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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삶과 연극 아버지와 독재자

등록일 2014년11월14일 17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972년 대한민국, 있을 지도 모를 첫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김일성의 대역을 만들어 대통령의 회담을 연습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 변두리에 살고 있는 성근(설경구)은 무명 연극배우인데, 성근에게는 어린 아들 태식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성근의 극단에서 리어왕 공연을 앞두고 주연배우가 갑작스럽게 극단을 나가면서 모든 대사를 외우고 있던 성근에게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긴다. 드디어 무대에 오른 성근은 무대공포증에 긴장해 대사를 잊어버리고 웃음거리가 된다.

 

삶이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영화 <나의 독재자>의 출발은 이렇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명 연극배우 성근에게 삶이란,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도착해야 알 수 있다. 그 마지막 장면에 도달하기 전에 성근이 스스로를 김일성이라고 믿게 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본다. 안기부에서 연극 오디션을 보고 성근을 포함한 많은 무명의 연극배우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오디션에 참여하는데, 오디션에 1차 합격된 배우들은 어떤 건물에 감금되고 군인들에 의해 폭행당하면서 고문을 당한다.


이 오디션은 그 고문을 이겨낸 사람, 그래서 김일성의 대역을 맡고도 정부의 허위의식을 토설하지 않을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 성근은 결국 오디션을 통과하고 연극과 교수 한 명과 주사파 학생운동가 한 명과 함께 연극팀을 짜서 성근이 김일성이 되기 위한 대본과 연극을 준비한다.
이때 성근은 아들 태식과 하나의 약속을 한다. 너를 위한 굉장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너에게 그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첫 남북정상회담은 결렬되고 성근의 그 무대는 마련되지 않지만 성근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김일성이라고 믿게 된다. 아니 김일성이 된다.

 

관객의 존재 없는 예술은 없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1994년 대한민국, 성근은 요양정신병원에 감금되어있다. 그리고 22년 전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있는 아들 태식(박해일)은 다단계 일을 하면서 돈만 추구하며 살아가는 양아치가 되어있다. 태식은 사채 빚을 가지고 있는데 22년 전에 아버지와 살던 허름한 집이 개발되면서 땅값이 치솟자 아버지의 인감도장이 필요해 요양병원에 가서 아버지를 데리고 옛집을 찾는다.
하지만 아버지 성근은 아직도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생각하면서 반미반제 민족주의와 혁명위업을 외치는 독재자 수령동지다. 태식은 그런 성근과 동거를 시작하며 인감도장을 찾아내려 하지만 결국 정신 나간 아버지를 포기하려 하는 순간,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정부가 성근을 찾아오면서 22년 전에 취소되었던 그 무대가 극적으로 마련된다.

 

대통령과 김일성 대역의 성근이 만나는 가짜정상회담. 성근은 그 무대를 아들 태식이 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남한의 대통령을 만난 성근은 배우가 아닌 김일성이 된다. 회담은 북핵문제까지 도착하면서 격렬해지는데 대통령은 이제 그만 됐다면서 일어나 나가려고 한다. 바로 그때 성근은 22년 전의 리어왕 무대, 자신이 잊어버려 웃음거리가 되었던 그 대사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아들 태식을 위해.
그 무대, 그 순간의 성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정부 고위 공무원들과 태식뿐이다. 그 모두에게 성근은 정신병자일 뿐이지만 아들 태식에게만은 예술가다. 성근은 22년 동안 그 무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예술가다.

 

태식,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순간 알게 된다. 성근에게 삶이란, 예술이란 무엇인지. 바로 관객이다. 그것이 단 한 명뿐일지라도 관객의 존재 없이 예술이란 성립하지 않는다. 영화 <나의 독재자>는 김일성을 연기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한 무명배우의 처절한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통해 대한민국 근대사를 가로지른다.

 

<편집자주> 그동안 영화로 풀어본 세상을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2월호부터는 새로운 코너가 시작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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