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기계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기계에 손등이 벗겨져 산재신청을 하러 왔다. 소재 철판 등을 압력을 통해 가공하는 프레스 기계에는 정상적이라면 인체 감지 센서를 달아야 한다. 작업자의 신체가 감지되면 기계의 가동이 중단되는 방식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재해 노동자는 “안전 센서를 작동시키면 작업량이 현저하게 줄어 보통은 꺼놓는다”라고 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에서 생산량을 쪼는데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이처럼 일터에서는 작업의 효율성이 노동자의 안전에 우선한다. 노동자 개인이 조심해서 뛰어넘을 수 없이 견고하다.
십여 년간 산재사망 사고를 상담하며 한 건 한 건의 산재사고에 대응해 상담하기도 벅찬 탓에 상담의 경험을 종합해 산재 사망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쾌하고 쉽게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일터에서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절망감이 깊어질 뿐이었다.
일간지 노동 담당 기자로 일터에서 반복되는 재해 소식을 전하던 ‘신다은’도 그랬다. 그가 나와 달랐던 점은 자괴감에 맞서 재해 유가족을 만나고 일터에서 노동자의 죽음의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데 매진한 활동가와 연구자들에 귀 기울였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신다은 지음. 한겨레출판사.
그 결과물이 일터에서의 노동자의 죽음 기록하고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산업현장의 구조와 대안을 모색한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이다. 저자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24건의 산재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일터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한다.
견고한 구조의 제일 앞자리에는 일의 효율만을 강조하며 안전 수칙과 배치되는 작업방식이 일터에서 강요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2년 유명한 제빵 프랜차이즈 그룹인 SPC의 하청업체서 샌드위치의 소스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다 소스 배합 기계에 끼어 사망한 박 아무개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씨가 담당하던 소스 배합기는 가동 중 내용물의 덮개가 덮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스의 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작업자가 수동으로 이를 원활하게 조정하기 위해 덮개를 제거한 채 기계가 가동되고 있었다.
저자는 안전에 배분하는 돈의 기준 자체가 낮은 것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한다. 2019년 한해 7명의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대우건설은 최악의 살인 기업 1위에 뽑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18년부터 2020년 내내 흑자를 유지했다.
법으로 산업안전 관리비의 ‘하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중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한선’이 곧 최대가 된다. 공사액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저자는 “50억 미만 사업장에서 안전 관리비가 1억에도 미치지 않아 안전 관리 인원도 채용 못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 전한다.
저자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무결한 안전 목표를 추구하고 처벌 위주로 산재 사망 사고를 대하는 태도도 꼬집었다. 1979년부터 각 기업의 사망 부상 재해 건수를 0으로 만드는 무재해 운동은 역설적으로 기업이 일터의 위험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게 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저자는 산재의 구조적 원인이 담긴 재해조사 보고서와 사고 기업의 형사재판 판결문이 일반인에게도 널리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구직자들에게 산재사망 기업의 재해정보를 공개해 산재 정보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몇 줄의 속보로만 전해지는 이름 없는 죽음들이 저마다 맥락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코 개인의 책임일 수 없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음 다해 찾는 일. 저자는 이를 “죽은 이를 추모하는 부고장인 동시에 또 다른 죽음을 막겠다는 산자의 다짐”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