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노사교섭, 최저임금, 시장임금, 시중노임단가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중에서 시중노임단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시민은 물론 많은 노조와 조합원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중노임단가는 여러 업종과 기관에서 노동자 임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조가 시중노임단가 결정에 참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중노임단가란?
시중노임단가는 공공기관(국가, 지자체 포함)을 상대로 계약할 때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단가표이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은 이 단가표에 기반하여 용역비를 계산하고 총비용에 대한 예정가격을 산정한다.
용역업체도 마찬가지로 시중노임단가에 따라 인건비, 이익, 기타 경비 등을 포함해 입찰금액을 계산한 뒤 최종 입찰한다. 이후 공공기관은 예정가격과 입찰금액을 고려하여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인건비를 비롯하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에게 입찰 당시 임금보다 적게 지급하고, 이런 용역업체 횡포에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저임금에 시달렸다.
이에 정부는 2011년 취약 용역노동자 보호를 위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만들었다. 현재 이 지침은 청소, 경비 등 단순 용역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직,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또한, 예정가격의 87.995%를 낙찰 하한률로 규정하여 최저가낙찰을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청소, 경비 등 단순직을 수행하는 용역직과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에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시중노임단가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기관 입찰과 관련된 시중노임단가 적용 사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청소용역에 입찰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제조업 단순 노무 종사원」의 노임단가 일당 84,618원(22년 하반기 기준)을 적용하여 노동자의 인건비를 계산한다.
하루 8시간 및 월평균 25일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기본급은 84,618원(일당) × 25일 = 2,115,450원이 된다. 여기에 식대,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노동자 1명의 월 임금이 된다. 2022년 최저임금(일당 73,28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73,280원(일당) × 25일 = 1,832,000원이니까 기본급만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다고 해도 노동자들의 임금이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현재 시중노임단가가 도입된 주요 업종은 건설, 감리원, 소프트웨어기술자, 엔지니어링, 측량기술자, 제조, 디자인 등이며 향후 업종의 특성과 종사자 기술 및 숙련 등을 반영한 시중노임단가 도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 1>은 7개 업종의 시중노임단가 운영 현황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시중노임단가 결정의 문제점
그러나 현행 시중노임단가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노동자들의 임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시중노임단가 결정 과정에 노조 혹은 노동자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둘째 사용자협회(혹은 사용자단체)가 주도하여 운영하고 있다. 보통 통계청이 업종별 사용자협회에 시중노임단가를 의뢰하면 각 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평균임금을 계산하여 시중노임단가로 발표한다.
셋째 시중노임단가의 원자료(raw data)가 공개되지 않아 통계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넷째 회원사들이 노동자 임금을 작성하는 자계식 방식으로 조사되어 사용자들의 이해가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시중노임단가 조사에 국민 세금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미흡하다.
이런 문제들로 오랫동안 노동계에서는 시중노임단가의 결정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노조가 참여하는 시중노임단가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다.
시중노임단가의 이런 문제점은 한국노총이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나타났다. 전문가 좌담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2시 한국노총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내부전문가로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 외부전문가로 임상훈 한양대 경영대 교수와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좌담회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중노임단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중노임단가 결정에 노조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시중노임단가가 이루어지는 기획-조사-결정-실행-이행점검 단계 중에서 노조가 참여하거나 개입할 여지가 없어 노조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둘째 낙찰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행 공공기관 예정가격의 낙찰 하한률은 87.995%로 규정해 여전히 낮다. 최소 95% 이상으로 낙찰률을 높이고 일정 이윤을 노동조건 개선에 쓰도록 규정해야 한다.
셋째 이해 대변 조직이 없는 취약계층 임금과 처우개선을 위해 현재 시중노임단가 자체를 올려야 한다.
넷째 노조가 임금협약안을 만들 때 시중노임단가를 참고하기 때문에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중노임단가 거버넌스 구성은 노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거버넌스 운영방식은 독립성을 보장받는 행정위원회가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경사노위처럼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시중노임단가 결정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할 일
결국, 현행 시중노임단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노동자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채 사용자 주도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이다.
이로 인해 시중노임단가 통계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물론 시중노임단가 결정에 대한 불공정성 문제도 불거진다. 따라서 노조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조는 거버넌스를 통해 시중노임단가의 기획-조사-결정-실행-이행점검 단계에 관여하여 노동자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초기 거버넌스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설립해 운영한 뒤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행정위원회로 변경하여 독립적 운영구조를 갖춰야 한다. 현재 비정규직과 용역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시중노임단가를 운영하는 건설업, 제조업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취약계층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시중노임단가에 관심을 가지고, 노조 참여 거버넌스 구성을 정부에 요구해, 현행 시중노임단가를 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