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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안전보건교육, 왜 참여형 학습이어야 하는가?

등록일 2018년12월05일 16시1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진우 서울산업안전컨설팅 대표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과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을 목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사업주의 의무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 즉 작업자의 권리이다.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의 ‘목적’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며, 보호책임을 지는 사업주가 하여야 할 여러 조치에는 작업 또는 직무에 포함된 위험에 대해 노동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스스로 대응력을 키우는 핵심 수단으로서의 안전보건교육 의무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의 안전보건교육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으로서,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주·회사·관리자·강의자 관점에서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 피 교육생 즉 학습자의 입장이나 관점이 고려되기보다는 교육 주체 또는 강의자가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된 교육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로 많은 안전보건교육에 대해 피 교육생인 노동자들은 이를 의무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행하는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행사로 인식하게 되고 심지어는 벌칙성 교육, 즉 법규나 규칙의 예비 위반자에게 선행적으로 제공되는 벌칙의 일부인 듯 인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당연한 결과로, 대부분의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는 거의 없으며 각자가 그 시간을 강사나 회사 측에 수동적으로 빼앗기지 않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찾을 수 있는 답은, 잠을 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안전보건교육을 그 시간의 주인으로서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효과적인 방법 중 한 가지는, 교육장을 탈출하는 것이다.  


삶의 주체인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가장 가치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특히 성인학습자인 모든 노동자는 교육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알찬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제공되는 안전보건교육이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 시간을 자신이 생각하는 더 의미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 1. 개별 및 그룹 학습중인 학습자들
(한국노총 2018년도 제2차 참여형 교육)


첫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험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거나,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약간은 불순하고 이기적인 의도를 가진, 그래서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는 안전의 핵심 이해당사자로서, 누구보다도 위험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다. 노동자를 안전의 수동적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취급해 온 오랜 관행의 반사적 영향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그러한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경험이 일부 있을 수는 있으나,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지극히 올바르지 않은 관점이다. 노동자를 존중한다는 것은, 안전의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야말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에 관하여 가장 큰 욕구와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체득되고 있는 노동자의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자가 안전보건교육, 즉 학습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학습자의 학습을 중심으로 교육을 계획, 설계, 제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모든 교육의 목적이 학습자의 지식, 기능(기술), 태도의 변화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안전보건교육의 목적 역시 노동자의 지식, 기능, 태도 변화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학습자인 노동자가 그 교육을 통해 지식, 기능, 태도가 어디까지 도달하도록 어떻게 도울까? 하는 관점에서 교육이 준비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교육이 ‘무엇을 가르칠까?’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어떻게 학습하도록 도울까?’에도 답을 찾아가야 한다. 


‘어떻게 학습하도록 도울까’의 방안으로 시도되는 것이 대체로 ‘참여형 교육’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형 교육은 활동이 많고, 좀 더 재미있는 게임적 요소가 많은 것이 주요한 특징으로 여겨지나 이것이 참여형 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참여형 교육의 본질은 학습자가 그 시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에 학습자가 스스로 동의하는 것, 즉 주체적인 참여자인 ‘학습자’가 되기로 마음먹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안전보건교육이 진정 참여형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학습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교육의 제공자, 실행자들이 노동자를 ‘피 교육생’이 아니라 ‘학습의 주인이며 주체’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 토대 위에서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절차로 설계된 학습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참여형 학습’은 준비 없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의 교육이 주로 콘텐츠 전문가들에 의해서 준비되고 제공된 교육이라면 참여형 학습은 콘텐츠 전문가(Contents Expert)와 프로세스 전문가(Process Expert)가 함께 준비하고 제공하는 교육이며 학습 과정이다. 프로세스 전문가는 ‘어떻게’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사람이다.  

 

노동조합의 안전보건교육이 가장 참여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반드시 전달되어야 하는 지식을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인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의형 교육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소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학습자들이 진정으로 그 방식에 동의한 경우라면 강의형 교육 역시 참여형 학습의 일환으로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진2. 한국노총 2018년도 제2차 참여형 교육 전경
 

그러나, 지식, 기능, 태도에 있어서의 변화를 통해 안전의 당사자이자 주체인 노동자들의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안전보건교육이,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산업사회에서의 공장형 대량생산 교육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일컬어지는 강의형 교육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전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는 안전에 관한 수동적 존재 또는 대상’이라는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노동조합이 진행하는 안전보건교육이 가장 참여적이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자의 대변자인 노동조합조차 노동자가 학습의 주인인 ‘학습자’로서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의무주체인 사업주나 기업에게 이를 요구하거나 제안하는 것은 더더욱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직접 실시하는 참여형 안전보건교육을 시작으로, 모든 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를 학습자로 만드는 학습의 과정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를 안전보건의 수동적 대상에서 능동적 주체로 바꾸어 나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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