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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젊음 속에 가려진 죽음의 그림자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등록일 2022년07월28일 09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수빈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젊은 애들의 사치스러움에 대하여, 부족한 끈기에 대하여, 싹수없음과 철없음에 대하여, 방종과 방만에 대하여, 서투름에 대하여, 무책임함에 대하여, 얼마나 이기적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차게 되는 요즘 애들이 ‘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수프를 끓이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생수를 포장 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인간은 역사적으로 젊음을 형편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젊은것들이 못마땅한 건 이 시대의 꼰대들만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요즘 애들은 돌 하나 제대로 들 줄 모른다며 하소연했다. 수메르인도, 아리스토텔레스도, 한비자도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답이 없는 존재로 생각했다. 그들은 답이 없는 젊은이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중세와 근대 사회에서도 젊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젊음을 지나온 자들은 한 시대도 빼놓지 않고 젊은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그렇더라도 인간은 이제라도 그 본성을 버려야 산다. 그 본성은 젊음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게 만든다. 좁아 든 시야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젊음, 죽어가는 젊음이 있다.

젊음을 부족함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소외되는 젊음이 생겨난다. 소외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젊음은 아직 어리지만 철없고 서투르고 무책임할 시간도 없이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하는 요즘 애들이다. 그런 젊은이들은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 아이들의 존재를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다는 말 속에 그들은 들어가 있지 않다.

 

요즘 애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졸업 후에 바로 취업하기 위해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닌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회사는 학생들을 견학시키려고 실습생을 뽑지 않는다. 경험이 없어서 부당한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습생들은 회사에는 굴러들어온 복덩어리다.

 

회사는 현장실습생을 곧장 업무에 투입한다. 그리고는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거나 그보다 더한 강도로 일을 해낼 것을 요구한다. 회사에서 무리한 잔업을 요구하면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경험치가 없는 아이들은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한다. 주말도 없이 매일 열시간 넘게 일을 하다가 한 아이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처음이라서 서툰 현장실습생의 모습은 회사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회사는 현장실습생의 처음을 배려해줄 생각이 없다. 최저시급이라도 주니 당장 내일부터 돈값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식이다. 많은 실습 현장에서 일이 서툴 수밖에 없는 실습생의 무능력함을 비난하며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한 아이는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구타와 협박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이들은 죽기 전에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일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어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이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두 아이는 지금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을 부족하다는 시선으로 보았던 어른들은 애들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았다. 대신에 애들보다 훨씬 나은 어른으로서 진지하게 충고했다. 진득하게 해 봐, 일은 원래 힘든 거야, 처음이라서 그래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젊은이들은 한심하다는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현장실습생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따질 줄은 알아도, 실습생들이 일하는 현장에 문제가 있진 않은지 살필 줄은 몰랐다. 그러는 동안 학생들의 실습 현장은 점점 열악해졌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다. 이 사회는 몇 명의 아이들을 잃은 다음에야 요즘 애들을 비난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약자로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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