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7일과 9월 2일, 한 달 새 2명의 부산항 청원경찰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 분은 암이 퍼졌고, 한 분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부산항보안공사(BPS) 청원경찰 노동자들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두 분 모두 야간근무와 과로가 만연하는 3조 2교대 근무자였다. 부산항 청원경찰은 1급 국가 중요시설인 부산항만의 방호를 책임지고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창립 이후 55년간 3조 2교대 근무형태였고, 수년간 4조 2교대로의 변경을 요구했지만, 부산항보안공사(이하 BPS)와 모회사인 부산항만공사(이하 BPA)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동자가 죽는 비극에도 BPS는 추모나 입장표명 없이 사내망을 통해 인사발령(당연퇴직)을 명했을 뿐이다.
20년 이상 항만보안을 위해 일한 2명의 노동자를 헌신짝처럼 대우했다. 공공연맹은 사측에 공식적인 사과와 업무상 산업재해 인정 및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해양수산부 연구용역 결과, 3조 2교대제 심야노동 문제있어
사망 사건 발생 수년 전부터 BPS 노조는 3조 2교대 철폐와 청원경찰의 인간다운 삶을 주장하며 여론화를 위한 1인시위 및 집회를 열어 왔다. 노동청 권고, 시정지시서 등을 바탕으로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처우개선 요구를 했고, 4년 연속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 거론된 바 있다.
▲ 부산항만공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심준오 BPS 노조 위원장
BPS 청원경찰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22년 해양수산부와 BPS는 별도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해양수산부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BPS 노동자들의 중도퇴직이 매우 높고, 높은 업무강도, 낮은 기본급 등으로 지속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4조 2교대제 근무형태의 표준화 적용과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BPS와 모회사인 BPA는 요지부동이다.
46일간 철야 천막농성...4조 2교대로 변경 절실
3조 2교대인 BPS 청원경찰은 부산항에서 경력을 쌓고 근무형태 및 처우가 좋은 타지역으로 이직한다. 이에 심준오 BPS 노조 위원장은 4월 15일부터 모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BPA) 앞에서 MZ 세대의 탈(脫)부산을 막고, 양질의 4조 2교대제로 변경을 요구하며 두 평 남짓한 천막에서 철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 BPS 노조 천막농성
천막 농성장에는 격려 방문이 이어졌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정정희 공공연맹 위원장은 BPS 청원경찰 처우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 밝혔다. 농성 투쟁 결과 4조 2교대 개편을 위한 부산항만공사(BPA)-부산항보안공사노조(BPS 노조)-부산항보안공사(BPS)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가 구성됐다.
심준오 위원장의 건강상태 악화를 우려해, 공공연맹은 BPS노조 교섭을 연맹으로 위임을 요청했다. 이에 5월 29일 약 50개 회원조합 300여 명이 참석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46일의 철야 천막농성을 마무리했다.
4조 2교대 변경을 위한 3자 협의체 구성
BPA·BPS노조·BPS 3자 협의체는 현재 7차 회의를 진행 중이다. 안건으로는 교대제 변경, 4조 2교대 시범운영 선정, 근무지 및 임금체계 연구용역에 대한 협의이다. 부산항 청원경찰의 3조 2교대 근무형태가 4조 2교대로 변경은 숙원이다. 그러나 BPA는 교대제 변경에 따른 근무시간 단축을 이유로 들어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BPS노조, 연맹으로 교섭권 위임
교섭권이 위임되어 공공연맹-BPS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BPS 사측은 현재 모·자회사 간 불공정한 위·수탁 계약으로 인해 잔여 예산 전액이 BPA 모회사로 반납되어 부산항 청원경찰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재 제3차 교섭까지 했지만, 사측의 미온적인 태도와 더불어 BPA의 사용자성 불인정의 이유로 협상은 정체되고 있다.
교섭 중 사측 위원, BPS노조 위원장에 물병 던져
8월 21일, BPS 대회의실에서 제3차 임금·단체교섭 중 상호 이견이 발생했다. 교섭 중 사용자 위원의 하대와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 심 위원장은 정상적인 교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물병을 바닥에 던져 교섭 종료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BPS 사용자 위원이 심준오 BPS 노조 위원장에게 맞대응이라며 개봉되지 않은 물병을 던졌다. 심 위원장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폭행 피해자인 심 위원장은 폭행으로 경찰에 고소하고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공공연맹은 즉각 사죄와 해당 교섭위원에 대한 처벌, 가해자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사측의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측은 저임금·고강도 업무에 지치고 죽어 나가는 청원경찰 노동자의 처우개선 해결에 의지가 없다.
BPA가 나서서 문제 해결하라!
모회사인 BPA도 방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BPA는 뒤에 숨어서 BPS를 통해 BPS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BPS는 BPA의 승인 없이는 노·사간의 단체협약 체결 등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 이유로 ① 위‧수탁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며 ② 임금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항만공사는 보안공사와의 위‧수탁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거나 해지할 수 있어 보안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어 업무상 배임죄가 된다는 점 ③ 단체협약 체결로 보안공사는 항만공사로부터 감사를 요구받거나 영업의 보고를 요구받을 수 있는데, 어길 시 상법 제635조 제1항 제25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5월 29일 부산항만공사 앞, ‘임금 저하 없는 4조 2교대 변경! 불공정한 위·수탁 계약 개정 촉구! 총력투쟁 결의대회’
BPS는 책임을 BPA로 넘기려고 하고 원청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BPA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제2조 규정의 개정을 추진을 권고했다.
대법원에서도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을 내고 있다.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에 노동자는 죽어 나간다.
공공연맹은 BPS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위해 잔여 예산을 모조리 모회사로 반납하는 불공정한 위·수탁 계약을 개정토록 하고, 진짜 사용자인 BPA와의 교섭으로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