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가 아닌 관리자가 우발적으로 ‘사표 쓰라’는 발언을 하였다 하더라도, 해당 발언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역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
[판결 요지]
■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 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10.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원심으로서는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2020.2.11. 10:48 원고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위,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같은 날 17:00경 원고로부터 버스 키를 회수하고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 및 역할에 비추어 참가인의 관리상무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 및 정도,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참가인의 관리팀장에 의하여 주도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 혹은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 원고는 전세버스 운송회사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A회사’라 합니다)의 사업장에서 통근버스 운행 담당하던 근로자로, 2020년 초 2차례 무단결근하였다.
○ A회사의 관리팀장은 관리상무를 대동하여 원고의 무단결근을 지적하며 버스 키를 회수하였다. 그 과정에서 관리팀장은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라는 말을 수차례 하였고, 원고가 관리팀장에게 ‘자신을 해고하는 것인지’ 확인하자 관리팀장은 ‘응’이라고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이에 원고는 다음날인 2020. 2. 12.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 A회사는 원고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원고가 2020. 2. 11.자로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2020. 5. 1.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2020. 5. 18.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원고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근무하라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하였다. 이후 A회사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 중인 2020. 6. 1. 또다시 원고에게 원직복직 명령을 하였다.
○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
○ 원고는 2020. 12. 1.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은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원심도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원심이 ‘해고가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 및 대상판결 이유
원심은 ① A회사의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원고가 무단 결행 후 자신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표현이고, ② 이는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하는 것일 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며, ③ 이 발언에 대하여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분명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으므로 A회사의 관리팀장의 위 발언만으로 A회사와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④ A회사의 관리팀장에게 해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A회사의 대표이사가 원고에 대한 해고를 승인한 적도 없으며, ⑤ A회사는 원고에 대하여 서면 해고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복직을 촉구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A회사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가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A회사의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하여 원고를 찾아가 버스 키를 직접 회수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통근버스 운행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버스 키를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고 한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을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관리팀장이 원고를 해고할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자리에 관리상무도 함께 있었다는 점과 원고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A회사에서는 원고에게 출근 독려를 하지 않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나서야 ‘정상근무 독촉통보’를 하였다는 점에서, 관리팀장이 2020. 2. 11. 원고에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고 발언할 당시 A회사의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하였거나 적어도 추인1)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도중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취소하고 원직복직명령을 하는 경우, 현재 노동위원회는 근로자에게 구제이익이 없다고 보아 사건을 제대로 심리조차 하지 않은 채 기각(각하)판정2)을 하고 있다. 사용자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제기되면 ‘사용자에게 우선 형식적으로 해고를 취소하고 원직복직명령을 하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상판결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의 존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첫 번째 판례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으나, 대상판결만으로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피하기 위해 원직복직명령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의 탈법적 행위가 중단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고의 존부를 밝히는 것을 넘어서 진정성 없는 해고취소 및 원직복직명령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한 바, 원직복직명령 전후 사정을 검토하여 복직명령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형식적인 복직명령인 경우 그 명령의 효력을 부정하고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
1) 지나간 사실을 소급하여 추후에 인정함.
2) 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제1항제6호에 따라 구제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판정’을 하였으나, 동조항이 2021. 10. 7. 개정됨으로써 2021. 10. 21.부터는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제2항의 ‘구제 신청의 이유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실상 ‘각하의 의미를 포함하는 기각판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