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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청사에서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금속노련 원광로지텍노동조합

등록일 2022년04월04일 08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의선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조직차장

 

누군가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했을 2022년 1월 1일. 원광로지텍노동조합의 부위원장과 사무국장은 문자 한 통을 받고 해고되었다. 위원장은 해고라는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그렇게 2022년 새해 첫날, 원광로지텍노동조합의 복직투쟁이 시작되었다.

 

원광로지텍은 2022년 1월 1일부터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사내운송업무를 담당하는 업체다. 기존에는 진티엘에스라는 회사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회사 사정으로 용역계약을 중단했고 그 자리에 원광로지텍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진티엘에스에서 일하던 60여 명의 노동자들은 그대로 고용승계 되었지만, 노동조합 임원 3명(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은 고용승계 되지 않고 해고되었다.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 조합원들은 그동안의 관행처럼 그대로 고용승계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원광로지텍이 들어오기 전 회사가 3차례 변경되었을 때도 이상호 위원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고용승계 되었고,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원광로지텍은 진티엘에스에서 일했던 노동자 60여 명은 고용을 승계했지만, 임원 3명은 해고했다.

 

원광로지텍 상무이사는 설명회에서 “하이닉스 안에서만 8년 넘게 근무하신 분들도 계신다”며, “어쨌든 근무자는 그대로 있고 회사만 바뀌는 건데, 기존에 근무하셨던 분들이 같이 남아주시면 현장도 조금 더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고, 정말 특별히 개인의 사정이나 특별한 이슈나 이유가 아닌 이상은 같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고용승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관행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광로지텍의 말과 행동은 정반대였다. 고용승계 과정에서 노조 임원 3명은 원광로지텍으로부터 설명회와 근로계약서 작성과 관련된 연락을 받지 못했다. 원광로지텍은 조별로 묶어 단체톡방을 만들어 12월 7일과 8일 양일간 간담회를 진행하고, 12월 16일부터 17일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을 공지했다. 그러나 이 방에는 정상적으로 일하던 노조 임원 3명은 빠져있었다. 노조 임원들은 고용승계와 직접 연결된 중요한 사안을 사측이 아닌 조합원,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연락을 받고 원광로지텍의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노조 부위원장은 같은 조 소속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 방문해 회사직원으로부터 근로계약서를 받아 정상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작성한 근로계약서 2부 중 1부는 회사에 제출하고, 1부는 소지한 후 출근했다. 그러자 뒤늦게 회사는 부위원장의 근로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핑계를 대며 계약서를 다시 가져오라고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아가 원광로지텍은 노조가 명칭을 적법하게 진티엘에스노조에서 원광로지텍노조로 변경하고 변경신고증까지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 회사에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다”며 노조 존재를 부정했다.

 

원광로지텍의 행동을 보면 분명 고의적으로 노조 임원들을 배제한 채 고용승계 절차를 진행했다. 원광로지텍의 모습은 새로 도급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신규채용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노조 임원을 해고하고, 나아가 노조를 해산시키려는 시도이다. 명백히 ‘노조탄압’인 것이다.

 

이후 해고자들은 회사가 아닌 투쟁현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앞에서, 그리고 이천 SK하이닉스 앞에서 노동가를 배경으로 1인시위 피켓을 들었다. 한겨울 찬바람이 매몰차게 불었지만, 3개월 동안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2022년 3월 10일, 노조 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심문회의가 열렸고 원광로지텍이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원광로지텍은 아직까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겠다는 말도,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원광로지텍노조가 겪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이 사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하기가 왜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업체가 변경될 때, 그리고 1년에 1번씩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회사에 잘못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노조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조를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임원들과 조합원들이 해고되거나 다양한 방법들로 노조를 탄압하고, 원광로지텍노조와 같은 긴 싸움이 시작된다.

 

하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가 된 노동자들은 비슷한 임금에 같은 장소에서 동일 업무를 반복한다. 소속된 업체만 바뀌었을 뿐 노동자들에게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 해고가 되고 신규채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루아침에 그동안 일해왔던 경력, 노조가 쌓아왔던 단체협약이 사라지기도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로 정규직 조직률은 19.2%인데 비해 비정규직 조직률은 2.5%이다. 수치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낮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동3권을 누려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동3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하청업체 노조와 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어려움들 때문이다.

 

원광로지텍노조는 이번 일을 겪으며 다양한 이름(용역업체, 협력업체, 도급업체 등)으로 불리는 하청, 비정규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 ‘사업 이전 시 근로관계 승계법’이 발의된 것을 보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 갖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당장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원광로지텍노조도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았지만,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변화가 시작되었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조들이 있기에 변화할 것이라 확신한다. 원광로지텍노조도 제대로 된 복직, 그리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 구조적 변화를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 나가겠다. 곳곳에서 투쟁하고 계신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의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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