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표지물 1,292개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여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코리아 충돌을 정지시키기(그만) 위하여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코리아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정전협정문이 조인되었다.
이 협정은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으로 “코리아에서의 교전 쌍방에만 적용”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 전쟁이 정지된 것은 아니었다. “적대행위의 완전 정지는 본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12시간 후부터 효력을 발생한다”는 조항에 따라 실제 전쟁이 정지된 시간은 1953년 7월 27일 밤 10시였다.
정전협정문에 첨부된 지도에 근거하여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위치와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범위가 확정되었다. 국제연합국 총사령관이 임명하는 고급장교 5명, 조선인민군 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공동으로 임명하는 고급장교 5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군사정전위원회가 군사분계선 표지 책임을 맡았다. “적대 쌍방 사령관들은 비무장지대와 각자 지역의 경계선에 따라 표지물을 세운다. 군사정전위원회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양 경계선에 따라 설치한 일체 표지물 건립을 감독한다”고 명시했다.
정전협정문에 의거 군사분계선 248킬로미터를 따라 약 500미터 거리를 두고 석면이나 금속으로 된 표지물(MDL Marker) 1천292개를 설치하였다. 북쪽에서 바라본 표지물은 황색 바탕에 흑색으로 한글과 한자, 즉 “군사분계선 軍事分界線”이라고 표기되었으며, 일련번호를 4개의 아라비아 숫자, 예를 들면 0265라고 기록하였다. 남쪽에서 바라본 표지물은 황색 바탕에 흑색으로 한글과 영어, 즉 “군사분계선 MILITARY DEMARKATION LINE”이라고 표기되었으며, 일련번호를 4개의 아라비아 숫자, 예를 들면 0265라고 기록하였다. 표지물 규격은 가로 99cm, 세로 50cm, 높이 지상 132cm, 지하 매설 71cm, 각 기둥 1면의 길이는 15cm로 하였다.
정전협정문에는 휴전이나 휴전선이라는 말이 없다. 정전이고,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다. 6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정전협정문은 사문화되면서 “적대 쌍방 간의 적대행위와 무력 행동”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코리아 경외로부터 군사 인원을 들여오는 것을 중지한다.” “코리아 경외로부터 증원하는 작전 비행기, 장갑차량, 무기 및 탄약을 들여오는 것을 정지한다.” “일체 해상군사역량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 통제 하에 있는 코리아 육지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코리아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 껍데기만 남은 조항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지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사진). 이제는 녹슬어 군사분계선 글자마저 읽을 수 없는 군사분계선 표지물 철판을 보면서 두 정상이 가슴에 담았을 소회는 무엇일까.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