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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원의 정치시민권 보장하라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경기교사노조 위원장

등록일 2022년12월12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나는 MZ세대이다. MZ세대의 특징은 무조건 순응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안을 대할 때 그 가치와 지향이 합리적이고, 공정한가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가 바로 MZ세대이다. 그래서 MZ세대는 자기의 가치에 부합되는 사안에 대해선 자기표현과 적극적인 참여가 그 어느 세대보다 두드러진다.

 

이런 MZ세대인 나는 지금의 공무원(교사)의 ‘정치시민권 박탈’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교사 19명을 기소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지금도 교사는 정치 관련 글이나 정치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경찰 조사를 받는다.

 

이유는 공무원이 페이스북에 누른 ‘좋아요’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역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입도 뻥끗할 수 없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가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아무런 입장도 밝힐 수 없는 구경꾼으로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OECD 국가들은 어떨까?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미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만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공무원의 피선거권도 박탈하고 있다.

 

ILO 국제협약에서도 2019년, 2021년 잇따라 한국 정부가 초‧중‧고 교사들의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참여와 같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고용과 직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11호 협약에 위배 된다고 보고 그 개선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정치시민권을 여전히 박탈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인들은 헌법을 들어 변명한다.

 

헌법

 제7조 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31조 ④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런데 헌법 속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 함은 ‘근무시간 내, 공무수행 중’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24시간 동안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은 아니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직장 근무시간 내에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가지지만 퇴근 후 개인 시간, 사적인 공간에서까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요구받지는 않는다.

퇴근 후 나의 사적 시공간에서 나는 ‘그냥 나’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공무원에게는 퇴근 시간 이후의 사적 시공간에서도 공무원으로서의 역할과 지위로 한 개인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즉, 공무원이 공무수행의 주체인 공무상 행위의 공적영역과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 주체 행위의 사적영역은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24시간 내내 공적영역의 종사자로 남아 있으라고 한다. 공무원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또한,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왜 정치적으로 ‘중립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을까? 과거 독재정권에서 온갖 불법선거에 공무원 동원을 일삼던 일로부터 공무원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무원을 지키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사라지고, 다시 독재가 가능하지 않을 만큼 성숙된 민주사회인 이 대한민국에서, 불의에 맞서 촛불을 들었던 깨어있는 시민들의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마땅히 공무원의 정치시민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근무 시간 외 정치자유 보장

 

현재 학교에서 교사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은 만16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만18세부터는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가진다. 그런데 그 학생들을 가르치고 키워내는 교사는 정당 가입도, 정치 후원금도, 피선거권도 없다. 그렇다면 정당 가입,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가진 학생들은 정치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어디서 배워야 할까? 무분별하고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서 배워야 할까? 제대로 된 민주시민의 역할과 정치를 배울 수도 토론할 수도 없는 교실에서 정치권리만 주어지면 민주시민이 저절로 되는 것일까?

 

교사에게 정치시민권을 허용하면 교사가 학생을 선동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오히려 교사에게 근무시간 외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면, 학교 안과 학교 밖, 근무시간 중과 근무시간 외가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지고 학생을 지도하는 중의 정치적 중립은 더 철저하게 지켜지며 교육하게 될 것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시민권 박탈이 모순인 이유는 또 있다. 공직사회에 종사하면서 정치기본권을 누리는 집단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학교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직 직종은 일반 시민과 똑같이 정당 가입과 활동, 정치후원금, 피선거권이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 각 정치권에 공무직 출신 의원들이 ‘공직선거출마 휴직’ 상태로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 근무하고 국민에 봉사한다는 같은 소명을 가진 직종 중 일부에게만 정치시민권을 보장 또 박탈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가질 수 없는 차별일뿐이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와 현실에 맞서 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과 10일 만에 교사들의 정치시민권 회복을 촉구하는 서명이 5만명에 달했다. 지난 11월 21일에는 ‘교사 정치시민권 회복을 위한 집중행동의 날’로 기자회견, 자전거행진, 도보행진 등 광화문에서 여의도를 종횡무진하면서 국민들과 정치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역사적으로 권리에 대한 차별은 존재해 왔고, 지나고 나서는 그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로 남았다. 신분을 구분 짓고, 흑인을 차별하고, 여성의 참정권을 제한했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것이 치욕스러운 일이고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자. 인간의 권리는 구분 짓고, 차별받을 수 없다.

 


△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경기교사노조 위원장

 

 

노예의 참정권 허용은 1870년

여성의 참정권 허용은 1894년(피선거권은 1906년 핀란드)

 

노예나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던 때에도 그들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논리와 이유는 늘 있었다. 노예와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했지만 세상이 반쪽 나지도, 사회가 대혼란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더 좋은 민주사회를 만들어 왔을 뿐이다.

 

이제 공무원에게도 근무시간 외, 공무 수행 외, 개인의 사적영역과 사적시간에서의 정치시민권을 허용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더 좋은 민주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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