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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업무상 재해 여부

온나경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등록일 2022년04월01일 08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망인의 업무상 질병·장해가 발생한 시점에서 망인이 사망하기까지 장기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업무상 질병·장해와 자살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자살의 업무상재해가 인정된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4725 판결]

 

[판결 요지]

망인은 업무 중 발생한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오랜 기간 하반신 마비와 그로 인한 욕창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우울증이 발생하였다가, 자살 직전 욕창 증세가 재발하여 우울증이 다시 급격히 유발·악화되었고, 그 결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 원고의 남편인 망인은 1992. 8. 26. 건설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사고를 당해 ‘하반신 완전마비, 마비신경총손상, 신경인성 장 및 방광’으로 산재요양승인을 받았고, 장해등급 제1급 결정을 받았다.

○ 이후 망인은 하반신 마비로 욕창이 생겨 ‘욕창’으로 1차 재요양승인을 받았고, ‘우울에피소드, 신체형 장애’로 2차 재요양승인을 받았다.

○ 망인의 우울증세와 관련하여 담당 주치의는 망인의 증상이 점차 호전되어가는 양상이었고, 2018. 6. 26. 실시한 마지막 진료에서 특이점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치료 경과 중 망인의 우울증상이 악화되고 있었으나 환자 본인이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망인을 간병하던 원고는 2018. 7. 3.부터 2018. 8. 11.까지 약 40일간 늑골 골절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 망인은 그 기간 중인 2018. 7. 27. 욕창증세로 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받던 도중, 2018. 8. 19. 자택에서 자살하였다.

○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대해 부지급 결정 처분을 하였다.

○ 이에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위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과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 모두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하급심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

 

하급심은 ① 원고는 망인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18. 8. 20. 망인의 사망에 관한 경찰 조사에서 망인이 자살할 만한 이유에 대하여 ‘망인이 재작년 장애인 체육동호회 회장직에서 퇴출당한 뒤 술을 매일같이 마셔왔으며,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단속(면허 취소)되어 괴로워했다’라고 진술한 점, ② 제1심 진료기록 감정의가 ‘2018. 6. 26.까지 진료기록만 있어 망인의 사망 당시 정신 상태를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망인이 사망 당시 심신상실, 정신착란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정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라는 의견을 밝힌 점 등을 들어, 망인이 동호회 회장 퇴출, 음주단속으로 인한 면허 취소 등 업무와 관계없는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망인의 자살과 업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망인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그러나 대상판결은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의 진술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기에 신뢰하기 어려우며, 원고가 언급한 망인의 사망추정이유(동호회 회장 퇴출, 음주운전 단속 등)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자살의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없기에 망인의 자살 이유도 될 수 없다’고 보아 하급심 판단의 주된 근거를 배척하면서, ‘망인은 업무 중 발생한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오랜 기간 하반신 마비와 그로 인한 욕창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우울증이 발생하였다가, 자살 직전 욕창 증세가 재발하여 우울증이 다시 급격히 유발·악화되었고, 그 결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망인의 업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그동안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사회평균인이 아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자살의 업무상 재해 판단 시 업무와 자살의 인과관계는 사회평균인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왔다. 대상판결은 사회평균인이 아닌 망인의 기준으로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하였는바, 본 사안의 경우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범위를 과도하게 넓혔다’고 볼 여지도 있겠으나, 업무와 자살의 인과관계를 사회평균인 기준으로 보아 그 인정 가능성을 과도하게 좁히던 기존 판결 입장1)에서 더 나아가 진보적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미주>

1)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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