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일 한국노총 정책2본부 국제부장
한국노총과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이하 일본렌고)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소원해졌던 연대 복원에 나서며 2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이슬비 속에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던 첫날과 달리, 거짓말처럼 맑은 도쿄의 하늘 아래 일본렌고 본부를 향하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5명의 한국노총 대표단의 마음은 기대와 설레임, 5년 동안 중단됐던 양국 노총 교류를 재개하는 역사적 순간에 있다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노총-일본렌고 고위급 회담, 복합위기 극복과 노동자연대 강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토모코 요시노 렌고 위원장은 25일 도쿄 렌고 본부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일본렌고 최초의 여성 위원장으로서, 최근 재선에 성공한 토모코 요시노 위원장은 한국노총 대표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토모코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초저출산, 초고령 사회, 성평등, 다양성 증진 등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어 양국 노총이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우)과 야스노부 아이하라 질라프 이사장(좌)
이어 “한국과 일본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노동 운동 면에서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일본렌고가 긴밀하게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본렌고와 한국노총은 가장 가까운 이웃 기관으로, 양국 노총의 친선교류는 지난 수십 년간 숱한 정치, 경제, 외교 이슈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연대는 변함없어야 한다는 상호 신념을 바탕으로 굳건하게 이어져 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로, 수많은 경제 사회 노동 이슈들이 치열하게 논의되었다”며 “한국노총 주요 정당과 노동 사회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며, 정책 중심의 선거를 주도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후보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절벽, 기후위기, 급격한 산업전환이라는 복합적 위기의 터널 속에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가파른 진행속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처해있는 상황 속에 지속 가능한 공동체와 노동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를 위해 비슷한 고민하는 이웃 국가 노동자의 연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한국노총과 일본렌고가, 국가 간 노총 교류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며 “이번 고위급 회담 재개가 향후 실무 교류 재개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토모코 위원장은 “2024년 6월 개최되는 제112차 ILO 총회에서 일본 렌고가 중점을 두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의제가 ILO 기준적용위원회를 통해 다루어지도록 한국노총에서 총회 사전 준비 회의(Pre-ILC) 당시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며 감사를 표하고 “한국에서 소방공무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부여를 통해, 노동 운동의 큰 진전이 있었듯 일본에서도 소방공무원에게 단결권이 부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의 경제, 사회, 노동 이슈에 대한 상호 발표가 이루어졌으며, 소위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 침체 상황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점과 함께 전년도부터 서서히 오르고 있는 일본의 임금 추이와 조직된 노조와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분석 등이 이뤄졌다. 일본의 공적연금제도 등 주요 이슈를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 비우호적인 현 정권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투쟁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 등 현재 한국 노동계 현황을 공유하며 연대를 구했다.
한국노총 대표단, 질라프 및 일본 법정대학교 방문
고위급 회담 후 만찬에는 히데유키 시미즈 렌고의 사무총장이 참석해 양국 노총의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완성됐다. 김동명 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일본렌고의 환대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2025년에 일본렌고 대표단을 한국에 공식 초청했다. 이에 토모코 요시노 위원장이 화답해 향후 한국노총-일본렌고의 정기교류가 공식화됐다.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우)과 야스노부 아이하라 질라프 이사장(좌)
일본 렌고 방문 전 김동명 위원장은 일본국제노동재단(JILAF, 이하 질라프)를 방문해 야스노부 아이하라 질라프 이사장과 만나 양국 노동 이슈를 논의하고 향후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야스노부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직후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한국노총의 대화와 투쟁 병행 노선에 관심을 표했다.
▲ 일본 법정대에서 강의하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4월 27일 도쿄 소재 법정대학원을 방문해 법정대 연대사회기관 석사 과정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노총의 취약계층 노동대책’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참석한 대학원생들은 한국사회의 노동과 한국노총의 정책 대응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했다.
토모코 위원장이 한국노총과의 고위급 정기교류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긴 일본렌고 국제국으로부터 날아온 이메일을 처음 받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번 고위급 회담 등 주요 일정을 통해 양국 노총의 정기교류 재개를 위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개인적으로 교류 재개 준비단계에서 느꼈던 양국 실무자 간 연대, 안개와 같았던 세부 일정이 하나씩 수립되며 느끼게 된 짜릿함, 일본렌고 정문을 들어서며 느꼈던 설레임은 소중한 경험이다. 양국 노동자의 미래를 열고 길을 낸다는 책임감으로 2025 한국노총-일본렌고 교류의 장을 열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