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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박민호 전국산재노동자총연맹 위원장

등록일 2023년05월10일 13시1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잿더미만 남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전쟁 후 거주지를 잃은 주민의 숫자가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25%는 아사 위기에 직면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로 원조에 의지하는 국가였다.

 

거리에는 노숙자들과 실업자들이 넘쳐나는데 전쟁으로 삶은 모두 파괴되었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본은 너무도 귀했고 노동력은 흔했다. 그래서 인간답게 살 수 없었고 인간이 기계부품과 같은 취급을 받는 삶이 시작되었다. 한국이 막상 세계시장에 나왔을 때, 팔 것은 없고 노동력은 남아돌던 상황이라 노동력을 어떤 형태의 자본으로라도 바꿔야 했다. 자본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은 노동자의 수출이었다.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월남전 파병, 중동 건설노동자, 외항선원 등 달러와 맞바꾼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 있다.

 

▲ 지난 4월 26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재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토론회

 

경제 성장의 제물이 된 노동자의 목숨

 

경제가 발전단계에 들어서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노동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하게 된다. 시골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공장에 취직하였고 이 노동자들은 배움도 약했다. 불법 노동을 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손발이 잘려나가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본인이 감수하며 잘릴까 봐 사장의 눈치만 봐야 했다.

돌을 망치로 부수어 광물을 가려내다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원료로 밤새워가며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면서 외화벌이를 했던 여성 노동자, 산업 전사라는 깡통 훈장을 가슴에 달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든 막장에서 몸뚱이 하나로 버틴 탄광 노동자, 손가락 잘린 수가 자격증이라고 하던 프레스공, 수은중독에 목숨을 잃은 소년노동자, 이황화탄소에 중독된 원진 노동자, 떨어져 사망한 건설노동자.

 

어떠한 직종을 불문하고 경제 성장과 노동자 목숨을 바꾸지 않은 현장이 없다. 노동자들은 하루하루를 최악의 가난과 맞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왔다. 3평 닭장 집에 연탄불로 밥을 짓고 겨울을 나던 산업화시대에는 권력의 불호령에 연탄 파동은 겁이 나도, 사망사고는 보상금 몇 푼이면 해결할 수 있으므로 회사는 안전보다 늘 생산이 먼저였다. ‘우리는 산업 역군 보람에 산다’는 광업소 정문 구호가 슬프다.

사고는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고, 경제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는 경영자들의 궤변에 정부마저 호응했다.

 

4.28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기리는 세계 각국

 

1993년 태국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당시 고가였던 인형 완제품을 훔쳐 갈까 봐 회사가 문을 걸어 잠가, 노동자 188명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3년 뒤 4월 28일 국제연합(UN)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추모의 촛불을 들면서 기념일이 시작됐다. 현재 120여 개 이상의 나라에서 4.28을 기념하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캐나다, 스페인, 미국 등 19개 국가는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매년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캐나다는 최초로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캐나다 연방 의회와 각 주 의회는 4월 28일 회의에 앞서 사망 노동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한다. 주요 정당의 원내 대표가 이날의 의미를 설명하고 최근 산재 또는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관한 문제에 대한 의견 발표와 대정부 질문을 하고 노동부장관은 답변을 한다.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 행사는 거의 모든 지자체 의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조례로 추가적인 의무를 정해 놓은 지역 의회도 있다.

 

두 번째로 법정 추모의 날을 정한 나라는 스페인이다. 1999년 국제자유노련은 스페인에서 4월 28일 밝힌 애도의 촛불을 그해 5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여성노동자대회로 이어가 ‘죽은 자에 대한 추모를 산 자의 실천과 행동’으로 상징했다. 당시 스페인의 발렌시아에서는 노동자, 시민들이 시내 주요 광장을 작업화로 가득 메워서 죽은 노동자들을 기렸다.

 

포르투갈은 2002년에 처음으로 정부 공식 산재노동자 추모 행사를 개최하고, 특별 우표 발행 및 국기 조기 게양을 실시한다.

 

2010년 4월 28일,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최초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에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매년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의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공평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그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기업을 연방정부 계약에서 제외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가 하면, 광부들의 진폐증 예방을 위해 탄진 노출 수준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 제23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4/28)

 
4.28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의 의의

 

4.28은 세계적인 추모의 날이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의 응답은 여전히 없다.

정부가 산업재해 통계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1964년 산재보험 적용부터 현재까지 10만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500만 명의 노동자가 산재인이 되었다. 여전히 매년 2,000명 이상 노동자가 희생되고 희생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제는 국민소득 67달러에서 40,000달러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때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때문일까. 너무 쉽게 잊혀지는 산재사망사고 앞에서 노동자들은 너무나 무력하다. 이제라도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한 노동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공로를 인정하고 희생자와 산업재해 노동자 그리고 가족들을 기억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에게 산재라는 사회적 재난의 위험성과 산재예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산재노동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물론 국가기념일로 지정한다고 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산재 노동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산업재해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희생한 노동자를 기억한다는 것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출발이며, 지금 살아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10대 경제 대국이지만 역설적으로 산재 사망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국가이다. 노동의 힘으로 건설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산업재해노동자 추모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노총에 감사드리며 더욱 연대하여 국가기념일 지정에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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