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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규제만능주의를 경계한다. 규제는 악이 아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등록일 2022년07월29일 09시3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민간주도, 시장중심을 강조하는 정책 일색이다. 뒤이어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감염병 상황이 장기화되고, 불평등 양극화로 발생한 문제가 우리사회를 잠식하고 있는데, 정부가 내놓은 시장중심, 규제완화 등의 정책은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하는 것은 국정과제 26번으로 제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 제정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경제전환 촉진’의 일환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법이 가지는 문제는 심각하고,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서발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 노동시민사회의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심각한 법률적 문제

 

서발법은 사회서비스분야를 활성화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18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꾸준히 발의되었다.

 

<18대>

2011년 12월 이명박 정부 발의

<19대>

2012년 7월 박근혜 정부 발의

2016년 2월 김용익 의원 등 10인 발의

<20대>

2016년 5월 이명수 의원 등 122인 발의

2018년 8월 김정우 의원 등 11인 발의

<21대>

2020년 7월 3일 추경호 의원 등 16인 발의

2020년 7월 3일 이원욱 의원 등 12인 발의

2020년 11월 19일 류성걸 의원 등 10인 발의

 

서발법은 ‘서비스산업’이라 지칭되는 영역의 규제를 완화하여 영리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진다. 법안에서 ‘서비스산업’을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 「통계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의 적용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고 서비스산업의 분류를 구체적인 법위 특정 없이 통계청장이 고시하고 있어 헌법 75조에 근거한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1)에 어긋난다.

 

또한 서비스산업에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수도, 철도·화물 등 운수, 언론, 정보통신 영역 모두가 포함된다. 법안대로 ‘서비스산업’의 범위가 행정입법에 포괄위임 될 경우, 국민의 기본권에 직결된 비영리 공공서비스 영역이 경쟁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시장과 산업논리에 의해 영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민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은 침해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제한하더라도 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한다는 헌법상의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권한 부여

 

여야가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기획재정부 산하에 장관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각 부처가 분야의 특성에 맞게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서비스산업이라 일컫는 영역의 사업을 기획재정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각 부처의 자율권을 통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기획재정부는 경제·재정정책, 예산, 공공기관 관리를 총괄하는 등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에 서비스업 전반의 발전을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은 정부 부처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다.

 

또한 위원회 구성도 문제가 있다. 위원회 구성 과반 이상이 각 부처 장관이고, 민간위원은 소수로 규정되어 있는데, 민간위원 구성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자격조건도 ‘서비스산업 발전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같이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위원회의 민주적 거버넌스와 대표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의료영리화 가능성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외하면 의료영리화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9대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의료법 몇 개의 조항만 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보건의료 관련 법은 약 55개에 달한다. 몇 개의 법, 몇 개의 조항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도 정부가 의료영리화를 위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여기에 더해 서발법이 제정된다면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기재부와 위원회 중심으로 의료영리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는 복지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아프면 차별 없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의료를 산업의 관점으로 보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의료, 건강데이터를 원하고 정부는 이에 화답하며, 의료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가능하지 않아

 

정부는 서발법 제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이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노동집약적 특성을 가지는 서비스산업의 경우, 낮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해당 영역의 저평가된 노동의 가치, 저임금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이후 정부가 주도했던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는 대표적인 나쁜 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공적 재원을 기반으로 했지만, 정부는 저임금의 질낮은 시장형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처럼 질낮은 일자리 창출은 최저생존형 일자리에 불과해 재정투자 효과도 없고,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어려운 한계를 낳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저평가된 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노동소득 분배율의 개선과 중소상공인 보호로 가계소득을 증가시켜 내수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규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

 

서발법이 제정되면, 사회서비스분야로 지칭된 모든 영역에서 기획재정부의 관할하에 규제가 완화되고, 민간중심 주도의 산업이 추진될 것이다. 특히 사회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영역은 더욱 우려가 된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사회보장정책의 강화, 국가의 책임있는 정책이 강조되었는데, 민간주도, 시장중심의 정책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서발법 추진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를 완화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삶이 나아지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규제는 사회와 시장을 운영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이다.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고 그 자체를 나쁜 가치로 평가할 수는 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환경에 맞춘 개선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규제가 생산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명목으로 규제폐지를 정치적 목표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주>

1)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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