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노조의 회계 관련 과태료 부과를 필두로 공공부문 단체협약 및 규약 조사와 시정명령,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현황 실태조사, 400일 넘게 농성투쟁을 하는 하청노동자를 지원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유혈진압까지 노조를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제고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정부가 노조에 대한 개혁과 투명성을 요구할 때,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수진(비례)·이학영·전용기·진성준 의원은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정부의 노조운영 및 노사관계 개입 문제점과 개선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노조운영 및 노사관계 개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발제에서 “일부의 잘못을 이유로 노조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매도한다면 노조는 일반적인 결사체보다도 못한 처지로 전락하고 결국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기본권이 부정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커진다”고 밝혔다.
박귀천 교수는 노조회계 점검 과태료 부과 관련, “행정관청의 조사제도는 노조의 재정과 운영에 대한 민주성・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었으나 그로 인해 노조의 자율적 운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구 노조법이 폐기된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고용노동부가 회계자료제출 거부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구 노조법과 실질적으로 같은 처분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 회계 관련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노조도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고, 국민의 세금 지원은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그 자체는 일응 수긍할만한 면이 있다”면서도 “유예기간도 없이 도입하고, 무엇보다도 노조법 시행령의 경우 모법의 위임없이 의무를 창설하는 규정을 시행령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발제 중인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교수는 단체협약 시정명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1998년부터 최근까지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 사항은 입법적 개입 대상이 아니며, 노사 당사자들이 그에 관하여 자유롭고 자주적인 교섭을 할 수 있도록 결사의 자유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의 문제를 논하면서 대기업 노조의 과오나 역할을 자주 언급한다”면서 “그렇지만 노조 있는 사업장, 노조 없는 사업장으로 이분화하여 격차의 주범이 오직 노조인 것처럼 호도하게 될 위험성을 대단히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노조에 대한 개혁과 투명성을 요구할 때, 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성찰과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토론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위해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그 칼날을 노동조합에 편향적으로 겨누고 노조운영 및 개별 노사관계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나 ILO 제87조 협약 등 ILO기본협약에도 위반된다”면서 “부당한 정부의 노조활동 및 노사관계 개입을 야기하는 법률제도상의 문제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 인사말하는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노조를 사회부패세력으로 폄훼하여 사회에 노조혐오 여론을 선동하고, 노조를 정책적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대화를 파탄내고 있다”며 “각종 정부 위원회에서도 노조를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이를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정부 말대로 진정 취약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면, 노조할 권리 보장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근식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발제는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김종진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변호사), 이창기 고용노동부 서기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