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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 도입 검토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공인노무사)

등록일 2022년10월06일 08시2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산재보험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선보장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선보장 제도란 산재보험 승인 전에 재해노동자에게 보험급여를 선지급하고 불승인시 건강보험과의 정산, 보헙급여 반환 문제 등을 사후 처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보장 제도는 현행 산재보험제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과 선보장 제도의 필요성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재해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높은 산재발생률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이용률이 매우 낮다. 주된 원인은 사업주 압력에 의한 산재은폐와 재해노동자의 정보 및 인식 부족으로 판단된다.

 

둘째, 산재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 결과 인정기준이 아닌 재해노동자의 입증능력, 사업주 협조 여부 등에 따라 산재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결정까지의 처리기간이 길어 재해노동자가 처리기간 동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 질병은 2020년 기준으로 결정까지 평균 172.4일이 소요되었고,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같은 질병은 2021년 기준으로 결정까지 평균 1,049.5일이 소요되었다.

 

선보장 제도는 앞서 살펴본 산재보험제도의 여러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첫째, 선보장 제도에서는 주치의가 사고나 질병을 산재로 분류하면 자동으로 산재보험이 적용되므로, 노동자의 정보 및 인식 부족으로 인해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만약 재해노동자의 신청 의사와 무관하게 산재보험이 자동 적용되도록 설계할 경우, 사업주의 산재 은폐 역시 거의 사라질 것이다.

 

둘째, 선보장 제도는 재해노동자가 산재임을 입증하는 구조가 아니라 선보장 후 산재보험에서 산재가 아님을 입증하는 구조이므로, 재해노동자의 입증능력, 사업주 협조 여부 등과 상관없이 인정기준에 따라 산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셋째, 선보장 제도에서는 승인 전에 보험급여가 선지급되므로 처리기간 중에 발생하는 재해노동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산재보험이 선보장에 소요되는 재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처리기간이 대폭 단축되어야 하므로, 선보장 제도는 처리기간을 단축하는 강력한 제도적 유인이 될 것이다.

 


 

 

선보장 제도 도입을 위한 재정 마련 방안

 

선보장 제도 도입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보장 제도 운영을 위한 재정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첫째, 상병수당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이 있다. 상병수당이란 업무상 재해가 아니더라도 국민이 부상, 질병 등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기간에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건강보험에서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는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6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병수당제도가 전면 실시되면, 선보장 후 불승인이 되더라도 기지급된 휴업급여를 상병수당과 사후 정산하면 되므로 선보장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만, 상병수당제도는 소득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일 뿐 치료기간 중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상병수당제도가 온전히 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업무 외 재해의 경우에도 치료기간 중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법정병가 등의 제도가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기금의 2020년 법정책임준비금은 5조 6,078억원이었는데, 실제 적립된 책임준비금은 20조 7,196억원(적립률 369.4%)으로 초과 적립된 금액이 15조 1,118억원에 이르렀다. 초과 적립분을 적극 활용한다면, 선보장 제도 운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95조 제3항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회계연도마다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100분의 3의 범위에서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해야 한다. 노사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구 노사정위원회)에서 2006년, 2008년, 2020년 세 차례나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만약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제대로 이행한다면, 선보장 제도 운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셋째, 근로복지공단의 건강보험 본인일부부담금 대부사업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본인일부부담금 대부사업이란 재해노동자가 진료비 영수증 등을 첨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대부를 신청하면 일정 한도 내에서 대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선보장 제도에 활용하여 휴업급여에도 적용한다면 결정까지의 처리기간 동안 발생하는 재해노동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일본 사례를 참고해 대부사업을 위한 별도 재원을 적립해 운용하고 대부를 받는 주체를 재해노동자가 아닌 의료기관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선보장 제도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선보장 제도는 재해노동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산재 환자로 분류되면 산재보험이 자동으로 적용되어 보험급여가 선지급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현행 산재보험제도 운영 기반만으로는 작동되기 어렵다. 선보장 제도 운영을 위해 산재보험에서 새롭게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세밀한 산재 분류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선보장 제도에서는 재해노동자를 처음 진료한 주치의가 산재 여부를 정확히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산재 분류기준은 체크리스트 형태로 적용이 쉽고 세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선보장 이후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산재판정기구를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 신설되는 산재판정기구는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복지공단과는 상호 견제 관계에 놓이도록 독립기구로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입증책임 전환 및 산재 추정을 위해 인정기준이 개선되어야 한다. 산재 판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산재판정기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증책임 전환 및 산재 추정을 위한 인정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넷째, 근로복지공단은 명실상부한 산재보험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선보장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판정 업무로 인한 부담을 덜고 인력과 예산을 산재보험 서비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명실상부한 산재보험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능 및 역할을 조정하고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선보장 기간 동안의 고용보장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재해노동자가 고용에 대한 불안 없이 선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선보장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법정병가 도입 등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산재보험은 대내외적으로 사회보험임을 천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아직도 사용자배상책임보험적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 앞서 살펴본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사회보험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형평성조차 흔들리고 있다. 선보장 제도는 재해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 올곧게 서기 위한 튼튼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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