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백수의 왕인 까닭
백수의 왕 사자가 동물의 왕이 된 것은 단지 이빨과 앞발톱이 강하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할 것이다. 물론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앞발톱도 한 요인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사자가 백수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전투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단결하여 사냥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전투능력으로 따지면 사자는 덩치 큰 코뿔소나 코끼리를 당해내지 못한다. 한 무리의 사자들이 사냥하는 것을 보면 사람 뺨칠 정도의 작전을 구사한다. 사자들은 앞에서 쫓고 뒤에서 공격하는 집단사냥을 주로 하는데 초식동물들은 이 작전에 어김없이 당하고 만다. 때로는 사자들이 자신들 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코끼리나 기린을 사냥할 때가 있다. 한 마리의 사자 전투력으로는 턱 도 없는 일이지만 사자들은 일치단결해서 끈덕지게 앞다리와 뒷다리를 물고 등에 올라 타 상대를 지치게 하여 큰 덩치를 쓰러트린다. 이것이 백수의 왕 사자가 동물의 왕으로 군림하는 비결이다. 하지만 사자가 제 아무리 백수의 왕이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사냥을 하지 못한다. 자칫 혼자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물소에게 함부로 달려들었다가 뿔에 받혀 죽거나 심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올해 5월1일은 제128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노동절은 1886년 하루 8시간노동제 쟁취를 위해 자본가와 맞서 투쟁하다 피 흘린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하는 하루 8시간 노동제의 배경에는 피나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했기 때문에 8시간노동제를 쟁취할 수 있었다. 선배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하루 15∼16시간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대우와 장시간 저임금에서 해방되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미 노동운동의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노동자가 단결해야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인상시키고 법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안타깝게도 매우 저조하다. 2016년 현재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자 1천917만 명 중 196만6천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장 높았던 1989년도에는 전체 노동자 975만 명 가운데 193만2천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조직률은 19.8%였다. 낮은 조직률도 문제지만 조직 구성도 문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55%인 반면, 1백인 미만 사업장은 1%도 채 안 된다. 1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전체노동자의 80%에 해당하는 1천500만 명이 넘지만 조합원은 고작 15만 명 정도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2.6%다. 한국노총이 2016년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합원 중 95% 정도가 정규직노동자다. 여성조합원 비중은 16.5%에 불과하다. 통계와 조사결과를 보면 노동조합은 정규직 대기업 남성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1700만 명이 넘는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바깥에 있다. 노동운동이, 한국노총이 대의명분을 확보하고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려면 이러한 조직구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미조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게 주변을 살피고 지원하자. 노동자가 생산의 주체이고 역사의 주인이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결했을 때 얘기다. 단결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처우에 분노하지 못하고 투쟁하지 못한다면 생산의 주체는 될 수 있어도 역사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00만 조직화를 위해 매진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결의가 결의로 그치지 않도록, 128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자.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