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뒤 3년 동안 나의 주요 수입원은 구글 애드센스였다. 다닐 회사가 생긴 뒤에도 구글 애드센스는 쏠쏠한 부수입원이 되어 주었다.
구글 애드센스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광고를 말한다. 구글 애드센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먼저 충분한 검색이 될 만한 키워드로 블로그에 글을 쓴다. 글 중간중간에 구글 애드센스 링크를 삽입한다. 방문객이 내 글을 읽다가 중간에 있는 광고를 클릭하면 수익이 창출된다.
여태까지 구글 애드센스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구글로 검색하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정보가 생기면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한다. 검색 엔진은 검색어와 관련 있는 순서대로 수십에서 수만 개에 이르는 링크를 보여준다. 검색 엔진 이용자는 링크를 하나씩 클릭하고, 링크된 페이지 내에 있는 글을 일일이 읽어가며 정보를 수집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정보 찾기를 해왔다.
앞으로는 구글 애드센스를 활용한 돈벌이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챗GPT 때문이다. 챗GPT는 보편적인 검색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챗GPT는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하든지 10초 안에 완벽한 답변을 내놓는다. 사용자는 예전처럼 검색 결과 페이지를 하나씩 클릭하고, 각 페이지 안에 있는 정보를 일일이 탐색할 필요가 없다. 챗GPT에 내가 찾고자 하는 정보를 질문 형식으로 쓰기만 하면, 그 즉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게 된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
‘최신 빅데이터 활용 사례 8가지’는 내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이다. 넷플릭스, 스타벅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다룬다. 이 글은 레포트를 작성해야 하는 학생들이 주로 봤다. 빅데이터 활용사례를 주제로 레포트를 쓰기 위해 학생들은 내 블로그를 비롯해 여러 개의 웹사이트를 둘러봤을 것이다. 각각의 웹사이트를 정독하면서 레포트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취합하는 일은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취합한 정보를 종합하여 레포트를 완성하는 일이 남는다.
챗GPT를 활용하면 모든 수고로움이 사라진다. 먼저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듯이 챗GPT 입력창에 질문을 입력한다.
‘기업 활동에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10개의 회사를 알려줘. 그 회사들이 빅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는지도 함께 알려줘.’
1초 만에 챗GPT는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IBM, 보잉, P&G, 우버, 월마트, 아마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알려줬다. 내가 예시를 10개 더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챗GPT는 그 즉시 또 다른 10개 기업을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2,000자 내외의 레포트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30초 만에 레포트 하나를 뚝딱 써냈다. 자료조사부터 레포트 작성까지 모든 것이 챗GPT 화면에서 다 끝났다.
처음 챗GPT를 사용했을 때, 내 미래가 너무 걱정돼서 잠이 안 왔다. 앞으로 뭘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이 질문이 밤새 머릿속을 떠다녔다. 인공지능은 이미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나다. 나는 인간하고만 경쟁할 때도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과연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곧 무용한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내 일상을 잠식했다. 불안함을 잠재우려 온라인 코딩 수업에 등록했다. 인공지능을 다룰 줄 알면 나의 쓸모가 조금은 연장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또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코딩을 배워도 나의 쓸모는 한정적이겠지만 말이다.
요즘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대신에 코딩 수업을 듣는다. 자꾸만 예전 일이 떠올라서 수업에 영 집중하지 못한다. 구글 애드센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도 하루 만에 무용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내 생각이 과대망상도 아닌 것 같다.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할까. 최근에 매일 하는 고민이다. 진로 고민이 한창인 십 대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챗GPT가 나를 회춘시켜준 셈인데, 왠지 고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