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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별’ 故이가영 동지 영전에 부쳐

서울반도체는 노동조합 인정하고 사고재발방지 근본대책 수립하라!

등록일 2019년05월10일 16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반도체 노동자, 또 별이 지다”

 

지난 4월 8일, 경기도 안산 소재 서울반도체 노동자 이가영 동지가 악성 림프종으로 목숨을 잃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젊은 반도체 노동자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이가영 동지는 2015년에 서울반도체에 입사하여 3년 남짓의 기간 동안 LED반도체 몰드공정에서 근무하였으며 악성 림프종 발병 이후 치료와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했다. 12시간 주야 맞교대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뎌내며 서울반도체에서 일한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여섯을 갓 넘긴 젊고 성실한 노동자이자 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딸이었다.
 

故이가영 동지가 근무했던 서울반도체 사측은 과거 역학조사 결과로 해당 작업환경에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더구나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노동자는 본인이 직접 일하는 공정뿐만 아니라 다른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도 쉽사리 노출되기 십상이라는 것도 모를 리 없었다. 
 

따라서 사측은 유해물질의 복합적인 노출에 따른 상승작용까지 고려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공정 노동에 대한 근본적 안전대책 없이 회사에 유리한 데이터만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서울반도체 노동자들은 그렇게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측의 방관 속에 매일 죽음의 문턱으로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었다.
 

삼성반도체 故황유미 님 백혈병 사망사고로 잘 알려진 첨단산업분야 산업재해사고는 날이 갈수록 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자료에 따르면 첨단산업분야 산재 신청자는 2018년 12월 23일 기준 총 116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그리고 서울반도체까지 전국의 수많은 첨단산업분야 사업장에서 신청인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산업재해질병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많은 노동자의 신음에, 사측은 대부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라는 앵무새 같은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은 너희들 몫이라는 뜻이다.
 


 

“작은 삼성, 무노조도 닮은 꼴”

 

서울반도체 노동자들은 회사를 ‘작은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동종업계라는 것이 닮았고, 산재사고도 모르쇠, 노동조합도 모르쇠 하는 것도 삼성과 판박이다. ‘사장이 노조 만들면 문 닫는다고 하더라’라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할 정도로 경영진의 반노조 정서가 강하다. 중간 관리자들도 경영진, 특히 대표이사 사장의 반노조 정서에 대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장의 무노조 경영원칙은 확고하다. 
 

15년 전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해 모였던 서울반도체 노동자들은 석연찮은 이유로 모두 해고되었다. 사측의 와해 공작으로 인해 노조 결성은 결국 실패하였고 경영진의 무노조 경영원칙은 지켜졌다. 노동조합을 하면 진급 배제는 물론 여차하면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 정서적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그로부터 15년 뒤 2018년 7월, 박정훈 위원장이 비밀리에 삼삼오오 조합원들을 규합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사측은 인사팀 사원들과 자회사(서울바이오시스)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다시 노조 파괴공작을 시작했다. 
 

사측에서 동원한 소위 구사대는 피켓을 들고 노조가 회사를 망치고 있으니 해체해야 한다고 노조를 향해 시위했다. 구사대는 사측의 노조파괴 논리를 그대로 베껴와 근거 없는 악소문을 퍼뜨리고 노조를 매도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 때문에 수주가 끊겨 회사가 곧 폐업할 것이라는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려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방해했다. 그 사이 사측은 피해자 몰래 산재처분취소 소송을 걸었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가영 동지에게 직접 찾아가 회사가 당신에게 소송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서울반도체는 근로복지공단의 故이가영 노동자 업무상 질병 인정에 불복하여 산재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유족과 반올림, 노조가 반발하자 4월 10일,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꼭 싸워서 이겨달라는 고인의 뜻을 따라”

 

