정책대상자가 체감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정부의 노동공약 이행

 

정흥준 부연구위원은「문재인정부 사회적 대화와 노사관계의 평가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17개 노동정책 공약 중 5개만 추진이 완료, 7개는 진행 중, 나머지 5개는 아예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표 1> 참조). 특히 정부 출범 초기에는 힘 있게 노동정책을 추진하다가 2018년에는 개혁보다 정책의 유지 관리로 들어갔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이는 정부나 정당뿐 아니라 노사관계나 노동정책을 고민하는 주체들의 역량부족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표 1> 문재인정부 노동정책 공약사항 이행


출처: 정흥준(2019).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평가와 노사관계 과제.” 『문재인정부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 정책 평가와 노동조합의 과제 토론회 자료집』, p.29. 

 

발제자들은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 중 하나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교적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양적 수치에만 의미를 두며 자회사 설립을 남발한 것은 이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가 민간부문의 <정규직화>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사회적 대화

 

이번 토론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었던 이슈 중 하나는 사회적 대화였다. 김유선이사장은 민주노총이 내부 리더십 문제로 참여하지 않으며 경사노위 운영이 난국에 빠진 데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이제 경사노위 시스템이 민주노총 참여라는 강박을 벗어나 참여하지 않는 주체는 불참 그 자체로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제자와 토론자들 모두 현재 사회적 대화가 표류하게 된 데에 정부가 장기적 발전 목표 없이, 정치권이 처리하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떠넘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덕재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의·자문기구가 존재하며, 한국의 경사노위가 사회통합을 꾀하는 대화기구이자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혼재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탄력적근로제 합의에서 드러나듯이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 간 갈등 양상이 나타난 것은 제도의 안정화 과정에서 보이는 과도기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의 정문주 본부장은 올해 7월이 되면 경사노위의 모든 의제별 위원회 논의기간이 종료되고, 업종별위원회 3개만 남게 되며, 6월 국회에서 경사노위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사회적 대화에 진전이 있으려면 경사노위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기보다는 노사정 주체들이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작은 협의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노동조합은 요구와 논평을 넘어서 대안을 만들어야

김 이사장은 앞으로 노동정책의 분기점은 ILO 핵심협약 비준문제가 될 것으로,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과 법 개정 및 제도 개선 추진 여부에 따라 노정 갈등의 해소인가 확대인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보았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아직 중간고사 정도 치룬 단계로 앞으로 팀프로젝트도 해야 하고 기말고사도 치루어야 한다며, 정부 뿐 아니라 각 노동계 행위주체들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총평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의 첫 출발은 산뜻하고 상큼했으나, 구체적인 정책 과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노동계도 복잡한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동정책 결정과정은 정부뿐 아니라 여야관계, 정당, 국회, 재계, 관료 등 다양한 내부 역학구도가 존재하고 노동계는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계를 비롯한 한국노총이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현 정부가 남은 3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성찰과 대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노동존중 사회의 실현을 위해 노동조합의 보다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고 함께 해결할 많은 과제가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정혜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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