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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무너뜨린 노조 단결력 어떻게 회복하나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2년03월24일 11시1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이고, 이런 코로나 시국에 무슨 수련회입니까? 그냥 다음으로 미루지.”

상담소를 찾은 지역의 노조간부는 회사와 2022년 단체교섭에 앞서 노조에서 준비하고 있는 간부 수련회에 귀찮은 기색을 보였다. 그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조 행사가 취소되는 것에 익숙해져 솔직히 다시금 행사에 열정을 쏟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번 간부 수련회는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다 노조가 올해 야심 차게 준비한 행사였다.

총회나 대의원대회는 노조의 한 해 활동방향을 결정하고 조합비를 기반으로 하는 예산의 사용을 인정받는 중요한 자리다. 노조간부들은 총회와 대의원대회를 준비하며 조합원들에게 책잡히지 않을까, 지난해 활동을 돌아보고 사용한 예산의 영수증을 챙겨 가며 조합비 사용내역을 점검한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확산은 노조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총회뿐만 아니라 봄가을에 열리는 노조 수련회나 체육대회처럼 굵직한 행사의 개최를 어렵게 만들었다. 매월 일상적으로 조합원을 만나 함께하는 부서 단위 노조 모임 개최가 어려워진 것은 치명적이다. 총회 같은 딱딱한 회의 자리에서 미처 의견을 밝히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노조의 일상모임은 노조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 사항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중요한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뒤풀이 자리에서도 따끔한 충고와 날 선 비판도 터져 나오고 노조간부들은 각 부서 조합원에게 인사를 건네며 빈말이라도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노조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날만큼은 조합원들이 노조간부들에게 “행사를 준비하느라 애썼다”며 인사를 건네고 조합원들의 격려에 노조간부들이 다시금 노조활동의 힘을 얻는다.

코로나19는 노조의 대면 일상활동을 그야말로 올스톱시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노동조합 규약에 따라 연 1회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조합원총회나 대의원대회는 화상회의로 대체되고, 일상 모임은 취소되는 것이 다반사다.

이마저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투표 시스템 도입을 고민할 수 있는 일부 민간 대기업과 중견기업, 혹은 공공부문 노조에서나 가능했다. 50명 미만 소규모 노조들은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다.

지난 2년간 감염병이 현장을 휩쓸고 간 후 허약해진 것은 조합원들의 건강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개인시간을 할애해 자신과 우리 회사 노동자 전체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뭉치던 노조의 단결력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중단된 조합원들과의 소통 속에서 다시금 노조의 단결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과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더욱이 노골적으로 노조를 적대시 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현재 노조는 더욱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노조활동을 다시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로 물가가 인상됐다는데 노동조합은 정말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행사도 안 하는데 조합비는 그대로 받아 가면서 말이죠.”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을 보내고 나니 노조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조합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이동과 집합이 제한된 2년 동안 노조의 일상활동이 위축된 결과다. 노조의 힘은 현장활동에서 나온다. 회사의 독선적 경영, 노동자를 무시하며 기업만 대변하는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와 개선 요구에 힘입어 노조는 기업과 정부에 맞서 일방적 경영과 정책 추진의 중단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노동개혁을 벼르고 있는 새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연공서열임금제 폐지와 직무급제 전환에 맞서 현장에서는 다시금 모든 조합원이 똘똘 뭉쳐 투쟁에 나설 수 있을까?

이미 현장에서는 장기근속자들의 정년연장 주장과 임금피크제를 양보해 임금인상률을 높이자는 MZ세대의 주장이 미묘하게 긴장을 형성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대 간 갈등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일상에서 상호교류와 토론이 필수적이다.

단위노조가 새 정부의 노동정책 추진 방향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기업이 속한 직종에 맞게 임금·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중소규모 노조간부에 대한 전국단위·산업별노동조합의 정책지원이 절실하다. 이뿐 아니라 복원돼야 할 노조의 현장활동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새롭게 복원돼야 할 노조의 현장활동은 코로나 이전처럼 노조 대표자의 지루한 인사말로 절반 이상을 채우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가 떠들썩하게 고기를 구우며 ‘단결 투쟁’이라고 ‘정신승리’ 하는 형식적 행사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다양한 세대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 모두가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노동조합 행사 방식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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