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노동조합은 기존 기득권 정당의 지지기반으로 작용하면서 노동조합은 그 댓가로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정책적 지원과 사업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구조는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나 영향력 강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기득권 정당의 하위 파트너로 기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정치의 발전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노동자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주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정치기금에 대한 것이다. 정치활동을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조직인력을 가동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직운영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계 출신 정치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새로운 노동계 후보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서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이는 현재의 선거제도와 정치활동 시스템상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기득권 정당들이 국고 보조금에 목매달고 있고, 소수정당 또한 실정은 같다. 국고 보조금의 혜택은 기존 기득권 정당이 독식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여기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정치세력화를 위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노동조합은 정치기금을 형성하기 위한 조직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필요한 후원금을 노조 차원에서 조직하는 것이 보통의 정치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기금은 1회성 모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세액공제를 받는 수준에서 모금이 이루어지다보니 규모도 제한적이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정치기금 모금이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양대노총을 가리지 않고 정치후원금을 조직했고 지금도 그러한 방식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상설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치기금은 아니고 1회성 후원금 모금이라 정치활동을 위해서는 제한적인 기금이다.
최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한국노총의 산하 노조들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위해 이런 정치후원금을 조직했다. 정당의 후보들이 출마를 준비하면서 시작되는 후원금 모금은 곧 표를 조직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당선을 위한 1차 관문이다. 그리고 출판기념회 등 각종 정치 이벤트와 후원회 발족 등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조직적으로 동원이 쉬운 대상이다.
정치후원금의 체계적 관리 필요
최근 선거에서도 이런 정치후원금 모금 방식은 계속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의 이런 정치활동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영향을 주기 위해서 어떤 정당에 어느 후보에게 얼마의 후원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다. 아니 말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정치적 활동을 위한 정치후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거 분석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투자할 정당과 후보가 누구인지 밝혀서 조합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노동조합의 간부들의 개인적인 열정으로 이루어진다. 총연맹과 산별 등 노조의 조직적인 판단과 결정이 없다. 결국 이 후원금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통제력 밖에 있었고, 기득권 정당과 후보의 주머니를 채워줌으로써 또다시 노동조합이 하위 파트너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된 것이다. 주고 나면 없어지는 후원금이 휘발성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그 후원금이 정말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위한 정치활동에 쓰였는지도 분석된 평가가 없다. 더욱이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 정치후원금이 얼마나 어디에 필요한지도 총연맹과 산별에서는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식의 정치활동은 조합원의 귀중한 돈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얼마 안되는 돈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 많은 조합원들이 모은 돈은 큰 돈이다. 결코 작게 볼 일이 아니다. 후원금을 얼마나 조직할 수 있느냐가 그 조직의 정치적 영향력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은 정치활동의 강화를 위해 현재 정치활동에서 정치후원금을 조직하는 것을 보다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총연맹과 산별에서 조직 동원 가능한 자원을 파악하고 관리 운영해야 한다. 투입된 정치후원금에 대해 결과 분석을 통해 조합원들이 후원금에 대한 효용감을 가지도록 하고, 법제도 개정과 노동조합 이익이 실현 된 것에 대한 성과물로 조직적 공유를 해야 한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노동조합이 정치기금 조성 나서야
앞으로 더 정치적인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정치후원금을 포함해서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하기 위한 정치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정치인을 육성하고 노동계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내도록 하려면 이런 활동을 할 인력과 조직을 운영할 별도의 기금이 필요하다. 최근 선거는 아날로그 영역보다는 디지털 영역으로 홍보와 조직을 하게 되고 여론조사와 과학적 선거기법들이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자원이 선거 승패의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돈 없이 선거를 할 수 없고, 일상 정치활동도 할 수 없다. 선거 때나 연말정산을 위한 1회성 후원금 조직화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금 형태로 정치자금을 조성해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후보를 내고 노동자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정치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데, 현재의 정치위원회 같은 구조는 후보 선정 등 일시성을 가지는 한계가 많은 기구이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하지만 결국 그 바탕에는 재원의 문제가 있다. 다음 총선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정치기금을 조성하고 그 돈으로 조직도 만들고 후보도 발굴하고 정책도 생산해야 한다. 정치기금을 모으는 기구가 후에 정치활동을 위한 기구로 전환하도록 할 수도 있고 역으로 기구를 먼저 만들어서 그 기구가 우선 정치기금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노동조합이 통제하려면 정치활동의 재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는 정치인이 된 노동계 인사에게 노동조합이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노동조합이 하위로 인식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정치인이 된 노동계 인사는 자기 정치를 하거나 소속 정당에 종속되어 노동조합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게 된다. 노동조합에서 낸 후보와 지지하는 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도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자기 재원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입법활동을 위한 토론회나 정책연구 등 의원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의회 예산규정에 걸려 어려운 경우도 있고 현장 순회 등 다양한 조직활동은 별도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치기금 마련 위한 장기 프로젝트 수립해야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정치기금 마련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 프로젝트 수립을 위해 추진팀을 꾸리고 부족한 추진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외부의 우수한 전문활동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정치기금의 모금과 활용처, 운영방안은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노동조합 고유활동과 정치활동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염연히 다른 영역이다. 정치권에 들어가 활동하는 정치인과 보좌관들을 지원하는 활동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노동자정치의 기반을 구축하고 새로운 노동자정치인 발굴, 친노동자 후보의 연계 강화를 위한 독자적인 사업들을 위해 기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기금의 규모는 당면 선거의 크기와 후보군, 일상 정치활동의 내용에 따라 단계적 목표를 정해서 모금할 필요가 있다. 총연맹은 조직적인 전략 과제로 목표액을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골간조직을 가동하는 방법과 정치위원회 등 별도의 조직가동을 병행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총연맹과 산별은 중앙정치를 중심으로 기금운영을 고민하고, 지역은 지자체 선거에서 정치적 역할을 하기 위한 기금 마련과 고민이 필요하다. 기금을 중앙으로 집중해서 하는 방식도 있겠으나 지역별로 조직력과 정치지형이 다른데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취약한 지역지부에 대해서는 중앙차원의 기금 지원대책이 별도로 있어야 할 것이다.
짧은 글이라 기금 모금 방법과 운영의 문제 정착 방도 등 다루지 못한 내용이 많다. 더 고민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 중심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와 승리를 위한 무기로써 정치기금이 조성되고 그 기금으로 ‘스타노동자정치인’을 만들 수 있다면 많은 조합원들이 기금 모금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