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산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국장
모든 공무원의 단일대오, One Team의 구상
2023년 11월 말,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을 중심으로 「공무원보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약칭 공무원보수위법)을 마련하여 국회 행안위 위원장(김교흥) 대표하에 최종 19인의 공동발의안을 제출했다.
이 법의 발의는 그간 공무원 임금이 민간 중견기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보수 조건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제적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무원 임금의 적정성에 심각한 균열이 초래되어 저임금 고착화가 본격적으로 심화 된 배경이 있다.
공무원사회의 붕괴가 점차 현실화되는 시점에 공무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자 정부와 공무원 간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공무원 임금에 대한 합리적 수준을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한 공무원사회, 교육현장의 양질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공무원 노사관계가 형성된 지 20여 년이 지난 역대 최악의 민관보수접근율(민간대비 공무원 임금 접근율)을 해마다 갱신하고 있을 때마다 신규 공무원의 9급 1호봉 기본급과 최저임금의 격차(-239,789원, 2023년)는 역대 최대치로 더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조정수당이 생긴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년 미만(청년) 퇴직 공무원은 해마다 최고치를 기록한다. 전체 퇴직 공무원(54,993명, 2022년) 중 1명은 청년 공무원이다. 여기에 더해 악성 민원과 과로사에 등 떠밀리는 가혹한 노동환경 속에 신규 공무원은 감당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베테랑 공무원조차 버티기 힘든 구조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공무원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임금 결정구조를 개혁하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구조를 개혁하는 일은 투쟁만으로도, 사회적 대화만으로도 할 수 없는, 모든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한목소리로 요구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그 가능성을 점쳐볼 일이었다.
One Team의 1단계, 한국노총 공무원임금현실화 공동투쟁위원회(약칭 공무원임금현실화공투위) 출범
2024년 1월 한국노총 산하 교사노동조합연맹,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 등은 “공무원 임금 현실화”를 위한 투쟁 전선을 정비했다. 현재의 허울뿐인 공무원보수위원회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정책·입법 연대투쟁을 선제적으로 기획하고자 한국노총 산하 공무원·교사노조들을 하나로 묶는 공동투쟁위원회를 2월에 발족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 폭압 정책에 기본권을 박탈당한 공무원과 교사들이 똘똘 뭉쳐 임금 주체성을 회복하는 위대한 여정에 돌입했다”는 인사말로 한국노총의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발족식과 함께 진행된 「공무원보수위법」 보고회에서 채준호 교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은 한국 공무원·교사 임금 결정 방식의 특징으로 나타난 ‘정치·경제적인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임의적·상황적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법률안이 될 것”이라 기대를 표했다.
공무원임금현실화공투위는 향후 민주노총·공노총 등 다른 공무원노조와는 물론 공무원 임금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공공부문과도 결합해 공무원 임금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종합적인 공동투쟁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밝혔다.
One Team의 2단계, 민주노총 공무원·교사노조, 공노총과 전국경찰직협으로 확대되다
3~4월, 제22대 4·10 총선의 정국 속에서 공무원임금현실화공투위는 “총선 후보에게 드리는 공무원·교사 정책분야 핵심 입법과제- 임금현실화·정치기본권 보장” 질의서를 배포했다.
총선출마자 약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 중 155명의 응답을 수거했으며, 응답자 중 154명(99.4%)이 임금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대표들도 적극적인 동의 의사를 밝혔다(이 154명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현재 22대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공무원임금현실화공투위는 정치 지형 변화의 정세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 공투위의 조직확대를 꾀했다. 민주노총 전공노,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공노총의 실무자들과 간담회 및 미팅을 진행하고 연대투쟁에 대한 기획들을 서로 제시하며, ‘큰 틀에서 해보자’는 결의를 다져나갔다.
5월에 이르러 공무원임금현실화공투위는 민주노총(전공노, 전교조), 공노총 등 한국 공무원·교사노조의 대표들이 모두 모인 공동투쟁위원회 집행위원회를 꾸려나갔고, 명칭 역시 공무원·교원 생존권 쟁취 공동투쟁위원회로 변경하여 조직적 규모와 하나의 의제를 모두 아우르는 연대투쟁으로 진전을 위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6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무원·교원 생존권 쟁취 공동투쟁위원회는 공식 출범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연맹(교육연맹),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전국민주우체국본부(민우본)의 9개 참여단체가 모였다.
사실상 한국사회 대표적인 공무원·교사노조들이 한자리 모두 모여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시킨 역사적인 날이다. 이는 2015년 공무원연금 4차 개혁 투쟁 이후 처음이며 규모 면에서도 이를 능가한다. 한국노총 26만, 민주노총 20만, 공노총 7만 경찰직협 10만의 규모로 사실상 130만 전체 공무원 중 조직화할 수 있는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뭉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