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체제는 사회경제적 갈등에 의해 분화·재편되거나 안정되지 못했다. 입법과정을 다룬 국내 정치학 연구도 많지 않아 정당 간 ‘노동’을 다루는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보수 대 진보로 가정하거나 양당의 이념적 기반이 유사하다는 상반된 평가 모두 경험적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 입법안과 의결안 분석을 통해 친노동정책의 수준을 파악하고 2) 정당 내 노동조합의 참여구조 수준을 비교 분석해 3) 한국 주요 정당이 노동을 다루는 수준을 비교·평가하여, 노동조합과 정당 간 연계에 함의와 시사점을 찾고자 했다.
본 연구는 두 축(① 국회에 발의되고 가결된 법안에 대한 평가 + ② 당 내 노동부문 기구에 대한 평가)으로 구성된다. 2장에서 국회의 입법 과정을 알아보고, 20대와 21대 국회 (2020년 5월 30일 까지)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 법안소위 의원 발의안(결의안 포함)과 가결안을 분석하고 평가해 ‘노동입법 영향 지수’를 도출했다. 3장에서는 전문가설문조사(Delphi Research)를 통해 정당 내 노동 지분, 노동의 입장이 당 정책으로 관철되고 실행될 수 있는 영향력을 분석해 ‘정당별 노동 지분 지수’를 도출했다. 4장에서는 앞선 결과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주요 3당의 ‘노동정책 처리 영향력 지수’를 도출했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새누리당)보다 3.6배, 21대에는 3.2배 ‘노동계가 지지하는 정책’을 처리할 수 있는 영향력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은 20대 국회의 경우 새누리당과 비교해 약 3.2점 정도 낮으며, 21대에서 그 차가 더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나 정의당에 비해 중앙당 노동지분의 지수가 낮은 편으로, 의석수 대비 ‘노동입법 영향 지수’가 낮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주요 3당 중 입법점수 및 중앙당 내 노동기구에서 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친노동 정책실현에 있어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를 종합하면 한국 주요 3당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안 발의 건수는 적지 않다. 또한 민주당은 타 정당보다 노동계 요구가 투입 가능한 당내 기구도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다수파정당이자 집권당으로 노동의 이해를 반영하고 실현하는 데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양적 평가로만 알기 어려운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보충적으로 <박근혜 행정부 시기 저성과자 쉬운해고 양대 지침>과 <최저임금 1만원 추진 및 산입범위 확대 개정> 사례를 분석해, 청와대 중심의 정치과정이 노동조합 같이 집단적 이해 반영에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았다.
위 결과를 토대로 ‘노동조합의 정책과제’로 △총연맹 차원의 국회 입법 과정 및 정당구조에 대한 교육 실시, 입법 전략의 공유 △원내대표 및 해당 상임위(소위)위원 및 보좌진 간 회의체의 정례화 및 내실화 △2022년 대선에서 지수의 활용 △한국노총형 의원평가-정당평가 TF의 출범 △노동조합 출신의 조직적 공직후보자 진출 △정당 내 지분 확장을 통해 노동의 영향력 확대 △정치적 책임이 없는 청와대가 아니라 정당과 연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정당별 과제로는 △더불어민주당 : 청와대 위성조직이 아니라 통치 정당이라는 책임성 강화 필요 △국민의힘 : 민주주의 규범에 맞지 않는 노동배제적/반노동적 방향과 이념에서 변화 필요 △정의당 : 정당의 사회적 기반 강화를 위해 중앙당 노동부문 역할의 위상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