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20 (Labour 20) 정상회의가 7월 23일~24일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개최됐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통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계 구축’을 주제로 2024년 L20 회의에 김동명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세 명의 한국노총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올해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고용노동장관회의(7.25~26, 포르탈레자)와 정상회의(11월 18~19, 리우데자네이루)를 앞두고 열렸다.
▲ 2024 L20회의(7/23~24, 브라질 포르탈레자)
L20,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현 방안 모색
새로운 사회계약은 지난 6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노동기구 총회의 주제였다. L20은 새로운 사회계약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계 실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통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의 구현’을 주제로 ▲G20정상회의에서의 L20의 역할 ▲G20국가의 노동권 존중 ▲글로벌 거버넌스와 국제 재정체계의 개혁 ▲정의로운 전환 관련 L20의 최우선 과제 ▲노동의 미래에 있어 인공지능과 디지털전환 ▲최저임금에서 생활임금으로의 전환 등 총 6개의 세션별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주최한 브라질 노총과 국제노총(ITUC)은 L20을 플랫폼 삼아 전 세계 노조가 협력해 노동권리를 증진하고 글로벌위기에 대응하자며 포문을 열었다.
L20의 역할에 대한 회의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노동조합 운동이 환경 및 건강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녹색 일자리를 추구하자고 논의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해를 잘 반영할 수 있는 글로벌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강한 주장이 있었으며, 사회적 대화가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후 변화 대응 논의에서 노동조합들은 환경 보호와 동시에 기후 친화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L20은 G20에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글로벌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 세계적으로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L20의 전통적 주제인 노동권리 강화는 이번에도 강조됐으며, 노동 권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만이 아닌 창출된 일자리가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모였다.
기후 변화 대응과 노동권리 보호 이외에도, 녹색전환 및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 플랫폼 경제와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제시되고 풍성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플랫폼 경제의 급부상을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로 제시하며, L20은 2026년까지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명확한 규칙과 기준을 제정하는 새로운 ILO협약을 요구하기로 했다. 플랫폼 경제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주의 역시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L20은 국제노총이 주도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캠페인을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진전 확보를 위한 필수적 요소로 제시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도입...새로운 도전 대응
2024년 L20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AI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AI와 자동화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주요 우려 사항이며, 특히 미국에서는 상당수 노동자가 AI가 자신들의 역할을 대체할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노총(AFL-CIO)은 노동자들의 70%가 AI나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미국노총은 노동조합이 AI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노동자의 요구가 AI개발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사례 등을 소개했다.
OECD와 G7이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며 강력한 규제와 국제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규제의 적정성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유럽연합(EU)에서도 AI 법안 등이 마련되고 있으나, 노동자의 권리 보장 및 부정적 결과 방지에 충분한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 등을 논의하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정한 전환 프레임워크를 촉진해 변화를 관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산업안전보건분야 발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현’ 중 산업안전보건분야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한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2006년, 2008년, 2020년, 2023년 산재 예방과 보상 및 제도개선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고,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이행 촉구 의견을 개진해 왔다”고 밝혔다.
▲ 발표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부 정책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대화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 이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L20의 전반적인 주제들이 기후 변화, 정의로운 전환, 디지털전환과 세계화 등 시간이 흐를 수록 중요도가 커지는 미래지향적 테마에 집중했다면, 한국노총은 노동자가 현재 사업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매우 현실적인 위험에 관한 문제를 다루며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미국노총(AFL-CIO) 만나 삼성전자노조 파업 해결 방안 모색
L20회의 기간 한국노총은 미국노총(AFL-CIO)을 만나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현안을 설명하고 국제연대를 요청했다. 미국노총은 삼성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을 요청하면서도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고, 삼성의 노동 관행 개선이 미 정부 자금지원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노총은 한국노총과의 협력하에 삼성에 대한 자금지원이 노동 관행 개선을 전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상무부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지지를 표명하고 협력을 약속하였다. 특히,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노동 관행 개선이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L20, 노동자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
L20은 세션별 회의결과를 종합한 L20 선언문 채택을 통해, G20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사회 정의와 지속 가능한 발전, 평등과 포용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의 역할이 커지고 활성화되는 가운데 경영계 이니셔티브인 B20, 시민사회 이니셔티브인 C20과 더불어 글로벌위기 대응 프레임워크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노동 중심 의제를 촉발하며 G20이 비즈니스 중심의 시각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2024년 브라질 L20은 그간 전통적으로 논의되어온, 노동시장과 노동인권,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서 더 나아가, 산업안전, 기후위기,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AI에 이르기까지 미래적이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자리로 발전했다.
L20은 단연코 지구상에 있는 노동자들이 당면하고 있거나 향후 당면하게 될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