현재 서울반도체노동조합은 사측의 노조탄압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故이가영 동지 추모 및 노조의 실질적 인정과 산재사고 재발방지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전면 투쟁에 돌입해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련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여 금속노련 안산시흥지역본부, 그리고 경기본부 산하의 안산지역지부가 서울반도체노조의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안산지역의 여러 단위노조의 든든한 연대와 지지 속에 매주 화/목, 아침 8시 반에 회사 정문 앞에서 추모 및 투쟁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화요일은 노조자체집회로, 목요일은 연대단체 공동집회로 개최하여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비타협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故이가영 동지는 생전에 병상에 누워있는 본인을 상대로 산재처분취소 소송을 하는 등 사측의 몰지각한 행태를 보며 어머니에게 “꼭 싸워서 이겨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고인의 뜻을 따라 다시는 우리 일터에서 이와 같은 산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투쟁에 총력을 다 할 계획이다. 사업장 내 공정 과정 중 발생되는 벤젠 등의 유해물질 차단을 위해 국소배기장치 및 차폐장치의 정상작동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가스유입 의혹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측의 서울반도체 작업장에 대한 인식전환이 강력히 요구된다. 사측은 소송은 철회했지만 여전히 서울반도체가 위험사업장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해당 사업장이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벤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고위험군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생산직 노동자의 근본적 안전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나 많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더 죽고 고통 받아야 인정할 것인가. 현 입장을 유지하는 이상, 서울반도체는 악질 삼성에 다를 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서울반도체노동조합 박정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서울반도체에는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가?

 

“노동자 평균 근속년수가 4년이다. 사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신입사원들을 계속 채워 넣으려고 한다. 생산직 장기근속자들은 열악한 처우에 업무강도는 날이 갈수록 세지면서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아파서 병가를 쓰다가 못 견뎌서 나가는 사람도 있다. 사장은 회사에 노조가 결성되면 회사 문 닫고 자기는 주식 팔아서 편하게 놀겠다고 한다. 예전에 노조를 결성하다가 말로는 퇴사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해고를 당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회사에는 반드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서울반도체는 실제 유해물질 발생 사업장인가?

 

“노동조합은 서울반도체가 유해물질 발생 사업장이라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집회를 열어 사측의 안전사업장 논리를 구체적으로 반박하였다. 그러자 사측은 전 직원을 상대로 인터뷰 형태의 재반박 방송을 했다. 서울반도체에는 유해물질은 없고 노출수치는 산모가 있고 아기가 태어나는 곳의 1/3 수준밖에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노조는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와 비교했을 때 서울반도체의 노출기준 수치나 인원대비 산재 발생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여 우리 동료들이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발생하는 작업장에서 적절한 안전장치도 없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故이가영 동지 사건에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잘 몰랐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즈음에 퇴사처리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가영 씨가 야간작업 도중 허리통증으로 반차를 쓰게 해달라고 했는데 반장이 안 된다고 하면서 정 아프면 점심시간에 근무시간을 채우고 가라고 했단다. 그래서 겨우 새벽이 되서야 나와서 병원에 갔다가 악성 림프종 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반올림을 찾아가 상담하고 산재신청을 했다. 산재사고 발생 당시에는 노동조합이 없었다. 노동조합에서 사건을 구체적으로 인지한 후에 반올림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가영 씨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매주 추모집회를 열어서 사측에 대해 산재사고에 대한 궁극적인 인정 및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고 이후 사측에서 한 안전조치라고는 단순청소를 실시하는 것이 전부다.”

서울반도체노동조합은 아직 노조사무실도 없고 근로시간 면제도 적용 받지 못한 상태이다. 16차에 걸친 단체협상에도 사측은 단지 자리를 지키는 정도의 형식적 자세로 임하고 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충혈된 눈으로 노총과 국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분주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정훈 위원장은 “대표이사 사장의 전면적인 태도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태도를 바꿔야만 서울반도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싸움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앞으로 긴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우리 조합원들, 그리고 연대해주시는 분들께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노동조합과 함께 하는 이 싸움 죽어도 포기 안합니다.” 조용조용하면서도 단호한 결의가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지켜내고자 위원장의 결의에 힘찬 연대의 박수를 보내며, 안산지역 새내기노조, 서울반도체노동조합의 힘찬 투쟁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故이가영 동지 영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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