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제약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노동조합 조합원의 인센티브를 불이익 변경하고, 매니저 유류비 미제공 및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다. 코오롱제약의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저성과자에 대해 직권면직을 단행하고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등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로 노사갈등이 첨예하다.
현재 높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제약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처벌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외투자본의 먹튀 행각과 노조 탄압 문제가 이슈되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투기업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노조 탄압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포스코 하청업체 성암산업의 분사매각 문제가 오랜 투쟁 끝에 사회적 합의로 봉합되어 ㈜포운으로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인사제도 승계, 임금 인상, 연차휴가 사용 문제, 노조활동 미보장 등으로 노사갈등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노동자에 대한 포스코 협력사의 학자금 차별 지급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엘지전자 자회자인 하이엠솔루텍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의 명확한 입장이 제시되어야 한다.
더케이호텔서울은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하여 교직원공제회원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호텔이다. 호텔시설 노후화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 종료를 반복하고, 최근에는 호텔 자체적으로 신규 사업장을 마련하라고 떠밀고 있다. 이에 더케이호텔서울노동조합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6개월이 넘는 장기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노조는 ‘구조조정 없는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제회는 호텔측과 책임회피 공방을 벌이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재개발 승인 시 ‘호텔인력 재배치’라는 당초 교육부의 조건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제회가 불이행하고 있는 문제, 노동자의 고용안정 대책 마련에 대한 안일한 태도, 호텔 재개발 과정의 투명한 공개 등이 지적되어야 한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고육과정’ 총론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 등을 반영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지난 8월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총론에는 ‘노동’이란 단어가 빠졌다. 청소년 노동이 증가하고, 현장실습생 문제 등 청소년노동인권실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함에도 노동을 경시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노동체제로의 회귀로 귀결된다. 노동시간 후퇴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다.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임금체계 개편 이면에 숨은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이 이번 국감장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한다.
노동시간 정책을 보면 2019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온 ‘1주 52시간 상한제’가 무력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 시간제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로 ‘장시간노동체제 빗장’을 열어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에서 ‘월’ 단위로 전환하고 노사자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유리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로 유연근로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14.2%의 노조 조직률과 기업별노조 체제로 인한 낮은 단체협약적용률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시간주권에 대한 보호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결국 압축노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쉼과 저녁 있는 삶’을 꿈꾸는 일-생활 양립 또한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② 임금 삭감 강요하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의 모순
정부는 연공성 임금체계에서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과 명분만 달라져 왔을 뿐 그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합리성과 임금 공정성을 내세워 장기근속 노동자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과 노후소득보장이 낮은 수준이다. 40대 후반부터 조기퇴직이 빈번하고, 퇴직 이후에는 저임금 임시 계약직의 고용형태가 다반사이다. 또한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고,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만이 50대 이후의 가계 생활 안정과 노후를 책임지는 최고의 복지인 셈이다.
현재 능력·성과주의 임금체계와 조기퇴직, 저임금·저숙련 분야의 중·고령 노동인구 증가로 인해 중고령자의 임금수준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으로 인건비를 활용하고 있다. 연공급에 나쁜 프레임을 씌우고 직무·성과급을 세대 상생형으로 둔갑시켜 임금체계 개편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하고, 연구에 착수한 상황이다. 연구회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고, 정부가 학계와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정부의 노동개악을 합리화하는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가 노사, 노정간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③ 노조의 대표성 무력화하는 부분별 근로자대표제도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근로자대표제도를 통한 노조활동 무력화 시도 문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사업장 내 일부 근로자 집단을 대표하는 부분 근로자대표 불인정 기준에 대해 또 다른 행정지침을 통해 예외적으로 ‘특정 근로자 집단에만 적용되는 사항을 도입·변경하는 경우에는 적용 또는 적용 가능 근로자 단위로 부분대표 선정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2020년 10월 경사노위 내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합의한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2)를 전면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러한 행정해석 변경은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전면 부인하고, 단체교섭을 무력화하기 위한 행정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노사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는 ‘부분대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해당 부분별 근로자대표 절차를 활용해 직무·직군·직급별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④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의 문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2022.1.27.)된 지 1년이 채 안 돼 후퇴하는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이 논의되고 있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2022년 하반기에 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2024년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용자단체에서는 이 법 시행령 규정이 불명확하고 모호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처벌 대상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범위를 구체화하고, 경영책임자의 면책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할 때이다. 2년 뒤인 2024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서 후퇴한 내용을 하루속히 보완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4) 노동 민생 안정을 위한 노동입법과제 현실화를 위한 국감 연계
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폐기
2023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사용자단체의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과 공익위원의 일방적 안건 상정 시도가 있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30년 넘게 유지해온 전산업 단일 최저임금 적용을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전환하게 되면 △업종차이로 인한 노동자 간 차별적 처우의 불공평성 문제 △업종 선정의 어려움 △업종 갈등 및 노동력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번 국감에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정기 국회에서 최저임금의 업종 차등적용 임의조항 폐기 입법(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5615)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② 공무직 차별개선 및 신분보장
이전 정권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이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40만 명이 넘는 공무직들의 처우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공무직들의 체계적인 인사·노무관리와 주요정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한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러한 공무직위원회가 2023년 3월부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3년 가까이 진척되어온 공무직의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들이 중단 될 고비에 있는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그동안 공무직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던 공무직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공무직위원회 운영의 지속성과 이해당사자의 대등한 참여 보장 등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무직 법제화 및 예산 확보도 이뤄지길 바란다.
③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4인 이하 사업장 수는 전체 사업장의 65.7%인 121만 개이며, 종사자 수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8.5%인 379만 5천명이다. 5명 중 1명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 연차휴가, 생리휴가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특히 근로기준법 회피를 위한 ‘사업장 쪼개기’ 편법이 만연한 현실을 짚어내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④ ILO 기본협약 비준 후속 조치
2021년 2월 국내에 비준된 ILO 기본협약 3개(제29호, 제87호, 제98호)가 지난 4월에 발효되었다. ILO 기본협약 비준에 따라 노조법 등이 개정되었지만, 협약 비준 취지와 상반되는 개정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협약 비준 이후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 과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2022년 국정감사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
코로나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 이른바 3중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와 태풍피해로 노동자·서민의 고통과 시름이 깊어 가고 있다. 새 정부의 임기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나가지만 20~30%대의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 집권 여당의 내분 사태, 강대강 대립하는 여야 신경전 소용돌이 속에서 민생과 노동 없는 정쟁 국감만 휩쓸고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어디라 할 것 없이 민생을 외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공공, 연금, 교육, 금융, 서비스 5대 부문 개혁추진에 시동을 건 상태다. 노동계는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노골화 전략에 맞서 투쟁태세로 전환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국정감사가 노동 민생 법안과 내년도 예산 처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결과가 11월 5일 개최되는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정기국회에서 노동 있는 민생 국감이 치러지기를 고대한다.
본 글은 한국노총과 산하 회원조합에서 제출한 국감 의제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해당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주요의제를 발췌하여 작성되었음.
|
|
<미주>
1)
2)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2020.10.16.), 노사정 및 공익위원 전원일치 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