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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및 고용안전망 강화 합의의 의미

등록일 2019년04월05일 15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지난 3월 5일 제15차 전체회의에서,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의 의견접근에 성공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18년 8월 2l일,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보다 구체화시키기 위한 후속합의이다. 향후 노사정은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청년, 고령자, 여성, 비정규직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개혁 및 빈곤문제 대책 등 사회안전망 강화관련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사회적 대화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제도개편,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등과 같은 노사의 이해대립이 뚜렷한 노동현안 의제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은 사회안전망 강화, 양극화 문제해소 관련 의제에 있어서는 노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논의에 참여해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저소득층 구직자 보호

 

고용안전망 강화와 관련한 이번 합의는 실업급여 수준을 현실화 하는 등 고용보험 제도를 내실화하고 고용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하는 한편, 특히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저소득층 구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도입에 있어서 노사정간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자. 


첫째,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층 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서비스와 생계지원을 결합한 ‘한국형 실업부조’의 도입방향과 운영원칙에 합의하였다.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은 국정과제와 최근 정부의 고용정책 추진계획에서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노사정은 단순히 정부가 예산범위 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시혜적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법률에 근거해 일정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구직자라면 누구나 실업부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원대상을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으로 정했다. 지원금액은 최저생계보장 수준의 정액급여로, 6개월 원칙으로 시작한다. 당초 정부는 지원대상을 중위소득 60%이하 저소득층까지 할지여부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일단 제도 도입 이후 제도운영의 성과 및 다른 지원제도와 정합성을 고려하여 지원대상 및 지원액을 적극 확대하기로 하였다. 


한국형 실업부조가 도입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실직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임시적 등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짧거나 보험료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구직의사가 있더라도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이제 실업부조의 도입으로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층 청년구직자,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들은 실업부조의 지원을 받으며 구직활동의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모성보호 급여사업에 대한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도 모성보호 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는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해 왔는데 이번 합의에서 그 지원 수준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적 분담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업급여 수준도 현실화한다. 최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연장하면서 실업급여 하한선(현행 1일 6만120원)을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조정하는 안이 의결된 바 있다. 반면 실업급여 상한액은 정액(현행 1일 6만6,000원)으로 하한액과 거의 차이가 없고,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하한액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구직활동 기간에 생활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보수월액 기반의 고용보험 제도를 소득기준으로 개편하는 것 역시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는 추세 속에서 사회안전망 적용 기반을 넓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 실업부조 지원대상자에 대한 심층상담과 실효적 고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상담인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OECD 주요국의 경우 일본 90.4명, 프팡스 88.5명, 독일 44.8명 영국 22.3명 등 우리나라의 현실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상담인력을 선진국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공적 고용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행까지 여러 난관과 과제 남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15차례나 회의를 하면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합의가 법제화되어 실제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난관과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 일반회계 예산을 투입해야 되는 실업부조 제도가 국가의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대상과 급여 수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법제화 과정에서 일부 야당의 반발도 예상된다. 


실업부조 수급자에게는 구직기간 동안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야 실업부조 제도가 고용으로 이어지고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지원대상도 기준 중위소득의 50%가 아니고 60%까지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우선은 어떻게 해서라도 하루 빨리 제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 시행 후 수급자 상황과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점차 수급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국노총은 작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키며 노동존중 사회,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사회연대-통합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노사관계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노동자들은 산업사회의 구조조정 및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변환기에 직면하여 고용불안과 양극화 심화로 인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경제사회 주체들의 중장기적 고민과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안전망 개선을 위한 노사정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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