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라”
썬코어는 생산현장과 무관하게 요동치는 주식시장, 최규선이라는 사기 전과자의 전횡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기업회생과 청산의 기로에 놓여 있다.
썬코어 사례가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생력이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투기세력의 공격에 속절없이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법·제도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사기 전과자 등이 아무런 제약 없이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중소기업 또는 제조업체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기업사냥꾼들이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칠 수 없도록 금융감독기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녀봤지만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영향이 크지 않은 문제는 애초부터 정치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중소기업이 국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한다고 들었다. 국가와 정치권은 이들 기업이 쓰러지지 않고 자생할 수 있게끔 지원할 의무가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는데, 없는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썬코어노조 조합원의 얘기다. 썬코어 같은 중소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패자 부활전’의 기회라는 의미다.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자들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위해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본회의 참여 대상에 중견·중소기업을 새로 추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제는 내용을 채워가야 할 때다. 제2, 제3의 썬코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참고자료
-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의 유형별 대출채권 통계」. 2017.6
- 송성호,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역할과 과제」, 산업경제, 2012.9
- 이정환,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중심, 2006.4
- 김재율·이대순·홍성준·구은회, 「투기자본의 폐해와 노동조합의 대응전략」,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2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