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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거침없는 역주행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사회정책 평가와 과제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3년06월01일 14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윤석열 정부의 언행불일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즈음, 작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낭독한 취임사를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았다. 취임사에서 ‘노동’에 대한 언급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후 현 정권의 반(反)노동 행보는 이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취임사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습니다. …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反)지성주의입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반지성주의’의 정의에 대해서도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혹자는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추진을 보며 무능, 무례, 무식 ‘3무(無)정권’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지성적’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반지성적이라는 개념을 올바르게 사용한 것인지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노동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인 행태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반지성주의집단’으로 보인다.

 

  노조때려잡기 폭정(暴政)과 노동개악 헛발질로 얼룩진 지난 1년

 

대통령의 입에서 드디어 ‘노동’이나 ‘노조’가 언급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3대 개혁과제로 지목하면서 찾아왔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노조를 사회부패 기득권세력으로 낙인찍고, 고용노동부를 위시한 정부 모든 부처가 소위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노조는 개혁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러운 반동(反動)세력으로 여긴다.

 

정부는 노조를 척결대상답게 다뤘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을 업무 개시 명령까지 발동하며 강경 진압하고, 일부 노조의 일탈 행위를 꼬투리 잡아 ‘건폭’이란 표현을 써가며 밥 먹듯 압수수색을 하며 먼지 털 듯 털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누가 봐도 노조 비리 신고센터임을 알 수 있을 노조를 표적으로 하는 온라인 신고센터를 만들어 놓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구 노조법상 행정관청의 업무조사권을 꺼내 들고 공권력이 노조사무실에 들어와 노조 회계장부를 뒤지기 시작했으며, 철 지난 단체협약 시정명령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노조 때려잡기 선동에 나서고 있다.

 

이 모든 게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사 법치주의. ‘노사 자치주의’는 들어보았어도 노사 법치주의는 처음 들어보았다. 노사 자치주의, 즉 노사자치의 원칙이란 현행 노조법의 기본원리로서 집단적 노동관계는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관계 당사자가 직접 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럼 노사 법치주의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법치주의’라는 개념은 통치자의 권력, 정치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방향으로 법이 발전할 때 등장한 이념이라고 한다. 노조를 흠집 내고 부패세력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뜬금없이 ‘법치주의’를 갖다 붙여 노사 법치주의라는 신조어를 창조했다.

 

권력자의 권리 오남용을 막자는 법치주의를 차용 하여 노동의 자유를 억압하니, 억울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지난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보수 여당에서 ‘천민민주주의’라고 비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있어도 천민민주주의라는 말에 어폐가 있듯, 노사 법치주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윤석열 정부, 사용자 편향 정책 추진을 위해 노조 배제

 

한편, 정부가 1년간 추진해 온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업에 갖다 바치는 초장시간 압축 노동의 합법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부는 월단위 연장노동시간 관리를 필두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 업종·기간 확대, 부분 근로자대표제 도입, 전문직·스타트업 기업 노동시간 적용제외 등 노동시간 개악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노동 규범의 현대화’라고 있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우리 노동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어서 논의 자체가 10년 이상 되어오던 것들이다. 복기해 보면, 지난 1년 동안 1주 69시간이니, 80.5시간이니 92시간이니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시간만 허비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사회적 피로 역시 누적되었다.

 

전 사회적 반대여론에 직면하자 정부는 노동시간 정책에 대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근로기준법 정부 입법안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평균해서 일정 노동시간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몰상식과 비인간성에서 비롯된 자본 편향적 탁상행정은 수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년 각종 정부위원회 및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조 왕따하기’ 역시 꼼꼼하게 진행되었다. 노사정 협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계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연구회나 자문단을 구성하여, 파업 시 사업장 점검제한 및 대체근로 허용 등 노조법 개악, 파견업종·기간 확대 등 파견법 개악 등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난 쟁점 사안에 대하여 정부 주도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를 단지 반노동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관변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직장가 입자를 대표하여 양대노총이 지난 20년간 참여해 왔던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양대노총을 배제했다. 게다가 올해 노동단체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서 한국노총을 탈락시켰다. 노조 때려잡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그동안 노조의 지원과 도움을 받던 취약노동자 보호는 나 몰라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노조 때려잡기’, ‘노조 흠집내기’ 정책이 정부 지지층뿐만 아니라 시민의 호응을 얻는다는 점이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강경 진압으로 대응한 것이 곧장 지지율 상승까지 이어진 것에서 목격할 수 있듯이, 정부는 노조를 사회부패세력으로 악마화하여 전 사회적으로 노조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한편, 지지율 관리 등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좌초될 가능성이 있을지언정,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는 노조 때려잡기는 내년 총선까지 노골적으로 선동해 나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노조의 향후 과제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총력 대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노조가 미조직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이해 대변조직으로 거듭나야 과제가 있다.

 

실제 최근 ‘직장 갑질 119’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 노조가 사회 불평등 해소가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조사되었다. 특히,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불평등사회 노동문제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더라도,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정하는 반면, 노조가 일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향후 비정규직 취약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집계된 바 있다. 우리 노조가 자성할 지점이다.

 

진정한 노동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하고 나아가 사회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엇보다 노조교섭력 강화를 통한 산별교섭 구축,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초기업 단위 노조의 집단적 연합교섭 요구에 대한 사용자의 교섭응낙 의무 부과 ▲ 산업이나 업종의 유사성, 지역적 근접성, 노동조건의 통일 필요성 등을 고려한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통합 허용 ▲사용자단체의 구성요건 완화 ▲초기업 단위 협약의 효력규정 신설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개선 ▲노조의 개별적 단체교섭권 보장 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ICT 발전에 따른 플랫폼 기반 노동과 프리랜서 등 새로운 노동관계와 노동형태가 다양화되어, 전통적인 노동시장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관계법 적용이 모호해지고 있다. 노동법 체계에서 보호하지 못하거나 배제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새로운 계층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노동법 체계에서 제외되었던 다양한 노동자들까지 포함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보편적인 권리 보호를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인간 존엄성에 대해 적절한 배려를 받을 권리 ▲개인적 또는 사회적 조건에 기한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권리 ▲노무 제공과 관련하여 보건과 안전에 대해 노무 제공 상대방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권리 ▲노무 제공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해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 ▲임신·출산 등 모성보호, 돌봄, 일가정 균형 등에 대해 노무 제공 상대방으로부터 적절한 배려를 받을 권리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 ▲사회보험 적용 등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문제도 시급하다. 노동시간 적용제외 사업장, 특례업종 등 법정노동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 노동자의 시간 주권 및 휴식권 보장, ‘야간노동’ 규제 강화, 노동시간 기록관리제 도입, 포괄 임금약정 폐지 등 법·제도 개선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노동 탄압을 막아내고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책임으로 진보를 향한 전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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