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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노동자를 위해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등록일 2023년06월19일 09시0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5월 17일(수) 한국노총에서는 ‘퇴직연금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진단과 평가’라는 제목의 전문가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퇴직급여제도는 노후 소득보장제도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후불성 임금의 성격이 있어 그동안 학계 및 정치권에서 그 성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상당한 논쟁이 있었던 분야 중 하나이다. 좌담회에서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의 일치를 보인 부분도 있었고, 패널 간 다른 의견이 제시된 부분들도 존재한 이유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5월 17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직연금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진단과 평가’ 전문가 좌담회

 

연금개혁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앞두고 열린 좌담회였던 만큼 퇴직급여제도에 대한 노동조합의 깊은 고민,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원고에서는 퇴직급여제도의 가능성과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퇴직연금제도의 복합적인 문제점들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층 노후소득보장 제도 전반을 다루게 되면서 쟁점 사항 중 하나로 퇴직연금이 떠오르게 되었다. 2005년 제정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토대로 퇴직급여제도는 과거 퇴직일시금제도가 가진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기업연금(occupational pension)의 성격을 갖도록 하여 기업 도산시 노동자의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 차원에서 사외 적립기능이 강화되었고, 노동자 개인이 이직하게 될 시 발생하는 연금자산의 계속된 축적을 위해 개인계좌제도(IRP)가 도입되었으며, 최근에는 30인 미만 영세 소규모기업을 위한 중소기업기금형퇴직연금제도 도입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치들 또한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발전과 동시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우선 퇴직급여제도가 연금화(annuity)가 아닌, 일시금(lump-sum)으로 수령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사실상 노후소득보장보다는 목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퇴직연금 수급 개시(만 55세 이상)한 계좌 중 연금형태 수령은 여전히 4.3%밖에 되지 않으며, 금액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34.3%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일시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급여제도의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중도인출, 해지 등의 규제가 느슨하게 작동하여 퇴직연금자산이 축적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사실상 충분한 노후소득으로 이어지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여기에 1년 미만 계속근로기간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속해 보장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퇴직연금자산의 적립에 대한 법적 강제가 사실상 아주 강하지 않다는 점도 잠재적인 문제이다. 사외적립을 통해 노동자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적정수준의 적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되어야 하는데 최소적립률 미달 사업장에 20년 기준으로 60.9%에 달하고 있다. 22년 1월부터 지급금액의 100%를 적립해야 하지만 과태료 부과 이외에 실효성 있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기업 도산 시 노동자의 수급권 약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운용수익률 및 수수료체계 또한 문제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원리금 보장형 중심의 자산운용이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주장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2011년부터 20년까지 10년간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높았던 적은 5년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수익률이 최근 1~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산운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수익률이 저조한 것에 반해 수수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비용부담률이라는 개념으로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수수료를 노동자와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것인데, 수익률과 무관하게 수수료만 고정되어 지출되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관심 없는 퇴직연금은 일종의 먹잇감

퇴직급여제도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노동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퇴직급여제도는 일차적 목적인 연금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전반적인 운영 방향이 사실상 노동자들의 이해와는 동떨어져 있다. 좌담회에서도 현재 퇴직연금제도의 문제점들은 대부분 금융시장을 보다 활성화하는 동시에 퇴직연금의 제도를 아주 소폭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 정책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와 금융자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물론 노동계의 과거 행보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제도가 강화되면 공적연금, 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심의 노후소득보장 확대라는 노동계의 입장과 충돌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퇴직연금제도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일견 타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공적연금확대와 관련된 노동·시민사회진영의 대들보 역할을 하면서 제도개혁의 강력한 주체로 나섰던 것과 비교하자면,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역할은 비교적 적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일정 부분 노동계가 이러한 상황에 기여 아닌 기여를 한 셈이다.

 

노동계의 다소 적극적이지 못했던 역할, 정부와 정치권의 최소주의 개입을 통한 느린 개선, 금융권의 이해 등이 결합한 결과는 무엇일까. 2005년 법 제정 이후 근 20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퇴직급여제도가 노후소득보장제도 중 하나로 적절히 작동하고 있지 못한 현실 아닐까. 최근 연금개혁에 있어서 퇴직연금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의 대체물로 활용하자는 ‘퇴직금 전환금’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있을 것이다.

 

노동자 중심의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

노동자의 관심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들,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을 아무렇게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개편이라는 미명 아래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년 미만 노동자들의 급여보장, 자산적립금 적정화, 중소기업기금형퇴직연금제도의 확대적용, 자산 운용방식 및 수수료 체계 개편, 그리고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제도가 자체적으로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정말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발전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이 퇴직연금의 전반적 프로세스에 일일이 개입하여 정말 제대로 노동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 사업장별로 운영되는 계약형(contract-type)에서 벗어나 업종별·지역별·산업별로 묶여서 운영될 수 있는 기금형(fund-type) 제도로 전환하도록 논의를 주도하는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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