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는 국가 보훈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고, 노동자 처우개선 협약 준수하라”
22일(수) 오후 국가보훈처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세종시 국가보훈처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하고, 파업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국가보훈처 보훈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훈처에서 약속한 정액교통비 지급과 부당 차별 철폐, 노동자 처우개선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먼저, 노조는 보훈처가 노조와 체결한 임금협약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2018년 정액교통비 증액 및 근속수당 증액을 약속했지만 4년 째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2021년 임금협약으로 체결한 이동비(방문 가사노동자) 증액분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호국원 묘지 등 격오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달 평균 28만원 수준의 유류비(교통비)를 자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보훈섬김이 노동자들도 자차로 이동하는 비율에 80%에 달하고 있지만 보훈처는 이를 해결할 의지도 없으며, 임금협약으로 체결한 교통비까지 4년 째 지급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국립묘지·호국원 소속 노동자들은 방진복도 없는 환경에서 유공자의 유해를 수습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청년노동자의 퇴사율이 70%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훈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보훈사업들 대부분은 이처럼 공무직노동자들에 희생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이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보훈처는 노동자 간 각종 수당을 차별 지급하여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교섭대표노조와 교섭을 파행시키며 아무런 권한이 없는 과장급 직원을 교섭대표로 내세우는 등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한진미 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국가보훈처 공무직노동자들의 인권탄압과 노동착취, 차별에 대해 지난 4년간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가보훈처는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기획조정실장은 예산을 틀어쥐고 철저히 외면하면서 공무직 직원을 직원으로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런 조직문화가 팽배해 공무직을 싸구려 노동자로 인식하고 어떠한 문제의 개선에도 나서지 않고 20년간 착취로 일관해 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위원장은 “이제 우리 공무직 노동자들은 참지 않고, 정당한 처우를 요구할 것이고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투쟁할 것"이라며 "국가보훈처의 노동착취를 세상에 알리고, 피 흘려 싸웠던 국가유공자의 결기를 본받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류기섭 위원장은 연대사에서 “공무직노동자를 싸구려 노동으로 매도하는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면서 "국가사업의 희생양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공공연맹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국가를 위한 희생을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의 헌신은 왜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는가. 노동자의 희생이 있어야 운영되는 보훈사업이라면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장의 어려움만 벗어나겠다고 거짓 약속을 하고 있는 국가보훈처를 갈아엎고, 차별받는 현실을 바로잡는 투쟁에 공공연맹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파업 출정식에는 조합원 등 1,000여명이 참가했으며, 각각 ▲노동자 희생 강요하는 보훈사업 ▲법위에 국가보훈처 인권탄압 노동착취 ▲노-노 갈등 부추기는 공무직 노동자 차별 ▲노조 무력화하는 성실교섭, 단체협약 불이행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상징 의식도 진행됐다. 국가보훈처노조의 파업 투쟁은 2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