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심판과 노동탄압 저지를 외치는 분노의 목소리가 여의도 일대를 뒤덮었다. 한국노총은 전태일 열사 제53주기를 맞아 11월 1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6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탄압 저지!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5월 1일 ‘노동개악 저지! 민생파탄 규탄!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 6월 7일 ‘노동탄압 분쇄! 경찰폭력 만행 규탄! 한국노총 결의대회’, 6월 27일 ‘윤석열 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노조 간부 결의대회’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한국노총이 네 번째로 개최하는 대규모 집회였다. 반노동·반민생 윤석열 정권에 대한 조합원의 분노가 어느 때 보다 뜨거웠던 현장을 돌아보고자 한다.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은 대화 상대방을 인정·존중하는 것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결국 장시간 착취 노동으로의 회귀,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한 권력의 통제와 간섭, 노조에 대한 혐오주의 확산과 고립을 통한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정부의 거짓 개혁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건 우리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관련 입장도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30년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온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고,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이것 말고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없다”면서 “이제 선택은 정부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으로 인한 지역소멸과 급격한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현실로 나타나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대화는 시급히 시작되어야 한다”며 “한국사회의 경제주체인 한국노총은 국가적 이슈와 시급한 현안에 대해 언제든지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하고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1월 중에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은 더욱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겨울을 항쟁의 거리에서 맞이할 것”이라며 “다가오는 내년 봄, 전면적 총선 심판투쟁으로 분노한 노동자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법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중단하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정정희 공공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이 투쟁사를 통해 총력투쟁 의지를 밝혔다.
김만재 위원장은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다 감옥에 갇혔던 김준영 처장은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김 처장을 가두었던 근본적인 문제인 노조법 2·3조 개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배가압류 폭탄을 막아 낼 노조법 2·3조 개정 법률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정희 위원장 직무대행은 공공기관 민영화와 직무성과급 도입을 규탄하고, 공무직 처우 개선을 위한 공무직위원회 부활을 요구했다.
최철호 위원장은 전기 민영화를 부추기는 ‘한전 자회사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 자구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공기업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결의문에서 “우리 150만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조건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민생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보장과 노동기본권 강화 ▲타임오프 노사자율 쟁취 ▲사회연대입법 제정 ▲공적연금 개악 저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공공부문 민영화 및 구조조정 저지 등을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
“대화하되 노동개악 저지 투쟁 기조는 변화 없다!”
“수많은 노동자 희생으로 개정된 노조법 2·3조 반드시 시행돼야”
11일 노동자대회가 끝난 후 대통령실은 13일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관련 요구에 “한국노총은 오랜 시간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를 책임져 왔으며, 노동계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며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여러 현안을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 복귀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제102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 경과 보고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복귀 여부는 9월 5일 열린 제10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집행부에 위임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 과정에서 촉박한 의사결정과 발표가 있었다”고 양해를 구하고,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다고 해서 그동안 주장했던 투쟁 기조와 원칙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다 등은 정부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사회적 대화와 정부와의 협상은 기나긴 난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하는 것은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7일 제100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의 노동탄압 및 금속노련 위원장과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과잉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지만,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 등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원조합·지역본부 대표자)들은 제102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사회적 대화 성공을 위해 단결하고 힘을 모으자고 결의하고, 노조법 2·3조 개정 법률의 즉각 공포와 시행을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했다. 12월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법정 정년연장 등 노동입법 관철을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