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18가지 재료와 경제 이야기
세계적인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장하준 교수의 신간이 10년만에 출간되었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8가지의 다양한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이다. 음식 이야기와 경제학을 한데 엮은 이유를 설명한 책의 서두는 한국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마늘이다. 마늘을 통해 자연스레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 그리고 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경제학이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를 바꾸는 중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1부 도토리와 오크라, 코코넛으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서, 2부 멸치와 새우, 국수, 당근을 통해 성장과 몰락, 자유와 보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3부 소고기, 바나나, 코카콜라를 통해서는 ‘전 세계가 더 잘살기’라는 부제 아래 자유무역과 공정에 대해서, 4부 호밀, 닭고기, 고추를 통해서는 평등과 공정, 복지의 확대와 축소에 대해서 다룬다. 마지막 5부에서는 라임과 향신료, 딸리, 초콜릿을 통해 기후변화, 로봇의 발달과 일자리의 미래 등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기술한다. 책은 각각의 재료들로 만든 요리를 소개하고 그 재료와 요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밀접한 경제, 사회적 이야기를 저자의 예리한 통찰로 풀어간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피냐 콜라다와 커리 등 요리 재료뿐 아니라 오일, 화장품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코코넛에 대한 이야기는 한편으로 코코넛이 풍부한 열대지방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이미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고추라는 재료는 맵기 표시가 중요한데 쓰촨 요리는 고추가 들어가 있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고추 표시가 없어도 고추가 들어 있다. 이처럼 뭔가를 당연시하면 그것의 중요성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저자는 경제학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가정과 공동체에서 행해지는 무보수 돌보 노동 대한 예를 든다
저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관점과 관행과 제도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책을 읽다 보면 왜 당근과 특허가 연결되고, 라임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과정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둘 수 없는지, 닭고기를 보면서 기회의 평등에 더해 결과의 평등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책은 다양한 재료들로 요리한 경제학 요리를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 알려주면서 끝을 맺는다. 골고루, 열린 마음으로, 출처와 기원을 확인해서, 상상력을 동원해 더 나은 자신만의 요리 방법을 찾듯이 주체적으로 경제와 세상을 이해할 방법을 찾으라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